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보험대리점(GA)이 무섭게 성장한 가운데 당국이 내년부터 수수료 지급에 제한을 둘 방침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GA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사진=이미지투데이
[주말리뷰]법인보험대리점(GA)의 성장세가 매섭다. 저금리·저성장·저출산 등으로 보험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지만 몸집이 큰 중대형 GA는 지난해 수수료 수익만 20% 이상 불리며 고성장 중이다. 지난해 전체 보험 모집액에서도 GA는 전체 판매점유율 50%를 돌파했다. 보험업계에서 팔리는 보험상품 절반 이상은 GA에서 판매한 셈이다.
하지만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될 분위기다. 당국이 내년부터 수수료 지급에 제한을 두면서 GA의 날개가 꺾일 조짐이어서다. 성장의 원동력인 설계사들이 이탈하면 GA의 몰락은 성장세만큼이나 가파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GA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GA는 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어 손해·생명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판매 전문점이다. 크게 연합형, 단일형, 1인 GA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전국 수백개의 보험지점이 모여 하나의 회사를 이뤄 만들어진 대표적인 연합형 GA가 지에이코리아다. 반면 단일형은 본사가 모든 조직관리를 지휘하는 형태로 피플라이프나 리치앤코 등이 대표적이다.
GA의 성장은 연합, 단일형 대형GA들이 주도했다. 국내 GA업체는 약 4500~5000개로 추산된다. 이 중 100~500명 이상의 설계사를 보유한 중·대형 GA는 약 190개(지난해 말 기준)로 소속설계사는 약 18만명이다. GA업계 전체 설계사 수(23만명)의 약 80%를 차지한다.
특히 지에이코리아와 글로벌금융판매, 인카금융서비스, 프라임에셋 등은 설계사 1만명 이상을 보유하며 수천억의 매출을 내고 있다. 국내 보험사 중 설계사를 1만명 이상 보유한 곳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메리츠화재 등 7곳에 불과하다.
보험협회 클린보험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GA업계 설계사 수 1위인 지에이코리아의 매출은 2018년 5748억원에서 2019년 6459억원으로 1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55억원에서 131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2위사인 글로벌금융판매는 지난해 순이익 43억원, 매출 5184억원으로 전년 41억원, 4518억원보다 늘었다. 3위 인카금융도 12억원에서 46억원으로, 4위사 프라임에셋은 29억원에서 44억원으로 순익이 증가했다. 5위 리더스금융판매는 지난해 18억원의 순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설계사 수 11위인 에이플러스에셋은 4371명으로 5000명을 넘진 않지만 지난해 139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업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이플러스에셋은 올 상반기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하고 코스피 상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광고모델로 배우 현빈을 기용하며 인지도를 크게 높인 피플라이프는 지난해 적자전환했다. 2018년에는 4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이는 내방형 보험 오프라인숍 보험클리닉 마케팅 비용과 함께 정규직 설계사 도입 등으로 운영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리치플래닛을 통해 보험 오프라인숍 굿리치라운지, 보험비교서비스 굿리치앱 등을 선보이고 있는 리치앤코는 지난해 매출 2597억원, 영업이익 12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각각 30%, 134% 성장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GA가 고액 수수료를 무기로 보험사 전속설계사들을 빼 오기 시작하면서다. 전속설계사의 경우 보험사로부터 계약 체결한 상품의 월 납입 보험료 800~1000%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 GA설계사는 이보다 높은 1200~1400% 수준이다. 회사별 수수료 정책에 따라 많게는 1800%까지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월 보험료 10만원짜리 보험계약을 체결하면 전속설계사는 최고 100만원, GA는 최고 180만원을 받는 셈이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전속설계사를 버리고 GA로 갈아탈 동기가 충분하다.
GA가 더 높은 수수료를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이유는 보험사와 운영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조직 운영비를 써가며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달리 GA는 임차료나 월세, 전기료 등 모든 비용을 설계사 개인이 지출한다. GA대리점은 아낀 운영비를 GA설계사들에게 높은 수수료로 돌려주는 셈이다.
GA설계사가 받는 높은 시책비(보험사가 지급하는 판매촉진비)는 영업 현장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GA설계사는 받은 시책비를 보험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사은품, 월 보험료 지원 등으로 활용한다. 월 보험료 대납 등의 행위는 보험업법상 불법이다. 하지만 계약 유치에 혈안이 돼 있는 설계사 영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방식이 공공연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책비 활용에 대해 GA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구매 시 본사직영점보다 일반대리점이 더 많은 혜택을 주지 않나. GA영업도 이와 유사한 방식”이라며 “시책비를 영업에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GA쪽으로 설계사들이 이동하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보험사들은 최근 설계사 수수료 인상 움직임을 보인다. GA와 수수료 수준을 맞춰 설계사들을 다시 데려오겠다는 취지다. 이달 삼성생명은 6월에 계약한 신입 설계사부터 연 수수료를 종전보다 50% 정도 높이기로 했다. 업계 1위의 행보인 만큼 다른 생보사들도 수수료 인상안을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신입 설계사에게 월납보험료의 최대 1200%를 지급하는 실적형 수수료 체계 도입 계획을 내놨다가 GA업계 반발에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수수료 제한 정책이 도입되는 만큼 보험사들이 설계사 유치 등을 위해 어떤식으로든 수수료 제도를 손볼 것이라 전망한다.
당국 규제에 한국보험대리점(GA)협회 측은 반발한다. 보험사와 GA를 동일한 모집 종사자로 취급해 수수료를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GA는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안에 설계사 수수료 외에 운영에 필요한 임차료, 전산 설비, 법률비용 등 추가 경비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차이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협회는 GA 특성에 따른 비용의 일부를 인정하는 내용을 규제 시행 전 적용해달라고 당국에 건의 중이다. 하지만 ‘팔고 보자’ 식의 GA영업 행태에 당국이 사실상 ‘마지막 경고’처럼 규제를 가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당국이 협회 의견을 수렴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 피플라이프나 리치앤코같은 일부 단일형 GA업체들은 정규직 설계사를 도입하거나 보험 오프라인숍 같은 새로운 영업모델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꾀한다. 수수료 강점을 어필하기 어려워진 GA 입장에서는 설계사를 유치할 새로운 동력이 필요해서다.
남상우 리치앤코 CSO(최고전략책임자)는 "보험시장에서 제판분리(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한국 역시 GA가 판매 창고 역할을 하면서 제판분리가 진행되고 있다. 발 빠른 GA라면 타사보다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등의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를 통해 보험만 팔아온 GA에게 대기업처럼 ‘혁신’을 주문하는 것은 무리”라며 “당국이 수수료 규제 이후에도 보험사와 GA가 균형적인 경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될 분위기다. 당국이 내년부터 수수료 지급에 제한을 두면서 GA의 날개가 꺾일 조짐이어서다. 성장의 원동력인 설계사들이 이탈하면 GA의 몰락은 성장세만큼이나 가파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GA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설계사 1만명 공룡GA 4곳… "우리 많이 컸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중·대형 GA 경영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형 GA의 신계약건수는 1461만건으로 전년대비 14.3%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생명보험사의 신계약수는 1531만건으로 이에 못지 않다. 수수료 수입도 7조4302억원으로 전년대비 20.8% 올랐다. GA는 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어 손해·생명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판매 전문점이다. 크게 연합형, 단일형, 1인 GA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전국 수백개의 보험지점이 모여 하나의 회사를 이뤄 만들어진 대표적인 연합형 GA가 지에이코리아다. 반면 단일형은 본사가 모든 조직관리를 지휘하는 형태로 피플라이프나 리치앤코 등이 대표적이다.
GA의 성장은 연합, 단일형 대형GA들이 주도했다. 국내 GA업체는 약 4500~5000개로 추산된다. 이 중 100~500명 이상의 설계사를 보유한 중·대형 GA는 약 190개(지난해 말 기준)로 소속설계사는 약 18만명이다. GA업계 전체 설계사 수(23만명)의 약 80%를 차지한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특히 지에이코리아와 글로벌금융판매, 인카금융서비스, 프라임에셋 등은 설계사 1만명 이상을 보유하며 수천억의 매출을 내고 있다. 국내 보험사 중 설계사를 1만명 이상 보유한 곳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메리츠화재 등 7곳에 불과하다.
보험협회 클린보험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GA업계 설계사 수 1위인 지에이코리아의 매출은 2018년 5748억원에서 2019년 6459억원으로 1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55억원에서 131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2위사인 글로벌금융판매는 지난해 순이익 43억원, 매출 5184억원으로 전년 41억원, 4518억원보다 늘었다. 3위 인카금융도 12억원에서 46억원으로, 4위사 프라임에셋은 29억원에서 44억원으로 순익이 증가했다. 5위 리더스금융판매는 지난해 18억원의 순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설계사 수 11위인 에이플러스에셋은 4371명으로 5000명을 넘진 않지만 지난해 139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업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이플러스에셋은 올 상반기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하고 코스피 상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광고모델로 배우 현빈을 기용하며 인지도를 크게 높인 피플라이프는 지난해 적자전환했다. 2018년에는 4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이는 내방형 보험 오프라인숍 보험클리닉 마케팅 비용과 함께 정규직 설계사 도입 등으로 운영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리치플래닛을 통해 보험 오프라인숍 굿리치라운지, 보험비교서비스 굿리치앱 등을 선보이고 있는 리치앤코는 지난해 매출 2597억원, 영업이익 12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각각 30%, 134% 성장했다.
━
‘고액 수수료’로 훌쩍 큰 GA━
GA는 2000년대 초부터 등장했지만 보험사 전속설계사 중심의 영업문화가 고착화된 업황 분위기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보험설계사들도 안정적인 판매채널을 구축한 보험사를 선호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GA가 고액 수수료를 무기로 보험사 전속설계사들을 빼 오기 시작하면서다. 전속설계사의 경우 보험사로부터 계약 체결한 상품의 월 납입 보험료 800~1000%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 GA설계사는 이보다 높은 1200~1400% 수준이다. 회사별 수수료 정책에 따라 많게는 1800%까지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월 보험료 10만원짜리 보험계약을 체결하면 전속설계사는 최고 100만원, GA는 최고 180만원을 받는 셈이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전속설계사를 버리고 GA로 갈아탈 동기가 충분하다.
GA가 더 높은 수수료를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이유는 보험사와 운영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조직 운영비를 써가며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달리 GA는 임차료나 월세, 전기료 등 모든 비용을 설계사 개인이 지출한다. GA대리점은 아낀 운영비를 GA설계사들에게 높은 수수료로 돌려주는 셈이다.
GA설계사가 받는 높은 시책비(보험사가 지급하는 판매촉진비)는 영업 현장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GA설계사는 받은 시책비를 보험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사은품, 월 보험료 지원 등으로 활용한다. 월 보험료 대납 등의 행위는 보험업법상 불법이다. 하지만 계약 유치에 혈안이 돼 있는 설계사 영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방식이 공공연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책비 활용에 대해 GA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구매 시 본사직영점보다 일반대리점이 더 많은 혜택을 주지 않나. GA영업도 이와 유사한 방식”이라며 “시책비를 영업에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GA쪽으로 설계사들이 이동하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GA 스스로 변화 필요하다" 지적도━
고액 수수료는 GA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당국이 내년부터 전속, GA설계사 첫해 수수료를 1200%로 제한한다고 밝혀서다. 최고 1800%까지 수수료를 받았던 GA설계사들로선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보험사들은 최근 설계사 수수료 인상 움직임을 보인다. GA와 수수료 수준을 맞춰 설계사들을 다시 데려오겠다는 취지다. 이달 삼성생명은 6월에 계약한 신입 설계사부터 연 수수료를 종전보다 50% 정도 높이기로 했다. 업계 1위의 행보인 만큼 다른 생보사들도 수수료 인상안을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신입 설계사에게 월납보험료의 최대 1200%를 지급하는 실적형 수수료 체계 도입 계획을 내놨다가 GA업계 반발에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수수료 제한 정책이 도입되는 만큼 보험사들이 설계사 유치 등을 위해 어떤식으로든 수수료 제도를 손볼 것이라 전망한다.
당국 규제에 한국보험대리점(GA)협회 측은 반발한다. 보험사와 GA를 동일한 모집 종사자로 취급해 수수료를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GA는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안에 설계사 수수료 외에 운영에 필요한 임차료, 전산 설비, 법률비용 등 추가 경비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차이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협회는 GA 특성에 따른 비용의 일부를 인정하는 내용을 규제 시행 전 적용해달라고 당국에 건의 중이다. 하지만 ‘팔고 보자’ 식의 GA영업 행태에 당국이 사실상 ‘마지막 경고’처럼 규제를 가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당국이 협회 의견을 수렴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 피플라이프나 리치앤코같은 일부 단일형 GA업체들은 정규직 설계사를 도입하거나 보험 오프라인숍 같은 새로운 영업모델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꾀한다. 수수료 강점을 어필하기 어려워진 GA 입장에서는 설계사를 유치할 새로운 동력이 필요해서다.
남상우 리치앤코 CSO(최고전략책임자)는 "보험시장에서 제판분리(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한국 역시 GA가 판매 창고 역할을 하면서 제판분리가 진행되고 있다. 발 빠른 GA라면 타사보다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등의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를 통해 보험만 팔아온 GA에게 대기업처럼 ‘혁신’을 주문하는 것은 무리”라며 “당국이 수수료 규제 이후에도 보험사와 GA가 균형적인 경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