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주택수요 분산을 위해 개발한 2기신도시 파주 운정. 서울 광화문에서 버스를 타면 한시간 안에 도착하지만 막상 출퇴근시간에는 왕복 서너시간을 잡아야 한다. 서울과 잇는 거의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 광역버스인 데다 출퇴근 때는 사람이 붐벼 최대 한시간을 기다린다. 낮에는 텅빈 정류장에 혼자 있다가 버스기사가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다시 30분을 기다리는 일도 있다. 지하철이 있지만 대부분 아파트단지에서 도보로 한시간 이상 거리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3기신도시를 또 건설한다고 하자 2기신도시 주민들이 반발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 서울과 1기신도시 사이에 3기신도시 4~5곳을 선정해 주택 2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기신도시는 가급적 광역교통대책을 포함해 택지를 발표함으로써 그 지역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불안감을 없애주겠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11일 국토부는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과 함께 '수도권 광역교통 개선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열어 교통환경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1기신도시의 경우 분당, 평촌 등은 서울수요 이전에 성공한 반면 일산, 부천 등은 집값 격차가 커 수도권 내 양극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수도권 신도시를 개발하려는 이유는 서울 집값안정이지만 실제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는 효과가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뉴스1

◆교통환경 좋아지면 서울 뜰까
3기신도시 후보로 거론되는 과천, 시흥, 남양주, 하남, 광명 등은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이 계속됐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감에서 "교통환경이 나쁜 곳에 집을 짓는다고 서울 사람들이 이사와서 살 것 같느냐"고 반문하며 "주민들의 반발이 심각하다"고 질타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파주 운정, 김포 한강, 인천 검단 등 2기신도시도 집값 하락을 우려해 3기신도시 건설에 반대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신도기 지정을 원하는 주민과 지자체도 있다"면서 "이들과 잘 협의해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의 수도권 교통상황을 평가해 광역철도(GTX 등), 도로, BRT 버스, 환승센터 등의 통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런 교통환경 개선으로 서울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느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 교통대책이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되더라도 일부 서울수요를 분산시킬 수는 있지만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 강남 등의 집값이 많이 오른 이유는 직장과 학교가 가까워서라 수도권 신도시의 교통환경이 불편하다 보니 서울을 벗어나지 않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신도시 기반이 확충돼 교통이 편리해지면 이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서울 집값문제는 별개의 성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주택 실수요자라면 더 넓은 집을 갖기 위해 출퇴근 거리를 포기하고 이사할 가능성이 있지만 서울 집값폭등은 부동산투자와 투기에 의한 현상이므로 수도권이 아무리 좋아져도 서울 부동산가치를 떨어뜨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