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배냇저고리, 내복, 모자, 손싸개, 양말, 모빌, 욕조, 비누, 로션, 이불, 베개, 손톱깎이, 체온계, 유모차, 카시트, 젖병소독기, 아기띠(포대기), 아기침대.
예비엄마들은 대부분 출산일을 한달 정도 앞두고 아기용품을 준비한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으로 볼 때 이 목록은 출산 직후 3개월 동안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들이다. 개인적인 기준에 따라 몇개는 필수품으로 보기 힘들 수 있고 누군가는 더 많은 종류의 용품을 필요로 할 것이다. 기자의 경우 첫째아이가 쓰던 물건을 물려줄 수 있는 것이 많아 2번으로 분류했다.
아이의 주관이 생기며 불필요한 지출도 늘어난다. /사진=김노향 기자
사실 요즘 육아용품은 이보다 몇배는 다양하다. '육아는 아이템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제품이 아기와 엄마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아이마다 성향이 달라 불필요한 것이 많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아이를 쉽게 재우기 위해 흔들어주는 전동침대 등이다. 더구나 요즘은 대형마트나 인터넷쇼핑을 통해 하루나 이틀 만에 배송받을 수 있으므로 굳이 서둘러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첫째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런 사실을 몰라서 다른 예비엄마들처럼 많은 준비를 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아기용품과 아기옷·기저귀·분유도 잔뜩 사서 입원했다. 알고 보니 병원에 있는 동안은 모든 용품을 공급받는 데다 퇴원하는 날 선물로 받기도 해 산모가 준비한 물건들은 쓸 일이 없었다.
또 아기용품 중에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이 많다. 아기침대의 경우 브랜드 등에 따라 저렴한 제품은 10만원대지만 수백만원짜리도 있다. 유모차와 카시트도 많게는 몇백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우리 부부는 중고나라에서 아기침대·유모차·카시트 모두 각각 3만원짜리를 구입해 사용했다. 유모차와 카시트는 사용 도중 불편함을 느껴 1년 후쯤 다시 20만원대, 40만원대 새제품으로 구매했다. 무조건 절약이 좋다기보다 적당한 가격으로 아기에게 맞는 것을 고르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기저귀·분유·젖병 등은 아기가 직접 먹거나 피부에 닿는 것이라 지나친 저가제품을 사는 것이 꺼려지기도 한다.
주변 지인들과 육아용품을 물려주고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집은 옆집 아기엄마에게 옷과 신발 등을 물려받아 새로 사는 데 드는 비용이 10만원을 넘지 않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모유를 짜는 유축기는 산모 상태에 따라 필요 여부를 미리 알기가 어려운데 20만원대 고가라 무작정 사기가 부담스럽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유축기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기계만 빌릴 수 있고 기계와 모유를 연결하는 관은 일회용이라 1만원대에 구매하면 된다.
육아용품보다 더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출산비용이다. 출산비용은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수술비의 차이가 수백만원에 달한다. 입원비 역시 특실, 1인실, 6인실에 따라 수백만원이 차이난다. 6인실은 정부지원을 받으므로 입원비가 무료다. 나의 경우 수중분만 비용 10만원과 6인실 입원비 0원, 약값 5만원 등이 들었다.
산후조리원 비용은 보편적으로 200만~300만원인데 주변에는 1000만원 넘는 돈을 쓴 사람도 있다. 비용을 아끼고 싶다면 정부 산후조리도우미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아기 한명 기준 한달 90만원 정도라 산후조리원에 비해 절반에서 3분의1가량을 아낄 수 있다. 이마저 아끼고 싶다면 우리 부부처럼 직접 산후조리를 하는 방법도 있다.
만약 경제력이 충분하고 고가의 육아비용을 지출하는 데 부부가 동의한다면 소중한 아기와 엄마를 위한 소비가 비난받을 행동은 아니다. 다만 경제사정이 빠듯한데도 출산·육아에 대한 보상심리나 다른 사람의 이목을 신경쓰느라 분수에 넘치게 소비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생후 16개월 어린이집을 보낸 후에는 베이비시터 월급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사진=김노향 기자
출산·육아비용을 지출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소비의 가치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때로는 부모의 의지나 계획에 상관없이 큰 지출을 할 때가 온다. 맞벌이부부라면 보조양육비를 지출하면서부터 더욱 심각한 재정난이 닥친다.
한국경제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의 중위소득은 한달 196만원, 평균소득은 246만원이다. 서울의 베이비시터 월급 시세는 150만~170만원. 맞벌이부부 중 한사람의 월급이 150만~170만원 안팎이라면 경제적효과가 '0'인 셈이다. 더 현실적으로 말해 경제적효과가 마이너스라고 볼 수 있다.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데 드는 식비·교통비·경조사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맞벌이를 안 하는 쪽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첫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는 150만원의 베이비시터 비용이 줄어들었다. 그전에는 "뭐 하러 애를 맡기고 일을 다니느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럼에도 많은 워킹맘이 일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보조양육자가 필요없어지는 시기가 왔을 때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함이다. 아이는 언젠가 크고 아등바등 1년을 버티니 베이비시터 비용이 필요없어진 것처럼 말이다.
이런 계산도 있지만 무엇보다 두 아이가 일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할 날을 꿈꿔본다. 반대로 아이들이 엄마의 부재로 흔들리는 상황이 온다면 나 역시 퇴직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 지금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지 자신없지만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진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이자 기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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