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을지로 신사옥 준공식. /임한별 기자
KEB하나은행이 지난 1일 통합 2주년을 맞아 을지로시대를 열었다. 이날 KEB하나은행은 을지로 본점 1층에서 신사옥 준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을지로 본점 오픈을 계기로 재도약한다는 포부도 밝혔다.
2층은 일반시민이 무료로 책을 볼 수 있는 ‘오픈형 도서관’이다. 지하 1층은 은행지점과 함께 별도의 문화복합공간을 만들었다. 이 공간은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직원만 이용할 수 있었던 KEB하나은행 별관 1층 ‘열린도서관’을 본점으로 확장 이전해 시민에게도 개방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본점은 고객이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해 직원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을지로시대, 대규모 승진 예고
KEB하나은행의 을지로시대 개막은 (옛)외환은행과의 통합이 안정적으로 이뤄졌음을 상징한다. 하나금융은 (옛)외환은행과 합병한 이후 KEB하나은행 본점을 서울 명동 (옛)외환은행 본점으로 옮겼다.
인수은행(하나은행)이 피인수은행(외환은행)에 들어간 터라 초반에는 직원들 간 기싸움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을지로 본점이 개막하면서 앞으로 이런 점이 자연스럽게 극복될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은 이번 을지로 본점 증축을 기념해 내달 초 대규모 승진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통합 2주년과 새 본점 입주를 기념해 내부 분위기를 쇄신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증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에도 1000명을 승진시키고 본부장 40%를 교체하는 대대적인 승진인사를 단행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통합 2주년을 맞아 승진규모가 더 클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이 나간 명동지점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명동지점에는 하나카드와 하나생명, 하나F&I, 하나펀드서비스, 하나자산운용 등 주요계열사가 모두 입주한다. 신상품 개발 등 협업이 필요한 경우 기존보다 원활하게 논의할 수 있고 신속한 의사결정도 가능해졌다.
◆임금통합 진통 예상
KEB하나은행이 을지로시대를 열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지만 남은 과제도 만만찮다. 가장 시급한 건 화학적 통합이다. KEB하나은행은 함영주 행장 취임 후 9개월 만에 전산통합을 완료하고 9월 중 새 본점으로 자리를 옮기는 물리적 결합을 완성했으나 직원간 통합은 아직 마무리 짓지 못했다.
먼저 상대적으로 높은 (옛)외환은행의 임금과 시중은행 수준인 하나은행의 임금을 조율해야 한다. 승진체계 역시 일원화작업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KEB하나은행은 직원의 승진과 연봉을 성과에 따라 조율하는 작업을 벌였으나 새정부 출범 후 성과연봉제 도입은 물 건너간 상태다.
하나은행 직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외환은행의 임금에, 외환은행 직원은 승진이 유리한 하나은행 승진체계에 불만을 표출한다.
외환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2014년 기준 8000만원이다. 하나은행(7300만원)보다 700만원가량 높다. 외환은행 직원은 2014년 도입된 임금체계를 지금도 그대로 적용받는다. 하나금융은 통합은행 출범 후 직무수당을 올리는 노력을 했지만 아직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성과급을 지급할 때도 의견이 충돌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출신 직원이 따로 임금과 단체협약을 맺는 탓이다.
지난 4월 KEB하나은행 노조는 ‘100억원가량의 특별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KEB하나은행이 통상임금 100%에 해당하는 이익배분제 성격의 보너스를 지급했는데 외환은행 직원들은 매년 4월에 받던 근로자의 날과 가정의 달 보너스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EB하나은행 측은 “조만간 임금·인사·복지통합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연말까지 인사와 보수체제를 통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체계를 일원화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인사권은 경영진의 자율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만 보수통합은 노사합의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통합, 신한-조흥 벤치마킹 필요
KEB하나은행의 임금통합이 수면 위로 오르자 12년 전 신한-조흥은행의 합병 성공스토리가 주목받는다. 은행권에서 성공적인 통합사례로 꼽히는 신한-조흥은행은 일부 (옛)조흥은행 직원들의 불만에도 인사·임금문제를 순조롭게 풀어낸 바 있다.
신한은행은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통합합의서에 지주사 임원 수를 출신별로 동일하게 맞췄다. 동일한 직급에선 평균연차 3년이 높은 조흥은행 직원을 우대해 승진 기회를 부여했다. 당시 신한은행 직원이 반발했지만 사측은 “변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대승적인 판단을 내렸다.
임금논란도 조기에 불식시켰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의 급여 수준을 1년 반 만에 신한은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올렸다.
또 통합은행의 숙명인 인력재조정도 단행했다. 당시 신한-조흥은행 출신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퇴직자들이 납득할 만한 보상을 지급했다. 아울러 신규채용을 대거 늘려 새로운 인재를 확대해 출신을 따지는 문화도 희석시켰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통합은행이 출신의 간극을 줄이려면 일부 희생이 뒤따르는 화학적 통합에 나서야 한다”며 “KEB하나은행도 임금체계를 일원화하고 다양한 조직문화를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4호(2017년 9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