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에 수능 연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됐다. 수능 전날 시험이 연기된 것은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수능이 1주일 연기되면서 대학입학시험전형 일정도 미뤄질 것으로 보여 수험생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16일 시행 예정이던 2018학년도 수능을 오는 23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포항 지역 수험생 안전과 시험 시행의 공정성, 형평성을 고려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의 경우 여진이 46회 발생한 점을 참고했다.

포항 지역 시험장 14개교를 전수 점검한 결과 이날 오후 4시49분 기준 10개교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 학교는 영일고, 세명고, 울진고, 영덕고 4개교에 불과하다. 예비 시험장인 포항중앙고 벽면도 갈라졌다.


행정안전부와 경상북도교육청은 이러한 피해 상황을 파악한 뒤 정부에 수능 연기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는 "수험생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내린 힘든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수능 연기에 따른 종합 대책을 최대한 빨리 수립할 방침이다. 수능 비상대책본부 총괄을 차관에서 부총리로 격상했다.

16일부터는 시험장 학교 안전 점검도 실시한다. 일단 피해가 없는 시험장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지만 또 지진이 발생하거나 여진이 계속될 경우 포항 지역 학생들이 다른 지역에서 시험을 치르는 방안도 검토한다.


시험지 유출 방지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 요청해 현재 시험지가 보관된 전국 85개 지구에 경찰 병력을 증원했다. 지난달 13일부터 한달간 합숙했던 수능 출제·검토위원 등의 퇴소도 1주일 미뤄졌다.

수능이 1주일 연기되면서 향후 대학 입시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다음달 6일로 예정된 수능 성적 통지일이 미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은 "수능 성적 통지일은 최대한 미뤄지는 시간을 줄이겠다"고 시사했다. 수능 성적 통지일이 연기되면 다음달 30일부터 다음해 1월2일까지 진행될 4년제 대학 정시 모집 원서 접수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수능 직후 예정된 대학입학시험전형 일정도 조정할 전망이다. 특히 당장 오는 주말 예정된 각 대학 수시 논술 전형이 연기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경희대, 덕성여대, 성균관대, 세종대, 숭실대, 연세대 등 10여개 대학이 오는 주말 논 논술 고사를 치를 계획이다. 일부 대학은 이미 수능 이후로 수시 논술 전형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16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능 연기에 따른 후속 조치를 발표할 방침이다. 김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대입 전형 일정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각 대학 등과 협의를 거쳐 조정해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수능이 1주일 연기되면서 등교 여부를 놓고 학생들과 학부모의 혼란도 가중된 상황이다. 교육부는 긴급 공문을 보내 "수능 시험 연기에 따른 학교 운영은 당초 계획했던 바대로 운영해 달라"고 안내했다. 수능 시험장으로 쓰일 예정이던 학교는 예정대로 휴업한다. 지진이 발생한 포항 지역은 전체 학교가 이틀간 휴업한다.

나머지 학교는 원래 계획대로 한다. 수능 시험에 맞춰 1시간 늦게 등교할 예정이던 고교와 초·중학교 학생들은 그대로 10시까지 등교한다. 16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해 1~2학년이 등교하지 않기로 했던 고교는 3학년과 교사가 함께 휴업하며, 1~2학년이 등교 예정이던 고교는 3학년까지 정상 등교한다.

대부분의 고교는 휴업할 것으로 관측된다. 원래 전국 고교는 교육부 권고에 따라 수능일에 휴업하지만 학교장 재량에 따라 수업하는 곳도 있다. 서울 세종과학고는 수능 연기에 따라 정상 등교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