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마운틴 스킹을 즐기는 정 프로. /사진제공=정우찬 프로(양재명 작가)
'스키의 신' CSIA 레벨 4, 정우찬(49·사진)이 돌아왔다. 세계 최고의 스키장인 캐나다 휘슬러에서 16년간 스키강사로 활동한 정우찬 프로가 귀국했다. 정 프로는 세계적인 권위의 캐나다 스키 강사 협회(CSIA·Canadian Ski Instructor’s Alliance) 레벨 4를 취득한 한국인 프로 스키어다.
1938년 창립한 CSIA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스키 강사 협회다. 특히 CSIA 레벨 4는 캐나다에서 '스키의 신'(God of ski)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는 최고 레벨의 스키 강사 자격이다. 정 프로는 스키어들 사이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그 이유는 순수 아마추어 스키어로서 선수 출신 스키어들도 이루기 힘든 CSIA 레벨 4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정 프로는 한국의 스키어들에게는 물론 중국의 스키어들에게도 명성이 자자하다. 2015년 11월 중국의 5대 스키장 중 하나인 베이다후 스키장의 스키학교 강사들의 트레이너로 초빙 받아 2주간 80여명의 중국인 스키 강사들을 훈련시켰다.
정 프로는 이러한 인연을 계기로 한때 중국 스키계로 진출할 계획을 세웠으나 시기상조라고 판단, 한국으로 그 방향을 돌렸다. 캐나다에서 활동하던 그가 앞으로 한국에서 펼치고자 하는 계획을 23일 들어봤다.
▶CSIA는 레벨 1부터 레벨 4까지 스키 강사 자격을 분류한다. 레벨 1은 초보자 강습, 레벨 2는 중급자 강습, 레벨 3는 상급자 강습을 할 수 있다. 레벨 4는 캐나다 스키 강사 협회가 인정하는 최상위 레벨로 완벽한 스킹과 체계적인 티칭 능력을 갖춘 극소수의 스키어에게만 부여하는 자격이다. 이들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레벨 1, 2, 3 강사를 트레이닝을 한다. 한 마디로 '스키 강사들의 선생님'인 셈이다.
CSIA 레벨 4는 캐나다 전역에 걸쳐 1년에 몇 명 통과하지 못하는 어려운 자격시험이다. 현지의 작은 스키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 수가 드물다. 자격 보유자들은 일반인 강습보다는 주로 스키학교 교장이나 강사들의 트레이너로 활동한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레벨 4 강습을 받기가 쉽지 않다.
-레벨 4 취득 이후 휘슬러 스키장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
▶캐나다 휘슬러를 찾아온 전세계의 상급 스키어들의 강습과 스키학교 강사들의 트레이닝을 했다. 또한 CSIA 강사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한국인 스키어들의 양성을 위해 한국인 CSIA 강사 양성 아카데미인 '빅마운틴 캠프'를 만들어 수많은 한국의 스키어들에게 CSIA 레벨 1,2,3를 취득시켰다.
-그럼 십수년 간 활동하던 휘슬러를 떠나 한국에 돌아온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CSIA 스킹과 티칭 방법을 한국에 보급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스키어들이 CSIA 강습을 한국에서 받고 시험만 캐나다에서 볼 수 있다면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경로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CSIA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올 마운틴 스키 테크닉을 보급하기 위해서다. 해외 스키장을 다녀보신 분들은 파우더나 자연 범프 등 다양한 환경이 펼쳐진 곳에서 어쩔줄 몰라 당황한 경험들이 많을 것이다. CSIA 스킹 테크닉은 어떠한 사면에서도 우아한 스킹을 할 수 있는 올 마운틴(all mountain) 테크닉이므로 해외 스키장을 찾는 분들에게 적절한 강습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스키어들이 CSIA 자격증을 취득하면 어떤 게 좋나.
▶CSIA는 80년간에 걸쳐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명료한 시스템 탓에 글로벌 스탠다드로 여겨져 전 세계 어디서나 CSIA 강사 자격증이 통용된다. 그러므로 국내는 물론 세계를 무대로 뛰는 인터내셔널 스키 강사가 될 수 있다.
또한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한국의 스키장 환경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 점차 스키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숫자도 늘어날 것이다. 외국인 스키어에 대한 영어 강습도 CSIA 강사들이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인터내셔널 강사, 듣기만 해도 멋지다. 누가 도전할 수 있나.
▶만 15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스키를 아주 잘 타는 사람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패러렐 스킹을 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적절한 훈련과 노력을 통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강습 과정에서 스키기술의 원리를 배우고, 동시에 다른 스키어를 가르치는 방법론도 배운다. 또한 레벨 테스트가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는 효과도 있다.
-영어로 자격증 시험을 보고 영어로 사람을 가르친다면 영어가 매우 유창해야 하나.
▶영어가 유창할 필요는 없다. 주변에 일본만화 마니아가 있다. 만화를 즐기다보니 일본어 실력이 덤으로 얻어진 경우가 많다. CSIA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스키티칭을 영어로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능력이 향상된다.
특히 캐나다에서 직접 캐내디언 강사와 대화를 나누고 코스에 참가한 다른 외국인들과 대화하면서 저절로 영어가 는다. 영어 회화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는 뜻이다. 영어공부를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스키 강사가 되려고 하다 보니 영어가 저절로 느는 것이다.
-외국에서 활동했던 스키 전문가 입장에서 보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의미는.
▶캐나다에서 스키를 가르칠 때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았다. 가령 '한국사람들이 스키를 타느냐', '한국에도 스키장이 있냐'라는 것인데 이는 한국이 세계 스키계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빙상종목에서는 세계적인 한국 선수들이 배출되 종목이 활성됐지만 동계스포츠의 꽃인 스키에서는 그렇지가 못하다. 이번 평창을 계기로 스키에서 유망 선수가 발굴된다면 스키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한국의 스키장이 알려지면 한국을 찾는 스키 관광객의 수요 또한 증가할 것이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스키 인구가 유입되면 한국 스키업계에게 좋은 기회가 열릴 것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영어로 스키강습이 가능한 질 높은 스키강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취미를 업으로 발전시킨 정 프로. 체계적인 스킹을 재미 있게 배우면서 동시에 영어 능력까지 키우는 정 프로의 CSIA 캠프를 통해 세계로 진출하는 또 다른 프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정우찬 프로 약력
1997년 북미최고봉 맥킨리(6194m) 등정
1999년 한국 스키준강사, 스키패트롤, 수상 인명구조원 자격 취득
2002년 캐나다 CSIA 레벨 1,2,3 취득
2007년 캐나다 철인 3종(IRONMAN CANADA) 대회 12시간 완주
2009년 캐나다 공인 BCRPA 퍼스널 트레이너 자격 취득
2011년 캐나다 스키강사 협회 최고 자격 CSIA 레벨 4 취득
2015년 중국 BEIDAHU INTERNATIONAL SKI SCHOOL 강사 트레이너 초빙
2017년 CSIA KOREA 기술감독
코리아 인터내셔널 스키스쿨 교장
스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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