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씨(38)는 생활비가 필요할 때마다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한다. 여윳돈이 생기면 갚을 생각이지만 계획처럼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터넷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연 2%대로 시중은행보다 낮다는 점이다. 또 저렴한 금리뿐만 아니라 손가락 지문 인증만으로 돈을 쉽게 갚을 수 있어 편리하다.

#김모씨(34)는 지난주말 신혼집 전세계약을 마쳤다. 계약 당일 전세계약금 300만원이 부족했지만 인터넷은행의 소액대출(연금리 3.4%)을 받아 1분 안에 계약금을 보낼 수 있었다. 현금서비스를 받았으면 10%까지 물어야 했던 금리는 3분의 1로 내려 이자부담도 크게 줄었다.


카카오뱅크 고객의 실제 사례다. 지난 27일 카카오뱅크가 문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앞으로 이 같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빠르고 편리한 대출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각각 연 2.85%로 케이뱅크보다 연 1%포인트 가량 낮고 1분 안에 소액대출이 이뤄져 거래 편의성도 크다.

하반기엔 카카오뱅크 외에도 1~2개의 인터넷은행이 추가 등장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연내 인터넷은행 인가 작업에 돌입하고 인허가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은행권에선 벌써 제3호, 4호 인터넷은행 후보가 물망에 오른다. 아직 본격적인 컨소시엄 구축에 나서진 않았지만 시중은행이 ICT(정보통신기술)업체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인터넷은행 인가를 준비할 계획이다.



◆신한-네이버, KEB하나-SKT 유력
은행권에선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기업은행이 제3호, 4호 인터넷은행 후보로 지목된다. 이미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이 각각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주주에 참여해 나머지 은행들도 인터넷은행 인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은 네이버와 손잡고 인터넷은행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2015년 카카오 컨소시엄에 참여해 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할 계획이었지만 KB금융에 밀려 기회를 놓친 경험이 있다.

신한은행은 대신 네이버와 일본시장에서 업무제휴를 맺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05년 네이버 라인의 간편결제 플랫폼 ‘라인페이’를 통한 송금·간편 결제서비스를 출시했고 신한은행 현금입출금기(ATM)를 통해 원화로 출금할 수 있는 ‘라인페이 ATM 환전출금’ 서비스를 선보였다.

인터넷은행이 모바일과 ATM에서 모든 금융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신한은행이 네이버와의 제휴를 확대하면 인터넷은행 진출도 무리가 아니라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금융당국의 인터넷은행 인가를 수월하게 통과하기 위한 준비작업도 완료했다. 연초부터 핀테크분야 외부인력을 충원해 인터넷은행 인가조건인 인프라를 충족했다.

지난달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메릴린치 등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근무한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에, 4월엔 국내 인터넷은행 설계자로 알려진 조영서 전 베인앤드컴퍼니 금융부문 대표를 신한금융지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에 앉혔다.

조 본부장은 금융위원회와 금융연구원이 인터넷은행 도입을 위해 구성했던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인터넷은행을 설계한 바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네이버와 다양한 협업으로 핀테크 사업분야에서도 고객에게 인정받고 있다”면서도 “아직 3호 인터넷은행 인가 계획이 공식발표된 것이 아닌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KEB하나은행은 SK텔레콤 또는 인터파크와 함께 인터넷은행 진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두 이종산업과의 협업 가능성을 따져보면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의 제휴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10월 하나금융이 SK텔레콤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핀크’(Finnq)가 본격적인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핀크는 이달 안에 AI(인공지능)기반 챗봇(Chatbot·인공지능 대화형 메신저)을 출시한다. 이용자가 대출, 예금상품 등 금융서비스와 관련해 궁금한 사항을 문자로 질문하면 챗봇이 이를 분석해 답변해주는 식이다.


하나금융그룹-SKT, 핀테크 합작투자법인 ‘핀크’ 출범.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핀크가 만든 챗봇은 단순한 금융 상담 외에도 통장과 카드 사용, 입출금 내역 등을 채팅으로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제시한 24시간, 365일 금융상담 서비스가 핀크에서도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SK텔레콤은 기업은행 주도 아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 인터넷은행 설립 인가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어 KEB하나은행과 인터넷은행 진출 시 컨소시엄에 참여한 주주구성을 면밀히 따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25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데다 멤버십서비스 활용 가치가 높아 기업은행 역시 SK텔레콤과 인터넷은행 진출을 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핀크는 모바일 자산관리, 계좌기반 서비스, P2P(개인과 개인)금융을 주도하는 서비스로 아직 인터넷은행 진출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도전장 낼까

증권업계 자산규모 1위인 미래에셋대우도 인터넷은행 인가를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각사가 보유한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AI 등 기술-금융 콘텐츠 결합을 통한 서비스 출시에 박차를 가했다.

이처럼 금융회사를 제외한 ICT기업도 인터넷은행 인가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은산분리 원칙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은행법상 금융사가 아닌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은 4% 이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 주주로 나서도 의사결정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구조다.

국회에서는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을 50%로 늘리는 은행법 개정안과 34%까지 허용하고 5년마다 재심사를 받는 내용의 인터넷은행 특례법안이 상정됐지만 여야 간 이견 탓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인터넷은행의 도입 취지가 과점화된 은행 간의 경쟁 촉진, 채권발행 등 자금조달, 대외 신인도 측면을 고려하면 금융회사 위주로 인터넷은행을 설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추가 인가가 속도를 내기 위해선 국회 인터넷은행 특별법 통과와 케이뱅크·카카오뱅크의 안착이 중요하다”며 “이르면 올 연말 추가 인가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