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명과 보건에 직결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제약산업은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미래 주력산업 중 하나다. 고령화 가속화와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성장성도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국내 제약시장은 내수 소비 둔화, 약가규제, 과당 경쟁 등의 영향으로 대체적으로 성장이 정체됐다. <머니S>가 2018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제약사를 집중 조명했다.<편집자주>

국내 제약시장은 빠른 고령화사회 진행에도 소비 둔화와 지속적인 약가규제로 이전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2~2016년) 국내 제약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3.1%로 나쁘지 않지만 상·하위 제약사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이에 여러 제약사가 성장 정체를 극복하고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신약개발과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들.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 R&D 확대-신사업 진출 박차

유한양행은 신약개발에 오랜 시간과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명이라는 방침 아래 최우선적으로 R&D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R&D 투자금액은 1033억원으로 2016년 864억원 대비 20%가량 증액됐으며 올해는 11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또한 다양한 R&D 파이프라인 확보와 신사업 기회 창출을 위한 외부 전략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 바이오니아·제넥신 등 바이오벤처의 활발한 지분 투자를 통해 원천기술 확보와 R&D 파이프라인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는 축산백신 R&D 전문사인 바이오포아와 임플란트 전문사 워랜텍에도 투자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5년 초 9개였던 유한양행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은 현재 19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와 함께 유한양행은 건강기능식품, 뷰티&헬스분야 등 신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약과 음식의 근원은 하나라는 ‘약식동원’의 관점에서 지난 몇년간 시장조사와 개발 준비과정을 거쳐 올 초 푸드&헬스사업부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섰다.

또 뷰티&헬스와 관련된 사업을 고객의 관점으로 트렌드에 맞춰 진행하고자 지난해 5월 뷰티사업 전문기업 유한필리아를 설립하고 같은 해 11월 첫 브랜드로 유아용 스킨케어브랜드 ‘리틀마마’를 선보였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토털헬스케어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건강기능식품, 뷰티&헬스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들이 신약개발을 위한 화합물 약효평가 스크리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종근당
◆종근당= 4차 산업혁명 시대 퍼스트 무버 노린다

“올해는 R&D 투자 확대를 통해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글로벌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겠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올해 경영목표를 제시하며 신약개발과 글로벌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종근당은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매년 10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있으며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신규 임상승인 건수가 국내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신약,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도 확보했다.

R&D에 대한 종근당의 노력은 신약과 개량신약 등 우수한 제품 개발로 이어져 ‘듀비에’, ‘텔미누보’ 등 자체개발 제품들이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최근 2년 동안 국내 처방 의약품시장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종근당은 올해도 연구개발에 속도를 높여 혁신신약 개발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계획이다.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CKD-11101’이 임상3상을 완료해 올해 국내 허가를 앞뒀고 자가면역질환치료제 ‘CKD-506’, 헌팅턴증후군치료제 ‘CKD-504’가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어서 글로벌 신약 탄생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종근당은 앞으로 플랫폼 기술인 히스톤아세틸화효소(HDAC)를 표적으로 하는 다양한 합성신약과 항암, 면역질환, 희귀질환분야의 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한 개발 중인 신약, 바이오의약품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제재기술, 약물전달시스템(DDS) 연구에 속도를 높여 미래 먹거리 창출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혁신신약, ‘희귀질환·난치성암’까지 확대

국내에 R&D 붐을 일으킨 한미약품은 막대한 R&D 투자액(지난해 1707억원)을 발판으로 신약개발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강화하고 있다.
신약 파이프라인은 당뇨·비만부터 항암, 자가면역질환까지 다양하다. 특히 최근에는 희귀질환 및 난치성암으로 치료영역을 확대해 다양한 국내외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비알콜성지방간염치료제를 비롯해 선천성 고인슐린증·단장증후군 등 희귀질환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난치성암분야에서 기존 급성골수성백혁병치료제의 내성을 극복하는 차세대 약물 ‘HM43239’을 개발 중이다. HM43239는 올해 임상1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현재 7개의 당뇨·비만신약, 11개의 항암신약, 1개의 면역질환치료신약, 3개의 희귀질환치료 혁신신약 등 총 24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이 중 다수의 신약이 사노피·얀센·제넨텍·스펙트럼 등 글로벌 제약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 최초 글로벌 신약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는 “신약개발은 제약사의 사명이자 숙명”이라며 “질병으로 고통받는 전세계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또 한국의 제약강국 도약을 위해 끊임없이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광동제약= 균형 잡힌 사업포트폴리오 강점

광동제약은 올해 제약·음료부문, 신규사업의 동반 성장을 통해 이익을 재투자하는 선순환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광동제약의 성장세는 제약부문에서 가장 뚜렷하다. 최근 3년간 연평균 23품목의 신규 의약품을 출시했다. 일반의약품 부문은 ‘경옥고’, ‘우황청심원’ 등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과 새롭게 성장하는 품목이 조화를 이뤄 좋은 성과를 냈다.

전문의약품 중에는 비만치료제 ‘콘트라브’가 국내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GSK의 백신 유통 등을 통해 매출 신장을 이뤄내고 있다.

음료부문 역시 지속 성장 중이다. 지난해 말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소매용 위탁판매 재계약에 성공한 ‘제주삼다수’를 비롯해 회사의 대표 건강음료인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등도 소비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의 다양한 사업부문 동반 성장은 각종 경영환경의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성공전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동제약 중앙연구소. /사진=일동제약
◆일동제약= 고객가치 중심 혁신 지속

일동제약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이자 대한민국 28호 신약인 만성B형간염치료제 ‘베시보’ 개발에 성공해 11월에 발매했다. 베시보는 임상시험에서 1위 제품인 ‘비리어드’ 대비 동등한 효과는 물론 부작용을 개선한 것을 입증했다.
또한 고혈압치료3제복합제 ‘투탑스플러스’, 건강기능식품 ‘마이니’ 20여종, 히알루론산 의료용필러 ‘네오벨’ 등 다양한 신제품을 발매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동제약의 올해 3대 경영방침은 ‘품질 최우선’, ‘계획대로 실행’, ‘경영효율성 증대’다. 고객가치 중심 혁신활동을 지속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영업·마케팅 측면에서는 순항 중인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 컨슈머헬스케어분야 외에 만성질환 영역의 전문의약품분야를 집중 육성해 종합헬스케어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신약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동제약은 최근 5년 평균 연매출액의 약 11%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전체 직원의 약 14%(200여명)를 R&D 인력으로 채우는 등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일동제약은 베시보 외에도 황반변성 등 망막질환치료제 루센티스 바이오베터 ‘IDB0062’, 전이성대장암 등에 병용하는 항체치료제 아바스틴 바이오베터 ‘IDB0076’ 등 다수의 유망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중외제약=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가속화

JW중외제약은 올해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 상위단계 진입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하고 제제·원료분야의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사업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JW중외제약은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1992년에는 로슈그룹 산하의 쥬가이제약과 공동으로 국내 최초의 합작법인인 C&C신약연구소를, 2000년에는 미국 시애틀에 화학 유전체학 전문 연구기관인 JW Theriac을 차례로 설립했다.

이러한 한·미·일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연구초기 단계에서부터 혁신신약 타깃 발굴과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신약개발에 초점을 맞췄으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독창적인 ‘코어 테크놀러지 플랫폼’도 구축했다.

특히 JW중외제약은 Wnt 신호전달분야에 특화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통해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세포의 증식과 재생을 조절하는 Wnt분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수만여 종류의 화합물 라이브러리인 ‘쥬어리’와 Wnt 신호전달 경로의 활성 및 저해를 구별할 수 있는 독창적인 스크리닝시스템(화합물 유효성 예측)을 원천기술로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R&D프로젝트는 암세포의 성장과 암 줄기세포에 관여하는 Wnt/β-catenin 기전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 ‘CWP291’로 현재 급성골수성백혈병, 다발성 골수종에 대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올해 급성골수성백별형에 대한 임상 1b상을 완료하고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2상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동국제약= 코슈메슈티컬분야서 새 먹거리 창출

동국제약은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화장품에 제약·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기능성 화장품(코슈메슈티컬)시장에 진출했다. 2015년 4월 식물성분 ‘센텔라 정량추출물’(TECA)이 들어간 화장품브랜드 ‘센텔리안 24’를 론칭, 대표 제품인 ‘마데카 크림’ 등의 제품라인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센텔리안24는 48년간 식물성분을 연구개발한 동국제약의 노하우가 집약된 고기능성 화장품브랜드로 센텔리안은 센텔라아시아티카 성분이 함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24라는 숫자는 24세 여성 피부를 지향하면서 피부를 24시간 촉촉하게 유지해 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동국제약은 센텔리안24를 코스메슈티컬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세럼·로션 등 기초케어 라인부터 선크림, 바디제품, 남성라인 옴므까지 제품군을 확대하며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유통망에 있어서도 기존의 홈쇼핑뿐만 아니라 면세점, 백화점, 할인점 등 오프라인채널과 자체 쇼핑몰 및 다양한 온라인채널에도 입점해 소비자의 구매 편의성도 향상시켰다. 또한 일본·대만 등 해외에도 수출 중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매출도 급성장 중이다. 센텔리안24는  2015년 출시 후 1년 만에 누적판매 100만개를 돌파했으며 2016년 400억, 2017년 500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동국제약은 유럽과 미국·중국 등에도 진출하기 위해 ‘마데카 크림’과 ‘더마 마스크’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 절차를 마쳤고 마데카 크림의 중국 위생허가 취득과 프랑스 피부전문 임상기관인 IEC에서의 임상시험 등을 완료했다.

동국제약 헬스케어사업부 관계자는 “TECA는 이미 국내외 다수의 특허 및 논문을 통해 효능과 효과를 인정받은 성분으로 고기능성 화장품 등 상품 개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깐깐하게 선정한 원료와 오랜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여성들의 복잡한 피부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6호(2018년 4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