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용 오토바이(이륜차) 책임/종합보험료가 수백만원에 달하면서 많은 라이더들이 보험가입없이 도로를 질주하는 형편이다./사진=뉴스1DB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배달의민족, 요기요로 대표되는 배달앱이 대호황기다. 감염 우려로 사람들이 외식보다 배달을 선호해서다.
마케팅조사기관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이용량은 지난해 12월 약 800만건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한 2월엔 약 99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스레 거리를 누비는 배달오토바이도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라이더(배달기사)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배달용 오토바이(이륜차)보험료가 여전히 수백만원에 달해 제대로 된 보험가입 없이 배달을 다닌다. 라이더들은 배달용이 아닌 개인용 오토바이보험에 가입하는 ‘꼼수아닌 꼼수’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순 음식배달을 제외하고도 배달대행사업은 크게 성장 중이다. 편의점업체들도 배달을 시작했으며 서류를 대신 전달하거나 물건을 대신 배송해주는 배달대행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증가세다. 도로를 누비는 라이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18년 기준 이륜차 등록 대수는 약 220만대로 승용차(1870만대), 승합차(84만대), 화물차(360만대) 등의 10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이륜차 탑승 중 사망사고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20%에 달한다. 하지만 이륜차보험 가입 대수는 96만대에 그쳤다. 전체 등록 이륜차의 50% 이상이 무보험 상태로 도로를 질주 중이다. 보험가입자도 대부분 의무보험인 책임보험만 가입됐다. 사고 위험성 대비 보험가입률이 저조한 셈이다.
오토바이 관련 보험은 총 3가지로 개인용(레저용·출퇴근용)과 비유상운송용(배달용·대가없는 운행), 유상운송용(퀵서비스·배달대행·대가있는 운행)이다.
비유상운송용은 음식점(치킨집·중국집) 등의 사업주가 직접 이륜차를 구입해 배달에 사용하는 경우다. 유상운송 배달용은 퀵서비스나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들이 사용한다. 건당 배달수수료를 받는 라이더들이 가입해야하는 보험이 바로 유상운송용 오토바이보험이다.
라이더가 가입하는 유상운송용 책임보험(타인의 손해를 배상)은 개인용과 비유상운송용에 비해 보험료가 훨씬 높다. 개인용은 연간 보험료가 10만원대 수준이며 비유상용은 100만원대다. 하지만 유상용은 연간 책임보험료만 500만원 이상이다.
문제는 종합보험료(본인 상해 및 기타 배상)다. 유상운송용의 종합보험료는 30대 중반 라이더 기준으로 800만~9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한 배달대행 노동조합에서 보험가입 견적을 냈더니 20대 초반 라이더의 경우 최대 1800만원까지 종합보험료가 책정됐다.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라이더들은 사고 위험이 높고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형사처벌 면책이 있는 종합보험 가입이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종합보험료가 1000만원에 달해 쉽게 가입을 결정하지 못한다. 그나마 책임보험이라도 가입하는 것이 낫지만 이마저도 보험료가 수백만원이다. 이들에게 보험은 '그림의 떡'이 된 셈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손해보험사가 판매 중인 이륜차보험의 손해율은 약 90%대를 기록 중이다. 이 중 유상운송용 보험 손해율은 이미 100%를 넘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00%에 육박하면서 올해 보험료 인상 등으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손보사 입장에서 이륜차보험은 또 다른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이에 보험가입 문턱을 높여 가입률을 조절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라이더가 유상운송용 보험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개인용이나 비유상운송용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이륜차보험 약관에 유상운송에 관한 면책조항이 없어 개인용이나 비유상운송용에 가입해도 보장을 받을 수 있어서다. 개인용 이륜차보험 가입 후 배달을 뛰다 적발돼도 계약해지, 보험료 추징 정도의 처벌만 받는다. 약관상 보상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이후 이 라이더는 다른 손보사 개인용 이륜차 보험에 가입하면 그만이다.
B씨는 “개인용 책임보험료는 연간 10만원대 수준”이라며 “보험료가 수백만원인 배달용으로 굳이 가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배달대행업계에서는 이런 구조적인 모순이 결국 유상운송용 이륜차보험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결과가 됐다고 토로한다. 보험사가 유상운송에 대한 면책사항을 이륜차보험 약관에 넣으면 해결될 문제지만 보험사는 이를 바로 잡을 의지도 계획도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해부터 라이더유니온 등 라이더 관련 단체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국도 대책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9일 ‘2020년 상세 업무계획’을 공개하며 오토바이 등 이륜차에는 자기부담 특약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자기부담금 정도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식이다.
이는 라이더 단체들이 이륜차보험료 대책으로 당국에 요구한 자기부담금제를 정책에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시행방법이나 시기 등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 라이더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오히려 보험사가 보험료를 더 높이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자기부담금제 도입을 환영하지만 보험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시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배달시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보험료 부담을 라이더에게만 안겨서는 안된다. 배달업종과 관계된 대행업체, 배달앱 등 사업자들도 보험료를 함께 부담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9호(2020년 4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마케팅조사기관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이용량은 지난해 12월 약 800만건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한 2월엔 약 99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스레 거리를 누비는 배달오토바이도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라이더(배달기사)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배달용 오토바이(이륜차)보험료가 여전히 수백만원에 달해 제대로 된 보험가입 없이 배달을 다닌다. 라이더들은 배달용이 아닌 개인용 오토바이보험에 가입하는 ‘꼼수아닌 꼼수’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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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보험, 왜 ‘그림의 떡’인가━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지난 3월1~22일 기준 배민라이더스 입점 문의는 전월 같은 기간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체들이 코로나19 탓에 방문고객이 줄어들자 배달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단순 음식배달을 제외하고도 배달대행사업은 크게 성장 중이다. 편의점업체들도 배달을 시작했으며 서류를 대신 전달하거나 물건을 대신 배송해주는 배달대행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증가세다. 도로를 누비는 라이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18년 기준 이륜차 등록 대수는 약 220만대로 승용차(1870만대), 승합차(84만대), 화물차(360만대) 등의 10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이륜차 탑승 중 사망사고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20%에 달한다. 하지만 이륜차보험 가입 대수는 96만대에 그쳤다. 전체 등록 이륜차의 50% 이상이 무보험 상태로 도로를 질주 중이다. 보험가입자도 대부분 의무보험인 책임보험만 가입됐다. 사고 위험성 대비 보험가입률이 저조한 셈이다.
오토바이 관련 보험은 총 3가지로 개인용(레저용·출퇴근용)과 비유상운송용(배달용·대가없는 운행), 유상운송용(퀵서비스·배달대행·대가있는 운행)이다.
비유상운송용은 음식점(치킨집·중국집) 등의 사업주가 직접 이륜차를 구입해 배달에 사용하는 경우다. 유상운송 배달용은 퀵서비스나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들이 사용한다. 건당 배달수수료를 받는 라이더들이 가입해야하는 보험이 바로 유상운송용 오토바이보험이다.
라이더가 가입하는 유상운송용 책임보험(타인의 손해를 배상)은 개인용과 비유상운송용에 비해 보험료가 훨씬 높다. 개인용은 연간 보험료가 10만원대 수준이며 비유상용은 100만원대다. 하지만 유상용은 연간 책임보험료만 500만원 이상이다.
문제는 종합보험료(본인 상해 및 기타 배상)다. 유상운송용의 종합보험료는 30대 중반 라이더 기준으로 800만~9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한 배달대행 노동조합에서 보험가입 견적을 냈더니 20대 초반 라이더의 경우 최대 1800만원까지 종합보험료가 책정됐다.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라이더들은 사고 위험이 높고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형사처벌 면책이 있는 종합보험 가입이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종합보험료가 1000만원에 달해 쉽게 가입을 결정하지 못한다. 그나마 책임보험이라도 가입하는 것이 낫지만 이마저도 보험료가 수백만원이다. 이들에게 보험은 '그림의 떡'이 된 셈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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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용’ 대신 ‘개인용’ 가입 사연━
고액 보험료 부담에도 가입을 원하는 라이더도 있다. 일부 배달대행 업체에서는 의무적으로 유상운송종합보험 가입을 해야 기사등록이 가능해서다. 하지만 보험사가 가입을 거절한다. 이륜차보험 손해율이 워낙 높아 고액의 보험료를 받아도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지난해 말 기준 손해보험사가 판매 중인 이륜차보험의 손해율은 약 90%대를 기록 중이다. 이 중 유상운송용 보험 손해율은 이미 100%를 넘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00%에 육박하면서 올해 보험료 인상 등으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손보사 입장에서 이륜차보험은 또 다른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이에 보험가입 문턱을 높여 가입률을 조절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라이더가 유상운송용 보험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개인용이나 비유상운송용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이륜차보험 약관에 유상운송에 관한 면책조항이 없어 개인용이나 비유상운송용에 가입해도 보장을 받을 수 있어서다. 개인용 이륜차보험 가입 후 배달을 뛰다 적발돼도 계약해지, 보험료 추징 정도의 처벌만 받는다. 약관상 보상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이후 이 라이더는 다른 손보사 개인용 이륜차 보험에 가입하면 그만이다.
B씨는 “개인용 책임보험료는 연간 10만원대 수준”이라며 “보험료가 수백만원인 배달용으로 굳이 가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배달대행업계에서는 이런 구조적인 모순이 결국 유상운송용 이륜차보험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결과가 됐다고 토로한다. 보험사가 유상운송에 대한 면책사항을 이륜차보험 약관에 넣으면 해결될 문제지만 보험사는 이를 바로 잡을 의지도 계획도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해부터 라이더유니온 등 라이더 관련 단체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국도 대책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9일 ‘2020년 상세 업무계획’을 공개하며 오토바이 등 이륜차에는 자기부담 특약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자기부담금 정도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식이다.
이는 라이더 단체들이 이륜차보험료 대책으로 당국에 요구한 자기부담금제를 정책에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시행방법이나 시기 등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 라이더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오히려 보험사가 보험료를 더 높이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자기부담금제 도입을 환영하지만 보험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시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배달시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보험료 부담을 라이더에게만 안겨서는 안된다. 배달업종과 관계된 대행업체, 배달앱 등 사업자들도 보험료를 함께 부담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9호(2020년 4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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