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 /사진=김수정 기자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은 국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이코노미스트다. 홍 이사는 ‘채훈우진아빠’라는 필명으로 경제·금융시장의 흐름을 짚어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이기도 하다. 또한 다수의 책도 집필하는 등 그는 요즘 말로 ‘엄친아’(엄마친구아들)다.‘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오전 3~4시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는 홍 이사. 남들보다 긴 하루를 살아가는 이코노미스트의 삶을 들여다봤다.
◆국내 최고 이코노미스트가 된 사학도
“이코노미스트는 경제를 분석해서 금리나 환율, 주가 등의 금융 변수를 전망하는 직업입니다. 숫자를 분석하는 게 좋고, 글을 쓰는 게 좋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죠.”
지금은 주니어 이코노미스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홍 이사지만 처음부터 이코노미스트를 꿈꾼 것은 아니다. 역사에 흥미가 있어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홍 이사는 경제사를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 경제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서 인생의 스승님을 만난 게 지금의 저를 있게 했어요. 경제사를 공부하려고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오히려 수학과 통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됐고 정량분석 애널리스트가 됐죠.”
홍 이사도 처음에는 여느 문과생들처럼 숫자와 담을 쌓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숫자의 매력에 빠졌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직업인 애널리스트로서 증권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코노미스트가 된 것 역시 우연한 계기였다. 홍 이사는 지금 돌이켜봐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된 것도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들이 대거 이탈한 게 계기였어요. 주니어만 남은 상황에서 외환위기 자료를 추적하면서 이코노미스트로서의 적성을 찾았고, 이후 이코노미스트로 전향했습니다.”
◆대세보다는 소신을 중시
“이코노미스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요? 소위 주류가 아닌 비주류 소수파일 때 ‘이코노미스트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면서 2011년과 2016년에 가장 보람을 느꼈다는 홍 이사. 2011년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상황에서 이후 유로화가 약세로 갈 것이라는 소수파 의견을 냈는데 적중했다. 또 2016년에는 코스피가 하락하면서 부정적인 분석이 쏟아졌지만 앞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예측을 했고, 실제로 지난해에 이어 올 1월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2598.19)를 경신했다.
“대세를 따르기보다는 소신을 가지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시장을 판단했기 때문에 예측이 맞았다고 생각해요. 쏠림현상이 있을 때일수록 더 꼼꼼하게 사안을 따져보는 분석가들이 필요합니다.”
홍 이사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어떤 신호가 중요한지를 탐색하고 구분하는 것이 이코노미스트나 애널리스트에게 필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신을 가지고 데이터를 꼼꼼하게 분석하더라도 백발백중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때문에 그는 승률이 1%만 오르더라도 만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모든 사람에게 한번쯤은 슬럼프가 오기 마련인데 잘 극복하려면 특히 멘탈관리가 중요해요. 끊임없이 예측을 하는 직업이다 보니 한번 틀리기 시작하면 슬럼프에 빠지기도 쉽죠.”
이코노미스트는 소위 ‘득점기계’가 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잘못된 통계의 착시에 빠져 전망이 계속 틀릴 때가 있는데, 바로 이때가 이코노미스트에게는 슬럼프다. 증권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이지만 그 역시 슬럼프를 피하기는 어렵다고.
“슬럼프를 피할 수 없으니 최대한 어제에 발목 잡히지 않고 다시 ‘무’(無)로 돌아가 오늘을 분석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사실 요즘에도 고객의 질책 한마디에 밤잠을 설치곤 해요.”
◆1년에 200권 책읽는 노력파
홍 이사가 지금까지 이코노미스트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선배들을 만난 덕분이다. 그는 특히 김한진 KTB투자증권 상무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을 전했다. 또한 선배들이 자신에게 그랬듯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선배로 남고 싶다고 한다.
“항상 후배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또 이코노미스트라는 직업이 부끄럽지 않도록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매일 노력할 것입니다.”
홍 이사는 1년에 책을 200권가량 읽는다. 혹자들은 국내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라고 말하지만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좋은 책과 자료를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중에 30~50권의 책은 여러 사람에게 소개하기 위해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다.
“진부한 것과 다른 시기의 것을 연결하면서 새로운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많은 책과 자료를 두루 섭렵해 바탕을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전산을 전공한 아내의 도움으로 1999년에 남들보다 일찍 블로그를 시작했다는 홍 이사. 처음에는 평범한 블로그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개인 라이브러리로 성장했다. 또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책과 분석 자료를 소개하고 공유하면서 블로그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장이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주식투자나 경제전망 관련 서적의 개정판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다 보니 20년 후에는 제가 쓴 책의 개정판을 내는 게 꿈입니다. 그리고 현업에서 물러나더라도 블로그를 계속 운영하면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3호(2018년 3월28일~4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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