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인 EMW 주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 이슈로 공기청정기 관련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공기청정기 ‘클라로’로 유명한 EMW는 거래가 정지돼 수혜를 받기는 커녕 상장 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 회사는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때 아닌 의결권 대결을 앞두고 있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두 인물은 이 회사 창업자인 류병훈 전 대표와 이 회사에서 20여년간 영업을 맡아온 양일규 현 대표. 일견 ‘집안싸움’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류 전 대표의 60억원 횡령 혐의로 문제 촉발

문제의 발단은 공시 한줄이다. EMW는 지난해 9월18일 류 전 대표의 횡령 혐의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서울중앙지검이 비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서 류 전 대표가 60억원 규모의 횡령 혐의가 있다는 점을 발견해 재판에 넘긴 것이다.


류 전 대표의 첫 번째 공판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류 전 대표 측은 횡령 혐의와 관련해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하면서 2~5개월 만에 이 금액을 모두 변제했다고 밝혔다. 법리적으로 불법영득의사가 없어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 공판 후 류 전 대표는 본지 기자에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며 “3개월이면 모두 마무리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번째 공판은 증인의 출석 문제로 특별한 내용 없이 끝났다.

EMW는 이 사건으로 거래가 정지됐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 회사의 개선계획서를 제출 받은 후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기심위가 기업의 상장 유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종합적인 사업 지속성을 중요하게 보는데 EMW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거래소가 EMW에 요구한 핵심요소는 ▲경영 투명성 확보 방안 ▲사업 지속성 증명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의 ‘경영개선계획 작성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사유 중 경영투명성 부문에서 문제를 제기한 경우 최대주주 변경, 경영진 교체 및 내부통제제도 개선 등 향후 경영투명성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류 전 대표는 기소당한지 한달여만인 지난해 10월10일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 자리는 양 대표가 메꿨다. 양 대표는 1999년 EMW에 입사해 영업을 담당해왔던 인물로 이 회사의 주요 거래처를 전담했다. 양 대표의 선임은 류 전 대표의 횡령혐의로 거래정지 등 부정적인 이슈가 주요 거래처와의 거래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자구책으로 보인다.

이때까지는 류 전 대표의 차명 대출 사실이 법리상으로 횡령죄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경영권 분쟁 비화… 일반 직원이 대표 맡은 배경

현재 EMW 현 경영진은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모으고 있다. 류 전 대표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서다. 류 전 대표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 6명을 추천했는데 이는 경영 투명성 문제로 상장 유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올 들어 EMW의 경영상황은 급변했다. 이 변화가 시장 투자자들에게 전달된 것은 지난 2월21일이다. 이날 류 전 대표가 양 대표와 앞서 해임된 안정석 전 대표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공시됐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22일 EMW는 류 전 대표에 대해 17억원의 횡령 혐의가 추가로 있다고 공시했다. 현 경영진과 최대주주가 세운 대립각이 소액주주들도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양측을 살펴보면 EMW 현 경영진은 모두 이 회사 직원 출신으로 보유 지분은 사실상 없다. 반면 류 전 대표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EMW의 지분 18.34%를 가진 최대주주다. 류 전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 외에도 우호지분까지 총 약 27%의 지배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 경영진은 보유 지분도 없으면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이유를 "상장 유지 때문"이라고 밝혔다. 거래소가 EMW에 경영 투명성을 요구하며 류 전 대표를 배제하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류 전 대표가 횡령 혐의로 기소되며 기존의 회계법인이 아닌 타 회계법인으로부터 포렌식으로 감사가 진행됐다. 이 회사는 이 과정에서 류 전 대표와 관련한 불법적 소지가 있는 거래를 다수 발견돼 고발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양측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악화한 것은 사측에서 류 전 대표에게 사용하던 집무실을 비우라 요구한 일이 주효했다. 공식적으로 회사 직책을 맡지 않은 류 전 대표에게 회사가 편의를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류 전 대표 입장에서 보면 눈앞에서 회사를 뺐기고 고소까지 당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양측은 주주들을 사이에 놓고 ▲부동산 개발 ▲불법 이사회 ▲잔금일자 ▲저가매각 등을 문제로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갈등은 이달 열린 류 전 회장에 대한 세 번째 공판에서 공식화했다. EMW측 변호인은 류 전 대표 뿐만 아니라 증인으로 출석한 정병귀 전 CFO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대해 캐물었다. 이전까지 공동대응을 하던 류 전 대표와 EMW가 서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 공판이 있고 며칠 후 EMW는 감사과정에서 발견된 류 전 회장의 불법 가능성이 있는 거래에 대해 2번째 고발을 했다.

양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EMW의 주요거래처인 S사는 현재 류 전 회장의 기소건과 이 회사와의 거래를 별개로 보고 있다. 다만 현 상황에서 경영진 교체가 잇따르고 사업 지속 가능성이 우려될 경우 합리적 판단에 따른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EMW 현 경영진은 이런 사정을 알리고 의결권을 모으기 위해 앞서 4차례의 주주간담회를 열었고 오는 24일 5차 주주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간담회는 주총 전 마지막 간담회로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관련 세부적인 내용도 공유될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표는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류 전 대표와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고 상당한 친분이 있다”며 “(류 전 대표를 배제하는)이런 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류 전 대표는 입장이 다르다. 양 대표 등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내놓으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EMW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양측의 협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양새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는 어려워 보인다. 

양측은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각자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는 등 의결권 모으기에 돌입했다. 류 전 대표는 본지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지금은 응할 마음이 없다"며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