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환원, 사회공헌 등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의 재단법인. 이들 공익재단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끝 앞에 섰다. 공정위는 다음달부터 재벌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공익재단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배경이 공익사업을 위한 것인지, 오너 일가의 상속을 위한 통로인지 따져보겠다는 것. 이에 <머니S>가 기업 공익재단의 두 얼굴을 파헤쳐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공익재단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기업이 소유한 공익재단이 설립취지와 다르게 운영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한 조치다. 공익을 위한 재단이라는 간판 이면에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 및 승계과정에서의 절세라는 진짜 목적이 숨어있다는 것. 과연 그럴까. <머니S>가 SK·LG·롯데그룹의 공익재단 운영실태를 살펴봤다.
◆SK그룹, 공익 목적에 충실
SK그룹은 한국고등교육재단, 행복나눔재단, SK미소금융재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익사업을 전개한다. 이 중 SK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공익재단은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유일하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1974년 11월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한국의 우수한 인재를 세계수준의 학자로 키워 학문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고자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이 재단의 지난해 총수입은 175억원이다. 고유목적사업비는 장학사업 59억원, 국제학술사업 82억원, 연구소운영 4억원 등 총 145억원으로 총수입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비중이 82.8%로 높은 편이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SK건설 0.24%(8만6120주), SKC 0.19%(7만2436주), SK네트웍스 0.33%(82만1488주), SK케미칼 0.98%(24만523주) 등 SK계열사 주식을 다수 보유했지만 자산총액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8.14%로 낮다.
행복나눔재단은 2006년 9월 설립된 SK의 대표적인 사회공헌재단으로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씨가 이사장을 맡아 사회적기업사업과 교육문화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행복나눔재단의 지난해 총수입은 177억원이다. 고유목적사업비 지출액은 사회적기업사업 79억원과 교육문화사업 37억원 등 총 116억원으로 65.5%를 목적에 맞게 사용했다.
특히 이 재단은 설립 취지에 걸맞게 ▲행복나래 5.00%(8만주) ▲파머스페이스 0.58%(394주) ▲로코모티브랩스 0.68%(7만615주) ▲로앤컴퍼니 1.80%(8611주) ▲마이크임팩트 3.93%(6300주) 등 사회적기업의 주식만 다수 보유하고 있다.
◆LG그룹, 공익재단 5개 운영
LG그룹은 LG연암문화재단, LG연암학원, LG복지재단, LG상록재단, LG상남언론재단을 통해 다양한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중 LG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재단은 LG연암문화재단과 LG연암학원 두곳이다.
LG연암문화재단은 고 구인회 LG 창업주가 “우리기업이 국가와 민족의 번영에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1969년 12월 설립했다. 이후 학술지원, 청소년교육, 문화예술분야에서 다양한 공익활동을 전개해왔다.
이 재단의 지난해 총수입은 214억원이다. 고유목적사업비로 아트센터운영 101억원, 도서관 18억원, 장학금 4억원, 기타사업 16억원 등 139억원을 사용해 총수입 대비 목적사업비 비중이 64.9%다.
LG연암문화재단은 LG 0.33%(57만2525주), LG화학 0.03%(2만746주), GS 0.33%(30만8283주) 지분을 보유했으며 총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4%로 매우 낮다.
LG연암학원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973년 6월 설립한 학교법인이다. 지난해 총수입은 615억원으로 연암대학교·연암공과대학교 운영 등의 고유목적사업에 418억원을 사용했다. 총수입 대비 고유목적사업비 비중은 67.9%다.
LG연암학원의 자산총액 대비 주식비율은 9.66%로 낮은 편이지만 LG 2.13%(367만5742주), LG상사 0.04%(1만7046주), GS 2.13%(197만9245주), LF 0.04%(1만2860주), LS 0.04%(1만5290주), KB손해보험 0.04%(2만8900주), GS건설 0.01%(8423주), NH투자증권 0.04%(11만4747주) 등 다양한 기업의 주식을 보유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비율 높아
최근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롯데그룹은 롯데문화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롯데장학재단을 중심으로 공익사업을 진행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5년 10월 설립한 롯데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을 통한 국민의 행복추구가 목적이다. 지난해 총수입은 209억원으로 고유목적사업비로 클래식 진흥 및 대중화를 위한 콘서트홀 운영에 89억원(42.5%)을 사용했다.
롯데문화재단은 롯데상사 0.38%(3428주), 롯데정보통신 0.68%(5만8268주), 롯데닷컴 1.03%(6만3578주), 코리아세븐 0.59%(21만5587주), 롯데케미칼 0.03%(1만1495주), 롯데칠성음료 1.18%(1425주) 지분을 보유했으며 총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41.01%다.
롯데삼동복지재단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향인 울산지역의 발전과 복지사업에 기여하기 위해 2009년 12월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다. 지난해 총수입은 16억원으로 고유목적사업비로 소외계층지원 8억원, 시설·기관 및 단체지원 4억원, 지역주민문화 및 복지지원 1억원 등 13억원(81.25%)을 사용했다. 이 재단은 롯데쇼핑 지분 0.15%(4만7888주)를 보유했으며 자산총액 대비 주식비율은 28.89%다.
롯데장학재단은 신 총괄회장이 우수한 자질과 능력을 갖고도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학업에 전념할 수 없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1983년 12월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롯데장학재단의 지난해 총수입은 105억원으로 고유목적사업비로 장학금 44억원, 교육기자재 8600만원, 교육시설 9700만원, 그 외 기타사업 2억원 등 48억원(45.7%)을 사용했다.
이 재단은 롯데제과 0.86%(12만3576주), 롯데역사 5.33%(19만2000주), 롯데칠성음료 6.17%(8만3788주), 대홍기획 21.00%(8400주), 롯데푸드 4.10%(5만6160주), 롯데정보통신 0.93%(8만190주), 롯데캐피탈 0.47%(15만8400주) 등 주요 계열사 주식을 다수 보유했으며 자산총액 대비 주식비율은 45.46%다.
재계 안팎에선 다음달로 예고된 공정위의 대기업 공익재단 전수조사가 관련 제도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조사 결과 공익재단이 오너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나 승계에 이용되는 점이 확인되면 관련법 개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5호(2017년 11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