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잇단 악재를 만나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서울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재건축 금품살포 혐의로 두차례나 압수수색 뒤숭숭
하이엔드 브랜드 공개 전부터 이미지 타격 불가피

롯데건설이 위태롭다. 겉보기엔 우수한 실적을 올렸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속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서울 서초구 한신4지구 재건축단지 수주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경찰에 두차례나 압수수색을 당해 회사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기존 아파트브랜드 롯데캐슬을 뛰어넘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연이은 압수수색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올 초 취임한 하석주 대표이사가 뒤숭숭한 회사 분위기를 수습해 반전을 꾀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우수한 실적에 가려진 그늘


올 상반기 롯데건설의 실적은 우수하다. 롯데건설은 상반기 매출 2조5567억원, 영업이익 1993억원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2조56억원, 660억원)보다 크게 뛰었다.

3분기에도 매출 1조3246억원, 영업이익 1146억원을 기록해 3분기까지 누적실적이 매출 3조8813억원, 영업이익 3139억원에 달해 지난해 올린 연간 매출 4조6378억원 돌파는 가시권이고 영업이익(2515억원)은 이미 넘어섰다.

주요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인 서울 강남구 대치2지구, 방배14구역, 청담삼익, 신반포 13·14차, 잠실 미성·크로바 등 강남권에서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며 업계 4위 수준인 총 1조8511억원 규모의 시공권을 따낸 점도 호실적 달성에 한몫했다.


겉보기엔 좋은 실적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점이 우려스럽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당해 매출(4조6378억원) 대비 38%에 이르는 1조7680억원. 앞선 2015년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32.3%였고 2014년에는 무려 48%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 올린 2조5567억원의 매출 중 7249억원도 내부거래로 거둔 이익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롯데물산(1681억원) ▲롯데쇼핑(1437억원) ▲호텔롯데(1018억원) 등이다.

롯데그룹은 대내외적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하고 지난달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공헌했다. 따라서 롯데건설이 앞으로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전망된다.

◆재건축 조합 금품 살포에 이미지 타격

최근 롯데건설을 가장 곤혹스럽게 했던 사건은 재건축조합 금품살포 혐의다. GS건설과 경쟁했던 서울 서초구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과정에서 조합원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아 서울 잠원동 본사가 경찰에 두차례나 압수수색을 받았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23일 서울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 주택사업본부가 압수수색을 받은 데 이어 한달도 채 안된 지난 9일 두번째 압수수색을 받았다.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전에서 롯데건설의 홍보업무를 맡았던 용역업체 3곳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돼 롯데건설은 경찰의 전방위적 압박을 받는 중이다.

롯데건설이 받은 혐의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위반이다. 경찰은 한신4지구 재건축 조합원 중 한명이 “재건축 정비사업 건설업자 선정을 앞두고 롯데건설이 조합원에게 금품을 뿌렸다”며 고발장을 접수하자 수사에 나섰다.

한신4지구 수주전에서 경쟁했던 GS건설도 이번 수주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만연했다며 자사 직원은 물론 경쟁사인 롯데건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 점도 롯데건설에겐 부담이다.

롯데건설은 결과적으로 시공권도 GS건설에 내주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회사로 낙인 찍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롯데캐슬을 뛰어넘는 하이엔드 아파트브랜드 공개를 앞뒀지만 최근의 뒤숭숭한 상황을 고려하면 공개시점을 잡기도 쉽지 않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나 대림산업의 아크로와 같은 프리미엄 아파트브랜드를 내세워 주택사업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예기치 않았던 암초를 만나 공개 전부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롯데건설이 난관을 극복하고 이미지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