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현행 연 27.9%에서 연 24%로 인하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금융취약계층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대출시장이 축소되면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같은 주장은 현정부 들어 꾸준히 제기됐다. 사실은 어떨까. 최근 최고금리가 연 24%로 인하되면 26만명의 저신용자(8~10등급)가, 연 20%로 인하 시 52만명의 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 19일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저신용자 배제규모’를 주제로 개최한 ‘2017 소비자금융 컨퍼런스’에서 김상봉 교수(한성대 경제학과)는 이 같은 내용의 ‘최고금리인하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고금리(연 27.9%) 인하 시 제도권 금융에서 탈락하는 저신용자를 통계로 추정해 발표한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정부가 서민금융을 재정으로 지원할 경우 최소 12조6000억원이 필요할 것이란 계산도 나왔다.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고신용자 웃고, 저신용자 울고
과거 최고금리 인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계층은 8~10등급의 저신용자였다. 보고서는 2010년 7월(연 49%→연 44%), 2011년 6월(연 44%→연 39%) 각각 최고금리가 인하된 이후 금융권에서 신규대출을 받은 고신용자(1~3등급)와 중신용자(4~7등급)는 증가했지만 저신용자는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고금리가 인하된 지 7개월이 지나자 돈을 빌리지 못한 저신용자가 대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법정금리가 인하된 2010년 7월 저신용자 6만5000명은 제도권 금융에서 총 2271억원을 빌렸다. 이후 신규대출을 실행한 저신용자 수는 같은해 8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하지만 2012년 2월 그 수는 4만8000명으로 전년 7월 대비 26% 감소했다. 신규대출액 역시 2010년 8월부터 2011년 1월까지 평균 2000억원대 중반을 유지했으나 2011년 7월 1833억원으로 전년 7월보다 19% 줄었다.

두번째로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된 2011년 6월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2011년 6월 6만1000명이던 신규 저신용차주 수는 같은해 12월 5만명대로 떨어졌고 2012년 1월엔 3만7000명으로 급감했다. 전년 6월 대비 절반가량 줄어든 수치다. 저신용자의 신규대출액은 2011년 6월 2126억원에서 2012년 1월 1399억원으로 34% 감소했다.


반면 2014년 4월(연 39%→연 34.9%)과 지난해 2월(연 34.9%→연 27.9%) 이후 저신용자 차주와 신규대출액은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저신용자 수 자체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2014년 4월엔 2만2000명, 지난해 2월엔 1만9000명만 제도권 금융을 이용했다.

김 교수는 “2010~2016년 동안 최고금리가 인하될 때마다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고신용자가 늘어난 반면 저신용자는 감소한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기간 최고금리가 떨어짐에 따라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한 저신용자가 꾸준히 많아졌다는 얘기다.



◆“저신용자 52만명, 쫓겨날 것”
현행 연 27.9%인 최고금리가 연 24%로 낮아지면 어떻게 될까. 보고서는 2010~2016년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된 저신용자 현황을 토대로 앞으로의 변화를 추정했다.

김 교수는 최고금리가 연 24%로 인하되면 25만8000여명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이 합법 금융회사에서 빌리지 못할 금액은 4조6054억원으로 추정됐다. 즉, 26만여명의 저신용자가 4조6000억원가량을 불법사금융에서 빌려야 한다는 얘기다.

최고금리가 연 20%로 인하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52만3000여명의 저신용자가 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고 대출받지 못하는 금액은 9조3290억원일 것으로 분석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고금리를 집권기간 연 20%까지 단계적으로 낮출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최고금리를 연 20%로 인하하면 은행, 증권, 보험, 여신전문, 상호금융, 대부업 등의 금융시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취약계층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금융시장에서 탈락하는 저신용자 규모와 변동 추이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취약계층 보호장치 강화해야

보고서는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금융시장이 축소되고 금융취약계층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보호장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민금융상품으로는 미소금융과 햇살론,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사잇돌 등이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1~4월 정책서민금융상품 취급액은 2조13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6194억원)보다 32% 증가했다. 서민금융총괄기구인 서민금융진흥원이 지난해 9월 출범한 이후 정책금융상품을 통합하고 지원액을 늘린 효과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정책서민자금의 지원대상을 더 늘리고 지원한도를 올려 수혜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또 수요자들이 서민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지속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시장이 사라지고 정부가 이들을 서민금융으로 재정지원할 경우 최소 12조6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1호(2017년 10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