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 위치한 한 편의점 담배판매대./사진=김정훈 기자
# 편의점주 정모씨는 요즘 일본담배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반일정서 확산 분위기로 일본담배를 계속 팔아야 하는지 고민이 돼서다. 그는 지난달 일본맥주를 모두 매대에서 뺐지만 일본담배는 여전히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정씨는 "일부 손님이 아직 일본담배 파네요"라고 물을 때면 괜히 눈치가 보일 때가 있다"며 "하지만 일본담배 매출비중이 적지 않아 무작정 빼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수출규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편의점주들이 일본담배 판매여부를 두고 고민한다. 불매운동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고자 일본제품을 조금씩 판매대에서 빼고 있지만 일본담배는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아 불매제품으로 분류하기 어려워서다.
◆"충성구매자, 여전히 많아"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인기 일본담배는 메비우스(구 마일드세븐), 카멜, 세븐스타 등이다. 특히 흡연자들 사이에서 메비우스는 과거 '마일드세븐' 시절부터 인기가 많았다.

현재도 메비우스는 편의점 담배판매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 카멜 역시 특유의 담배맛으로 찾는 사람들이 꾸준하다는 것이 점주들의 이야기다.


한 편의점주는 "나도 애연가지만 한번 핀 담배를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며 "불매운동 분위기에도 메비우스나 카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여전히 이 담배를 구매한다. 특히 메비우스 스카이블루는 우리 점포에서 담배 매출 1위 제품"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사히 등 일본맥주는 대표적인 불매제품으로 꼽히며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업계 1위 편의점 CU에서는 7월 한 달간 일본 맥주 매출이 전월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찾는 사람이 적다 보니 점주들도 자연스럽게 일본맥주를 매대에서 빼는 추세다. 또한 지난달 편의점 본사들은 8월 맥주할인 프로모션에서 일본맥주를 제외시켰다. '이 시기에 일본맥주 할인행사를 해야 하나'라고 걱정하던 점주들은 본사의 결정덕에 고민을 덜은 셈이다.


문제는 점주들 체감상 일본담배가 여전히 잘 팔린다는 데 있다. 담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메비우스나 카멜, 세븐스타 등을 판매하는 JTI코리아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7%대로 1%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가 늘면서 연초 구매자가 줄어든 것도 요인이지만 일본 불매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서 담배를 직접 판매하는 점주들은 여전히 일본담배의 매출 비중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본맥주처럼 매출이 급감하면 매대에서 빼는 것을 고려할 수 있지만 아직도 찾는 고객이 많아 무작정 빼기가 어렵다는 것이 점주들의 목소리다.

한 편의점주는 "고객들이 '일본맥주는 사면 안되죠'라고 말하면서 담배는 메비우스를 찾는다"며 "일본담배 판매량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출비중이 높아 판매를 지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1DB

◆불매운동 동참? 본사는 '뒷짐'


일부 편의점주는 본사의 지원없이 무작정 불매운동에 동참하기가 쉽지않다고 토로했다. 이미 발주한 물량을 판매로 소진하지 않으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점주 부담이어서다. 일본맥주, 8월 할인 프로모션 제외 때도 상당수의 점주들은 손해를 떠안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편의점 본사 측은 "일본맥주나 담배 판매는 점주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이미 발주한 물량에 대해 본사가 지원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일본제품을 찾는 고객도 있기 때문에 소비자선택권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는 “반일정서가 확산돼도 매출이 저조한 점포 입장에서 무작정 불매운동에 참여하기는 어렵다"며 "일본제품을 판다고 해서 점주들을 비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