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사진=뉴시스 DB
이변은 없었다.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등 롯데그룹 4개 계열사가 지난달 2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 안건을 승인받아 다음달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지주사 전환은 롯데 지배구조 개선의 출발점이다. 롯데는 이번 4개사 사업부문 분리로 경영효율화와 지배구조 단순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사업부문 분리로 경영효율화∙지배구조 단순화

회사분할 및 분할합병을 결의한 롯데쇼핑·제과·음료·푸드 4개사는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나뉜 뒤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각 회사의 투자부문이 합병돼 다음달 초 ‘롯데지주 주식회사’로 출범한다.


롯데지주는 자회사 경영평가 및 업무지원,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롯데쇼핑·제과·음료·푸드 등 사업회사의 지분을 20∼50%씩 보유하게 된다. 이 회사는 현재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와 합병 등을 거쳐 완전한 그룹 지주회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롯데지주 본사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마련되며 대표이사는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사장이 공동으로 맡는다. 

이번 분할합병안 통과로 신 회장 중심의 ‘뉴롯데’ 체제는 더욱 굳건해졌다. 현재 보유지분대로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신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 10.56%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오른다. 이어 호텔롯데가 6.56%, 롯데알미늄이 6.32%를 확보하게 된다.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지분은 5.73%로 추정된다.

신 회장이 약속했던 ‘투명경영’도 힘을 받는다. 무엇보다 롯데는 이번 지주사 전환으로 그간 비판받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게 됐다. 지주사 체제로 완전히 전환하면 계열사 간 얽힌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가 67개에서 18개로 줄어든다. 순환출자 고리 대부분이 해소되면서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호텔롯데→롯데지주사→계열사 형태로 간결해진다.


◆금산분리 변수… 롯데카드 매각설 ‘솔솔’
하지만 롯데가 완전한 지주회사 지배구조로 탈바꿈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롯데는 18개의 출자 고리를 공정거래법에 따라 의무기간(2017년 10월~2018년 3월) 안에 해소해야 한다.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를 어떻게 끊을지 여부와 카드 등 금융 계열사 처리도 과제다.

현재 롯데의 주력사인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가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이비카드, 롯데멤버스 등 10개 금융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사의 금융계열사 주식 보유를 금지한다. 이에 따라 롯데는 이들 금융계열사들을 지분매매, 분할, 합병, 분할합병 등의 방법으로 2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롯데그룹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롯데는 중간금융지주사 도입 등 제도적 보완 장치에 기대를 걸었지만 올해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며 이 법이 도입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중간금융지주사법은 일반지주회사 아래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둘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예상 가능한 롯데 금융계열사의 지분 정리 방식은 ▲외부 매각 ▲일본 롯데홀딩스에 매각 ▲호텔롯데 등 지주사 외 계열사에 매각 ▲신동빈 회장의 지분 취득 등이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롯데카드가 조만간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돈다. 롯데카드의 최대주주는 지주사로 전환될 롯데쇼핑(93.8% 보유)이다. 지주사 전환 이후 어떤 식으로든 롯데쇼핑이 보유한 지분의 정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롯데카드 매각설이 여러번 제기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롯데캐피탈과 롯데손보는 호텔롯데가 최대주주인 관계로 이번 지주회사 전환과는 연관성이 적다.

롯데카드 매각설에 대해 롯데 측은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 지분 처리와 관련해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지주사 전환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재판에 촉각… 관건은 '호텔롯데 상장'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 호텔롯데 상장, 자금조달 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장기적으로는 자금조달이 가장 큰 과제다. 당장 롯데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신규 순환출자 12개와 신규 상호출자 6개를 지주사 출범 후 6개월 안에 정리해야 한다. 18개의 출자 고리를 정리하는 데 3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계열사가 보유한 롯데 지주사의 지분 7.8%를 신 회장이 직접 매입할 것으로 점친다. 
문제는 롯데의 지주사 전환 비용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자회사 지분취득 비용이다. 대략 4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계열사 간 현물출자 등 준비해야 할 사전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려 했으나 계획은 기약 없이 미뤄진 상황이다. 동시에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주주 지배력을 줄이고 신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던 구상도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것도 신 회장을 긴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신 회장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만약 신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지주사 대표직에서 물러나거나 이사회를 통해 해임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롯데 내부에선 신 회장의 1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며 호텔롯데 상장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일부 소액주주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주사 전환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만큼 한동안 ‘잡음’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4호(2017년 9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