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과 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요즘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내년부터 최저임금가 인상되면 직원 급여를 올려줘야 하기 때문. 물론 김씨는 현재 내년에 도입될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한다. 그럼에도 내년도 임금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내년부터 매년 최저임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직원들이 큰 폭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임금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할 경우 아예 회사를 떠나겠다는 직원이 나올 수 있어 이래저래 인건비 부담은 불가피해 보인다
#. 금융권도 고심 중인 것은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은 정부 정책에 맞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특별 대출지원에 나서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제2금융권과 대부업 리스크 관리부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연체 관리 재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시행되려면 아직 5개월 이상 남았고 이번 정책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긴 힘들다. 그러나 인건비가 사업운영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이 연체율 인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리스크 강화 vs 지원 강화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상승한 7350원으로 오르면서 일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사업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 내년에 인건비를 올해보다 올려줘야 해서다. 특히 편의점이나 음식점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금융권도 최저임금 인상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방향은 크게 두가지다. 임금인상에 따라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거나 특별 자영업대출을 늘려 지원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일단 시중은행은 정부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특별 대출지원에 나설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은 그동안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정책에 맞는 금융상품을 출시했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 관련 정책상품이 소멸한 경우가 많지만 결과를 떠나 현 정부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말을 기점으로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경제와 관련해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특별금리를 적용한 대출상품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은행 측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직접적인 언급은 꺼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정책과 무관하게 연말 혹은 내년 초 영세 자영업자 지원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라며 “이는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정부정책과는) 엮지 않았으면 한다”고 귀띔했다.
반면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과 대부업은 정부 정책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정책상품을 쏟아낼 정도로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금융당국에서도 제2금융권에는 정책에 입김을 넣지 않아서다. 따라서 내년 금리인상 이슈를 명분으로 자영업자 리스크관리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운영이 어려워진다면 리스크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면서 “다만 (최저임금과 관련해) 아직은 내부적으로 아무런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정책 시행 이후 금융시장 환경을 보고 검토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금융권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금리인상 이슈와 엮이면 사정이 다를 수 있다. 리스크관리는 평소에도 철저하게 하지만 내년엔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저임금에 금리인상까지 ‘이중고’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가 감내한다고 해도 앞으로 3년간 매년 내년 수준으로 임금이 오른다면 금융권도 고심할 수밖에 없다. 실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려면 3년간 매년 15.6%씩 인상해야 하는데 이 경우 영세자영업자뿐 아니라 우량 중소기업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우리나라도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고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로 더 이상 현 수준으로 금리를 묶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렇게 되면 금리인상에 임금인상까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저임금과 금리인상이 동시에 진행되면 중소기업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우려스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꾸준히 정책금융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도 금융권의 고민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금리가 오르고 최저임금까지 오른다면 금융회사는 리스크를 강화해 대출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논리만 고집하다간 정부에 미운오리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상품을 개발하고 금융회사는 판매만 하는 형태로 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며 “만약 정부정책의 부작용까지 금융회사에게 전가한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 상품이 소멸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정부가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금융회사는 윤활유 역할만 하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