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DB
# 주부 박모씨(44)는 얼마 전 한 대형마트를 방문했다가 두 눈을 의심했다. C사 인기과자 10봉 가격이 3030원이어서다. 박씨는 "과자 2~3봉 가격에 10개를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득템한 기분"이라면서도 "너무 싸서 혹시 문제가 있는 상품이 아닌가라고 생각될 정도"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식품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는 종종 장바구니에 원하는 만큼의 상품을 담는 '골라담기 행사'를 진행한다.

소비자들이 이 행사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싼 가격에 다량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간혹 일부 소비자들은 혹시 문제가 있는 상품이 아닌가란 의심을 하는 경우가 있다. 마트 골라담기 행사는 어떻게 열리는 것일까.


◆과자, 과일 '싸게 담기' 열풍

위 사례에 나온 골라담기 행사는 한 대형마트가 크라운해태 브랜드 과자들을 활용해 기획한 이벤트다. 실제 가격은 10봉에 3030원이 맞다. 하지만 이 골라담기용 과자는 시중에 판매 중인 과자랑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인기 과자인 '죠리퐁'의 경우 현재 74g 제품이 1000원대 가격에 판매된다. 하지만 골라담기용 죠리퐁의 용량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적다.

'땅콩샌드' 등도 시중 판매 중인 제품 용량보다 훨씬 적다. 용량을 낮춘만큼 단가를 낮춰 10봉 3030원이라는 가격대가 만들어진 셈이다. 10봉에 3030원이면 1봉당 303원 수준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용량이 적은 제품이라는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10봉에 3000원대 가격이면 득템이라는 생각에 구매를 진행하는 소비자가 많다.

크라운해태제과 관계자는 "용량이 적은 이벤트성 기획상품으로 평소에는 구매하기 어렵다"며 "특정 채널과 협업해 진행하는 일회성 상품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골라담기 행사는 수년전부터 대형마트나 식품관, 소셜커머스에서 수시로 진행하는 마케팅 중 하나다. 특히 이마트는 롯데제과와 협업해 과자를 특정 박스에 원하는 만큼 담아 판매하는 '럭키스낵' 행사를 수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이때는 시중에 판매 중인 정량 제품을 담게 했다. 소비자는 원하는 과자를 제공된 박스에 담는다. 박스가격은 행사 때마다 상이하다.
럭키스낵에 참여한 고객들의 모습./사진=SNS 캡처

지난 5월 진행된 무한담기 박스의 가격은 1만9800원이었다. 1000원대 과자 20봉 이상을 담으면 본전 이상을 챙길 수 있다.
골라담기 행사는 비단 과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5월에는 롯데마트가 키위, 햇감자 등을 담아 할인판매하는 ‘통큰 담기’ 행사를 열었다. 업체들은 점점 라면, 아이스크림, 과일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골라담기 이벤트를 진행하는 추세다.

◆'골라담기' 꾸준히 시행되는 이유

이처럼 업체들이 골라담기 행사를 꾸준히 실시하는 이유는 고객들의 반응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럭키스낵 행사는 SNS상에서 과자 50개, 100개를 담은 소비자 인증샷이 꾸준히 올라오며 고객 사이에서 인기 이벤트로 자리를 잡았다. 해당 게시물을 본 사람들은 '나도 도전해볼까'란 생각으로 마트를 찾게 된다. 


애초에 수익을 목표로 한 기획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마트에서도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상품을 '득템'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함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행사들이 열리는 배경은 소비자들이 점점 대형마트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서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매장 중 유일하게 매출이 3.6% 감소했다. 편의점(8.4%)과 백화점(2.7%), SSM(1.0%)의 매출이 모두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상품을 싸게 파는 것보다 골라담는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고객만족도를 더욱 높이는 방법"이라며 "골라담기 행사는 대형마트들이 상반기 초저가 전략으로 고객몰이를 한 것과 유사한 마케팅 전략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