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균 힐링법률사무소 변호사. /사진=한아름 기자


“공사장에서 5년간 일하며 크고 작게 다친 동료들을 봤습니다. 의료분쟁에 휩싸인 동료들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의료전문변호사의 꿈을 키웠습니다.”
홍영균 힐링법률사무소 대표(51)는 대한변호사협회가 공인한 ‘1호’ 의료전문변호사다. 그러나 의료전문변호사가 되기 전 공사장 설비업체에서 근무한 이력이 눈길을 끈다. 가정환경이 어려웠던 그는 위험하더라도 돈이 되는 일이라면 주저하지 않았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뙤약볕에서 공사판의 분진을 뒤집어쓰며 일을 했고 이때 동료들의 아픈 모습을 보면서 의료전문변호사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치료를 받아도 재발하거나 심한 경우 합병증까지 발생했지만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야겠다는 포부를 키워나갔다.

◆의료분쟁, 어려운 만큼 보람도 커


그는 늦깎이 서강대학교 법대생으로 진학하며 의료전문변호사의 길을 닦았다. 의료전문변호사는 의료사고 관련 사건을 100건 이상 담당해야 대한변호사협회가 인정한다. 이후 2003년 법무법인 한강에서 의료소송을 맡으면서 전문성을 키워왔다. 홍 변호사는 1년 만에 수석변호사로 승진했고 2008년 힐링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의료소송이라는 불모지에서 ‘가뭄의 단비’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의료전문변호사라는 타이틀에 ‘100%’ 만족합니다. 믿었던 의료진의 배신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억울함을 덜어주면서 성취감을 얻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에 병원과 의료진이 내린 처분의 의미를 알기 어렵다. 게다가 현장에서 가장 적절한 처치를 했다고 주장하면 피해자는 이를 의학적으로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홍 변호사는 “의료분쟁은 교통사고 등 일반적인 사고에 비해 피해와 관련 변수가 제각각이어서 계량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소송과정에서 환자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지만 어려운 만큼 다른 소송을 수행했을 때보다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의료분쟁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홍 변호사가 있어 용기를 얻는다. 홍 변호사는 의료소송을 진행하기 어려운 피해자들을 위해 2012년부터 중재원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재원에서 그가 맡는 분야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으로 출산 중 문제가 생겨 산모나 신생아가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는 사건이다. 홍 변호사를 비롯한 의료전문변호사들ㅎ 활약 때문일까. 중재원에 따르면 의료분쟁 상담은 최근 5년간 연평균 9.6%, 조정신청은 연평균 11.5% 늘었다. 특히 조정신청의 경우 최근 2년간 20% 이상의 가파른 증가율을 보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승소율 1%… 의사 관행 탓
“대부분 피해자는 법원의 판단 액수가 변호사 선임료에 미치지 못할 것을 우려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합의하는 등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소송을 검토했지만 변호사 선임료 등을 고려했을 때 경제적 부담이 만만찮다고 판단한 거죠.”

의료분쟁은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환자 측이 승소하기 가장 어려운 사건으로 평가된다. 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당장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의료소송은 일부 승소율이 5% 남짓이고 전부 승소율은 1%가 채 안된다. 홍 변호사가 담당한 의료소송 중 승소한 케이스는 100건 이상이지만 그중 100% 승소는 단 2건에 불과하다.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진단서를 받기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 뒤에는 의료소송 같은 분쟁에 휘말리는 게 부담스럽고 동료 의사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 의료계 관행이 있습니다.”

홍 변호사는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인 ‘감정’에서 생기는 애로사항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의사출신 변호사가 피해자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진료행위에 대한 다른 의료진의 의견서는 판사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놨다.

홍 변호사는 의료분쟁 피해자의 억울함을 달래기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석면피해구제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사회봉사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석면건강영향조사 결과에 따른 석면질환 피해자를 관리하는데 전담 변호사를 두고 법률상담 및 지원, 권리보호활동 등을 수행한다.

홍 변호사는 “그동안 의료분쟁 피해자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그들의 상처를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 분야에 정진해서 합리적인 의료체계가 만들어지는데 일조하겠다. 그날까지 항상 배운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9호(2019년 7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