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는 돼지, 돈 되는 돼지-상] '비만인구' 노리는 시장
# 직장인 한동우씨(38)는 새해 첫날 헬스장에 등록했다. 입사 후 5년간 체중이 10㎏ 이상 불어나 매일 아침 정장바지 단추를 잠그기 힘들어서다. 헬스장에 들어선 한씨는 스트레칭을 10분하고 러닝머신 15분을 달린다. 앉았다가 일어서는 운동을 30회, 누워서 다리들기 20회, 엎드려 상체올리기 20회를 3번씩 하고 다시 러닝머신을 달린다. 짧은 시간에 고강도로 운동하는 크로스핏이다. 야식을 먹는 게 유일한 낙이던 한씨는 크로스핏을 마치면 수저를 들 기운도 사라진다. 지인들은 “돈 주고 사서 고생한다”고 핀잔을 주지만 점점 사라지는 뱃살을 보면 기분이 짜릿하다.
# 교사 박수진씨(30)는 홈트(Home+Fitness)족이다. 시간제약 없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집에서 운동을 즐기는 유형이다. 하루 종일 강단에 서서 일하는 박씨는 동영상으 보고 다리운동을 따라한다. 요가매트 위에서 단단하게 뭉친 다리근육을 풀어주면 하루의 피곤이 금세 날아가는 기분이다. 박씨는 “겨울에는 밖에서 운동하기 어려운데 집안에서 운동을 하면 주변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몸매를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살과 전쟁선포, 먹고 뛰고
2013년 7조원대로 추산되던 다이어트산업은 지난해 말 10조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다이어트의 먹거리인 샐러드·냉동과일 신선식품시장은 2008년 600억원대에서 2017년 1100억원대로 성장했다. 간편식의 끝판왕 시리얼바(다이어트바·에너지바)시장 규모도 2017년 약 493억원으로 전년(410억원)보다 19.6% 커졌다. 지난해 9월 기준 373억원 수준으로 연초 5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비만인구를 겨냥한 운동산업도 몸집이 불어났다. 전통적인 운동 모임장소인 헬스장은 개인트레이닝(PT) 전문으로 변신했고 필라테스와 요가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도 추가됐다.
최근에는 첨단 기계가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스마트 헬스케어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심장박동, 혈당량 등 생체신호를 측정해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웨어러블 장비 등이 남성의 눈길을 끈다. 최근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선명한 복근을 쉽게 만들어준다”며 운동보조 기구를 광고하자 해당 제품은 국내 론칭 2년 만에 30만개가 판매됐다.
비만인구를 치료하기 위한 의학산업도 활황이다. 고도비만인들은 단순비만과 달리 식이요법이나 운동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워 약물치료나 수술까지 진행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1조4679억원을 웃돈다. 정부는 이달부터 치료목적으로 시행하는 모든 고도비만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고도비만 인구 비율은 2015년 기준 5.3%로 2030년에 9%에 이를 것”이라며 “아동과 청소년의 비만이 빠르게 늘어 젊은층을 겨냥한 다이어트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유불급’ 부작용 주의보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다이어트 방법만 수백만개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국내 다이어트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버터와 치즈, 삼겹살 등 고지방식품의 품귀현상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초 마이너스 19%로 역성장을 면치 못했던 버터는 41% 매출이 증가하고 치즈와 삼겹살도 10% 이상 판매가 늘었다.
문제는 잘 알려진 다이어트 방법의 부작용이다. 대표적인 고지방 다이어트는 인슐린 자극이 적어 체중감량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시간 복용 시 장결석·근육위축·우울증·미네랄 결핍·성장발달 지연·골다공증·부정맥·췌장염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학계에선 극단적인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고지방 다이어트에 찬반논쟁이 한창이다.
다이어트 보조식품 역시 부작용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다이어트 보조제 등의 이상사례 신고 건수는 한해에 100건 가까이 꾸준히 접수됐다. 다이어트 보조제 이상사례 신고 건수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92건이 접수됐고 지난해에는 8월까지 72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곳곳에서 다이어트 보조제 복용 후 소화불량, 체중증가, 가려움, 어지러움, 배뇨곤란, 가슴통증 등 증상이 발생했고 고열과 두통을 동반한 피해사례도 속출했다.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단기간 급격하게 살을 빼는 다이어트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리한 운동과 식이요법은 각종 부작용은 물론 강박관념을 만들어 장기적인 다이어트를 유지하기 어렵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비만 치료는 쉬운 길도 지름길도 없다”며 “무리한 목표보다 자기 현재 체중의 10% 내외로 목표를 세우고 한달에 2~4㎏ 체중을 감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1. 다이어트 목표 세워라
2. 다이어트도 함께, 전우를 찾아라
3. 음식은 두끼를 세끼로 나눠 먹어라
4. 짜고 기름진 음식은 NO, 입맛은 자연식으로 바꿔라
5. 잠자기 3시간 전에는 먹지 말자
6. 술과 담배를 멀리하라
7. 틈나는 대로 많이 빠르게 걷자
8. 바빠도 시간을 내서 운동하라
9.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해소하라
☞ 본 기사는 <머니S> 제574호(2019년 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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