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 '젊다방'에서 소통하는 임직원들.
“혁신은 서로 다른 생각과 배경의 사람들이 같은 공간서 자주 마주치고, 부대끼고, 협업하는 중에 저절로 나온다.”
세계 최대 온라인 신발 사이트 ‘자포스’(Zappos)의 CEO 토니 셰이의 말이다. 그는 1인당 직원 공간을 줄였다. 또 벽과 기둥을 없애 구성원들의 ‘우연한 만남’이 자주 발생하도록 설계했다. 개인공간을 줄이는 대신 공용공간을 확보하자 직원들의 소통은 보다 자연스러워졌다. 사소한 대화는 아이디어를 낳았고 결국 성공의 발판으로 이어진 것.

국내에도 ‘우연한 만남’을 설계해 사내 소통을 이끌어 성장한 기업이 여럿 있다. 카카오·여기어때·직방이 대표적인 사례다.


카카오에는 ‘커넥팅스텝’이 있다. 사내 7층과 8층을 연결하는 계단에 소파 등을 조성해 놓았다. 층별로 단절될 수 있는 구성원을 중앙으로 잇는 ‘허브’인 셈이다. 또 8층에는 무료로 빵과 음료를 즐기는 일명 ‘빵굼터’가 있다. 직원들은 자투리 휴게시간에 이곳 소파와 테이블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갖게 된다. 

여기어때는 직원 300여명이 건물 9개층을 나눠쓴다. 그럼에도 직원간 소통은 원활하다. 이들 직원 대부분은 하루 1번 이상은 서로 만나게 된다. 비밀은 11층의 사내카페 ‘젊다방’이다. 전문 바리스타가 내리는 커피와 다양한 음료를 즐기는 공간이다. 또 팀 회의와 외부 손님 미팅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층별 사무공간에도 비밀이 있다. 전직원이 후문 사용을 자제하는 대신 정문으로만 다니는 암묵적인 사내 질서를 지킨다. 직원간 ‘우연한 만남’을 늘리기 위해 정책이다. 같은 문으로 출입하는 직원들이 자연스레 테이블에 앉아 부서별 동향과 가벼운 정보를 공유한다.

직방은 한 개 층의 사무실에 모든 구성원이 모여 일한다. 지난해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내린 결정이다. 한 공간이 ‘우연한 만남’을 설계하기 좋다는 이유에서다. 사무실 가운데는 ‘마을회관’이라고 부르는 장소가 있다. 양쪽 사무공간의 중앙에서 서로를 잇는 마을회관은 소파와 음료가 준비된 휴식공간임과 동시에 ‘퀵 미팅’의 장이기도 하다. 또 마을회관답게 보름에 한 번씩 타운홀 미팅이 열린다.


과거와 같은 사무실 환경에서는 구성원이 스스럼없이 어울릴 만한 분위기 만들기가 어렵다. 각각 다른 업무를 맡은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이려면 업무공간을 단순 상각 자산이 아닌, 성장을 위한 전략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