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만 해도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 단말기만 있으면 모르는 곳도 척척 찾아갈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화면 속 전자지도는 진화를 거듭했고 2D에서 3D를 넘어 AR(증강현실)이 접목되는 추세다. <머니S>가 운전자의 발을 넘어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내비게이션의 트렌드를 살펴보고 서비스의 핵심인 지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봤다. 또 최근 대세로 떠오른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비교 체험해봤다.<편집자주>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내비게이션업계에 영향을 미쳤어요. 예전엔 새로운 도로가 뚫리면 한두달 참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지금은 당장 길 안내가 안된다며 스트레스 받거든요. 또 조금 돌아가더라도 심리적으로 편안한 길 안내를 선호하는 추세도 달라진 점이죠. 그래서인지 지도개발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늘어나더라고요.”


이기욱 팅크웨어 책임연구원(공간기술개발부서장)은 최근 내비게이션이 전환기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거치형 단말기에서 스마트폰으로 내비게이션 구현환경이 달라졌고 실시간 통신이 지원되면서 보다 빠르고 정확한 길 안내가 가능해져서다.

하지만 그는 “이를 가능케 하는 전자지도의 역할은 변함이 없다”며 “어느 지점의 정보 하나만 잘못돼도 수킬로미터를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에서 지도의 신뢰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확한 지도 위해 날고 뛰고 걷는다


내비게이션에 사용되는 기본지도를 구축하는 방법은 크게 위성촬영과 항공촬영으로 나뉜다. 위성지도는 말 그대로 인공위성에 탑재된 센서를 통해 지표의 영상을 얻는 것으로 해상도가 다소 낮지만 항공사진보다 넓은 범위를 촬영할 수 있다. 촬영고도는 705㎞.

반면 항공영상은 경비행기가 고도 1000~3000m 내외로 비행하면서 고성능카메라로 촬영한다. 항공측량용 카메라는 한컷에 2억화소 이상의 이미지로 촬영해 해상도가 뛰어나다. 사진을 촬영할 때는 일정비율로 겹치게 찍어 지표를 3차원으로 관측하는 사진측량방식이 동원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도구축용 사진은 구름의 양, 태양의 각도 등 기상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 촬영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1년 중 촬영 가능한 날이 총 2~3개월에 불과하다. 따라서 실제로 차가 통행할 수 있는지를 직접 측량차를 통해 체크하는 게 정밀지도 구축의 노하우로 꼽힌다. 이때 무인항공기를 활용하거나 직접 돌아다니며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이 전국의 모든 데이터를 항상 최신상태로 유지할 수는 없는 법. 최근엔 정부데이터를 기반 삼아 변동이 많은 지역 중심의 데이터업데이트를 늘리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이를테면 지도에는 길이 없는데 운전자들이 좌회전하는 등의 행동정보가 수집되면 조사팀을 파견, 이를 검증하는 식이다.

“지금처럼 트렌드가 빨리 변하기 전에는 전국을 2년 단위로 조사했어요. 이를테면 A지점에 오늘 방문했다면 2년 뒤에 다시 가는 시스템인 거죠. 그런데 지금은 이보다 짧아져서 1년이 지나면 업데이트가 됩니다. 나아가 공사 중인 도로정보를 미리 체크해 개통시점에 맞춰 서비스하는 것도 중요한데 무작정 빠르게 반영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도로를 개통했음에도 주민 반대 등으로 다시 막히는 경우가 발생해 난감한 적이 꽤 있거든요. 일종의 딜레마죠.”


이기욱 팅크웨어 책임연구원(공간기술개발부서장). /사진=박찬규 기자

◆취향에 맞춘 길안내 가능할까
이 연구원에 따르면 내비게이션기술은 고도화되는 추세다. 어떤 원리로 길 안내를 하느냐가 관건인 것. 그는 “정확한 지도를 구축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튜닝단계”라며 “탐색알고리즘에 따라 사용자만족도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로를 찾는 알고리즘은 매우 복잡합니다. 변수가 워낙 많거든요. 따라서 추천·빠른길·최단거리·편한길 등 검색옵션을 구분했습니다. 도로별 가중치를 고려한 차별화된 길 안내가 가능해진 겁니다. 이를테면 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60㎞와 40㎞라면 60㎞길을 고르되 길가에 주차 가능성이 높거나 과속방지턱이 다른 도로보다 많다면 탐색에서 배제하는 식이죠. 곧 출시될 화물차전용 내비게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높이·중량제한 안내는 기본이고 짐을 실었을 때 경사가 적은 곳을, 아닐 때는 빠른 길을 안내할 정도로 진화했습니다.”

최근 가장 중요한 개발방향은 ‘실시간’이다. 현재 교통상황에 맞춰 최적의 경로를 빠르게 찾아주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여기서 ‘최적경로’는 단순히 최단거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운전자가 편안함을 느끼는 게 포인트다.

“앞으로는 스마트관제가 내비게이션 길 안내의 핵심이 될 겁니다. 현재의 실시간 길 안내를 몇단계 뛰어넘은 개념이죠. 이를테면 지금까지는 특정구간에서 대부분 비슷한 길을 갈 확률이 높거든요. 하지만 앞으로는 트래픽을 분산시켜 안내하는 방식이 도입될 겁니다. 이는 사용자의 심리를 길 안내에 반영하려는 추세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또 A지점에서 B지점까지 이동할 때 지금까지는 가급적 막히더라도 짧은 거리를 안내했지만 앞으로는 이동거리가 늘어나더라도 시간에 큰 차이가 없으면 막히지 않는 길을 안내하는 방향으로 바뀔 겁니다.”

이처럼 고도화된 내비게이션 기능은 자율주행차시대를 대비하는 준비단계다. 고정밀지도와 함께 자동차의 여러 센서를 활용한 내비게이션시스템을 연구하는 것도 관련업계의 필수과제다.

“실시간 정보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실제 차가 운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얻느냐를 넘어 자율주행차시대를 대비하는 중입니다. 운전자가 지도를 볼 필요가 없어진다면 화면에 어떤 정보를 표시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계적으로 진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까지의 내비게이션은 사람이 보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차를 위한 것으로 개념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길 안내도 다차원적인 빅데이터 싸움이 시작된 거고요. 인공지능이 길 안내에 도입되면 더욱 현실로 와닿으리라 생각됩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0호(2017년 10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