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대선배 마르셀루를 밀어내고 최근 레알 마드리드의 왼쪽 풀백 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신예 세르히오 레길론. /사진=로이터

2007년 레알 마드리드의 홈 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입성한 마르셀루는 약 10여년 간 레알의 왼쪽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 등과 함께 만들어가는 그의 오버래핑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특히, 2016-2017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선보였던 놀라운 어시스트는 그가 왜 역대 풀백 중 최고의 공격력을 지닌 선수로 꼽히는지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호날두가 이번 시즌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그의 공격력은 크게 반감됐으며,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수비 문제는 더 크게 부각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르셀루다. 소속팀 레알 역시도 공격수들의 부진에 따른 빈공과 함께 수비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내며 프리메라리가(라리가) 순위가 5위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경질된 후 레알의 소방수로 임명된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은 마르셀루를 과감히 벤치에 앉히고 대신 세르히오 레길론을 기용했다. 팀에 숱한 우승트로피를 안겼던 핵심 멤버 대신, 임대로 2부 리그를 전전했던 유망주를 출전시키는 결정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레길론은 예상외로 빠르게 적응하면서 점차 주전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솔라리 감독은 팀 내 오른쪽 풀백 자리에 또 한 명의 강력한 오버래핑을 자랑하는 다니 카르바할이 배치된 만큼 레길론을 통해 왼쪽 측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레길론 역시 지나친 오버래핑을 자제하는 대신, 팀의 뒷공간을 빠르게 커버하는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최근 레길론은 지난 7일 FC 바르셀로나와의 스페인 국왕컵 4강 1차전을 제외하고 꾸준하게 선발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이며 솔라리 감독의 강한 신임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라리가 더비 매치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팀의 3-1 승리에 공헌했다. 솔라리 감독은 경기 후 “그는 레알 유스팀 선수들에게 훌륭한 본보기다”라며 그의 활약에 만족함을 드러냈다.


오는 14일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만나게 되는 아약스는 전방 압박과 역습이 뛰어난 팀이다. 뒷공간을 포착하면 어떤 변수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는 팀이다. 지난해 12월 바이에른 뮌헨도 아약스에게 3-3 가까스로 무승부를 거뒀다. 토너먼트 무대서는 예기치 못한 이변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솔라리 감독도 안정적인 경기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전 경쟁에서 밀린 마르셀루는 유벤투스 이적설이 나오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요한 챔피언스리그 경기서도 레길론이 선발 출전 기회를 잡는다면 레알의 왼쪽 풀백 세대교체는 생각보다 이른 시간 내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