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 후에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무슬림 고객 잡기에 나섰다. 백화점에 무슬림관광객을 위한 기도실을 설치하거나 음식점에 할랄(이슬람교리에 따라 손질·조리한 음식물) 인증을 받는 등 무슬림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슬림에 눈 돌리는 유통업계

롯데백화점에 마련된 무슬림 전용 기도처. /사진=뉴스1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최근 롯데백화점은 잠실점 에비뉴엘에 무슬림 기도실을 설치, 운영하기 시작했다. 유통업계에서 무슬림 기도실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도실은 약 49.6㎡(약 15평) 규모로 ‘한국이슬람교중앙회’와 협업해 만들었다. 남·여 기도실을 분리하고 발을 씻는 세족실도 마련했다. 또한 이슬람교 경전 ‘코란’과 예배카펫이 구비됐으며 무슬림이 예배하는 방향을 의미하는 ‘키블라’도 표시됐다.


아울러 본점과 잠실점 식당가 중 ‘무슬림 친화 식당’을 선정해 백화점을 방문한 무슬림 고객이 개인의 신념과 기호에 맞는 식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무슬림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진행한다. 롯데백화점은 한국관광공사, 한국이슬람교중앙회와 연계해 주요 관광지와 인천·제주 국제공항 등에 있는 약 30여개의 기도실과, 관광안내센터 등에 국내 ‘할랄 레스토랑’ 위치가 표기된 지도 리플렛을 배포하고 있다.

사드 보복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면세점과 화장품업계도 무슬림관광객을 통한 만회를 노리며 마케팅에 한창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초 중동 최대 유통기업 알샤야그룹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중동시장 공략에 집중한다. 중동에 첫 선을 보이는 브랜드는 에뛰드하우스. 올해 하반기 중 두바이에 1호점을 론칭한 후 주변의 GCC 국가(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갤러리아면세점은 중동 고객을 타깃으로 63빌딩 내 상층부 고급레스토랑 4곳에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하는 할랄 레스토랑 인증 ‘무슬림 프렌들리’ 등급을 받았다. 나아가 할랄 식재료 수급∙전용 조리기구 비치∙전용 메뉴 구성∙셰프 교육∙서비스 등 세부적인 운영 가이드라인도 함께 선보였다.

지난 4월에는 중동 관광객 확대를 위해 중동 현지에서 열린 여행박람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갤러리아면세점은 중동 무슬림 인바운드 여행사 2곳과 송객 계약을 체결했다.

신세계면세점도 남이섬과 협약을 맺고 동남아시아와 무슬림관광객 유치에 나서는 등 무슬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남이섬 곳곳에 할랄 인증 식당과 기도실이 있어 무슬림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무슬림, ‘유커’ 대체할까

경복궁에서 기념촬영하는 무슬림 관광객들. /사진=뉴스1

이처럼 유통업계가 무슬림관광객 잡기에 집중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무슬림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무슬림관광객은 98만명5858명으로 2015년(74만1000명)보다 33%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외국인관광객 증가율(30.3%)보다 높은 비중이다. 올해는 100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무슬림인 중동 지역이나 힌두교도가 많은 인도 및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지역의 실정에 맞춰 할랄 인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할랄이란 ‘허용된 것’을 의미하는 아랍어로 돼지고기나 파충류, 알코올 성분 등 이슬람교 율법이 금지한 요소를 뺀 것을 의미한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은 세계 인구의 23%에 달한다. 무슬림은 중동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까지 전 세계에 고루 분포돼 있다. 아랍연맹 22개국과 이슬람협력기구(OIC)에 가입한 57개국의 무슬림 인구를 합치면 8억명이 넘는다.

톰슨로이터의 ‘이슬람 경제 현황 보고서’에서 ‘할랄’ 관련 시장은 전세계 식품시장의 21.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1조2920억달러에서 연평균 11.9%의 신장률을 기록해 2019년 2조537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할랄산업에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저마다 시장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떤 시장도 중국인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우기 어렵다”면서 “그나마 인구가 많고 경제 성장에 따라 소비력이 높은 17억 무슬림이 그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