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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 전 헤어진 어머니와 아들이 경찰과 실종아동전문기관의 도움으로 약 50년 만에 극적 상봉했다. 49년 전 추석을 앞두고 이웃집 누나와 남대문시장에 놀러간 네살 아들은 중년남성의 모습으로 어머니 앞에 다시 섰다.
22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1969년 헤어진 어머니 한모씨(76)와 아들 A씨(실종 당시 이름 최원섭·53)가 이날 서초서에서 만났다. 이웃집 하숙생 박모씨(당시 20세)와 함께 남대문시장에 놀러간 A씨는 그 뒤로 부모와 연락이 두절된 채 다른 가정에 입양됐다.

어머니 한씨는 아들이 실종되자 박씨를 유괴범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아들을 찾기 위해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수소문했지만 행방이 묘연했다. 매번 실종아동찾기 행사에 참석하고 언론에 수차례 출연하는 등 아들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사이 부모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됐다.


유괴된 아들을 반세기 동안 찾아 헤맸던 어머니 한씨와 실종 아들 A씨는 22일 오후 1시 서울 서초서 본관에서 만났다. 모자는 만나자마자 감격에 겨워 얼싸안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시간이 흐르자 두 사람은 실종되기 전 기억을 더듬었다.

아들이 인근에 살던 할머니 얘기를 꺼내자 그제야 한씨는 "진짜 원섭이 맞네, 진짜 원섭이야"라며 다시 한번 끌어안았다.

한씨는 옛날에 찍었던 아들과 아버지 최모씨(82)의 사진을 보여줬다. 한씨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너를 잃어버리고 술만 마시면 끙끙 앓았다"고 전해줬다. 치매를 앓고 있는 최씨는 아들의 이름을 잊어버릴까봐 지금도 아들의 이름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부르고 있다고 한다.


한씨는 서울 동작구에 살던 1969년 네살 난 아들이 '박순희'라는 이름의 이웃 누나를 따라갔다가 실종된 이후 지금까지 아들을 애타게 찾아다녔다. 곧바로 유괴신고를 했지만 박씨가 종적을 감춘 탓에 한씨는 지금껏 아들을 찾지 못한 채 가슴에 멍울만 쌓였다.

50대 아들은 "최근까지 부모가 나를 버렸다고 오해하고 친부모를 원망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해 9월 경찰에 신고하고 DNA 검사를 받았다. 신고를 접수한 서초서 여성청소년과 홍애영 경사는 실종 아동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통해 실종 당시 상황과 유사한 장기미제 실종 아동 사건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다 아들의 귀 모양이 과거 실종 아동으로 신고된 '최원섭 군'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했다. 이후 한씨와 아들의 DNA가 99.9999%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49년 동안 떨어져 있었던 아들이 한씨의 친자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아들은 이날 어머니 한씨가 그동안 자신을 찾으려고 전단을 배포하고 방송에도 출연한 자료를 보고서 오해를 풀었다. 그는 "저를 이렇게 찾고 계실 줄은 전혀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한씨는 앞으로 아들과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버지와 동생들과도 만나게 해줄 계획이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