‘욜로 라이프’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를 줄인 말로 ‘인생은 한번뿐, 현재를 즐기자’는 뜻. 욜로 열풍을 타고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마음껏 투자하는 욜로족이 늘고 있다. 욜로족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시장의 움직임도 바쁘다. 욜로 재테크 상품까지 출시됐다. 나만의 삶을 즐기려는 욜로족. <머니S>가 욜로가 바꾼 소비시장 트렌드와 그들의 삶을 살펴봤다.<편집자주>

회사원 이재협씨(가명·30)는 ‘욜로(YOLO)족’이다. 평범한 중견기업에서 보통의 월급을 받는 이씨는 번 돈의 대부분을 소비한다. 하지만 과도한 사치로 빚을 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정해진 예산 범위 안에서 자신이 만족할 만큼의 충분한 소비를 즐긴다. 따라서 취향에 따라 지갑을 열고 닫음이 명확하다. 오히려 그의 소비는 합리적이기까지 하다.

이씨는 엊그제 회사에 연차휴가를 신청했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것을 하루쯤 마음껏 하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만의 시간을 오롯이 가지려면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평일이 좋다고 말한다. 그가 가능하면 평일에 쉬는 이유다. 그의 ‘욜로 라이프’는 어떤 모습일지 따라가봤다.


◆스쿠터로 서울 여행… 클라이밍·수영장 즐겨

오랜만에 비가 오지 않는 날이었다. 이씨는 이른 아침부터 마음이 들떴다. 평일에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두근거렸다. 이씨는 외출 준비를 하기 위해 샤워를 했다. 욕실에서는 그의 취향이 묻어나온다. 그가 쓰는 비누는 개당 가격이 3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수제 브랜드다. 피부를 매끈하게 해주는 한약성분이 포함된 비누다. 샴푸도 두피관리 효능이 있는 제품으로 한통에 10만원이 넘는다. 바디로션과 스킨도 주름개선과 미백효과가 있는 명품브랜드다. 몸에 직접 닿는 것들인데 안 좋은 제품을 쓸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위부터) 더클라임 홍대점, 더페이머스램 동교. /사진=장효원 기자

오전 8시 반. 나갈 준비를 마친 이씨는 주차장으로 내려가 스쿠터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제주도 여행에서 처음 스쿠터를 타본 그는 서울에서도 여행하는 기분을 내기 위해 중고 스쿠터를 150만원에 구매했다. 다소 무리한 느낌이 있지만 바람을 맞으며 쌩쌩 달릴 때의 기분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스쿠터를 탄 이씨는 카페로 향했다. 이 카페는 각종 빵과 햄, 과일 등을 맘껏 먹을 수 있는 조식뷔페를 운영한다. 음료를 주문할 때 9000원을 보태면 뷔페를 이용할 수 있다.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해외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 중 하나인 호텔 조식뷔페를 집 근처에서도 즐길 수 있어서 그가 자주 찾는 곳이다.

든든히 배를 채운 그는 실내 클라이밍 체육관을 향해 스쿠터를 몰았다. 이곳에서는 3만원으로 1일 체험권과 40분 강습을 받을 수 있다. 넓은 공간에 난이도별로 클라이밍 기구가 설치돼 초심자도 쉽게 체험할 수 있다. 강사에게 안전수칙과 클라이밍의 기본기를 배운 그는 벽을 오르고 떨어지길 반복했다. 아직 경사가 완만한 곳도 정복하지 못했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최근 김자인 선수가 롯데월드타워 555m를 맨손으로 오르는 것을 보고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열심히 땀을 흘린 그는 다시 스쿠터에 몸을 싣고 한강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한강 수영장에서 태닝을 즐기기 위해서다. 5000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햇볕을 듬뿍 받을 수 있어 태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지다. 이날은 평일이라 사람도 많지 않아 더욱 쾌적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그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 돗자리를 깔고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서 그는 10만원이 넘는 프랑스산 태닝오일을 꺼냈다.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지켜주면서도 고르게 태울 수 있다는 제품이다. 저렴한 수영장에서 고급 태닝오일을 사용하는 그를 보면서 취향에 따른 소비가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경험’에 소비… 지금을 즐긴다

수영장에 누워있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이씨는 편의점에서 간단한 샐러드를 사왔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던 터라 배도 고프지 않았고 체중관리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가격도 저렴해 일석이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샐러드를 후다닥 해치운 그는 다음 행선지로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선택했다. ‘어른들의 놀이터’로 유명한 일렉트로마트에 가기 위해서다. 이곳은 TV, 컴퓨터, 스마트폰 외에도 레고, 피규어, 드론, 로봇 등 아기자기한 수백가지의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다른 곳과 차별성이 있다면 진열된 제품을 실제로 조작해볼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마련돼 있고 VR(가상현실)기기를 이용한 오락실도 있어서 마치 놀이동산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위부터) 여의도 한강수영장, 타임스퀘어 일렉트로마트. /사진=장효원 기자

그는 먼저 큼지막한 배트맨이 서있는 피규어 코너로 갔다. 매장에는 손가락만한 인형부터 사람크기만한 로봇까지 다양한 피규어가 전시돼 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그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다. 이것저것 둘러보던 그는 건담 프라모델을 하나 집었다. 원래 사고 싶었던 것보다 작지만 저렴한 모델이다. 그는 “원피스(일본 만화)의 루피 피규어가 멋진 게 하나 있어서 건담을 작은 걸로 바꿨다. 이왕이면 둘 다 갖는 게 좋지 않나”고 말했다.
피규어를 들고 이번에는 3D프린터 코너로 들어갔다. 여러 종류의 3D프린터는 싸게는 40만원대부터 비싼 것은 수백만원을 호가했다. 그는 돈을 좀 더 모으면 3D프린터를 하나 구매할 계획이다. 직접 도면을 이용해 자신만의 피규어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후에도 그는 계속 돌아다녔다. 오락실에서 VR게임을 즐기고 안마기 코너에서 안마도 받았다. 로봇을 직접 움직여보기도 하고 음향기기 코너에서 10만원대의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도 하나 구매했다.

일렉트로마트에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그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한옥마을로 향했다. 탁 트인 서울 전망이 일품인 전통카페에서 마시는 꽃잎차 한잔이면 머릿속 복잡한 생각을 다 잊게 된단다. 그는 “오늘 정말 후회 없는 하루를 보냈다”며 “내일이면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가끔 즐기는 삶의 여유를 기억하면 힘내서 버틸 수 있다”고 웃음지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7호(2017년 7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