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5일 구입 직후의 에어팟. 검은색 보호케이스를 착용한 모습. /사진=박흥순 기자
2016년 등장한 1세대 에어팟이 어느덧 4살이 됐다. 등장 초기 ‘콩나물’을 닮았다는 이유로 놀림거리 취급을 받았던 에어팟은 2세대, 프로 등을 거치며 뛰어난 편의성으로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기자도 2017년 12월5일부터 1세대 에어팟을 사용했다. 930일 넘게 하나의 에어팟을 사용한 셈이다. 큰 불편 없이 사용하던 에어팟에 불만이 생긴 것은 올해 초 부터다. 구입 직후 4시간이 넘는 사용시간을 보였던 에어팟의 성능은 1시간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 됐고 그마저도 에어팟으로 통화를 하면 배터리가 걷잡을 수 없이 ‘증발’했다.

2살된 에어팟… 배터리 사용시간 ‘1시간’
기자는 유선 이어폰으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에 애초에 에어팟을 구입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일마존’(일본 아마존)에서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지인들의 자랑을 듣고 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2017년 12월 당시 1세대 에어팟을 16만원 주고 구입할 수 있었다.

에어팟의 성능은 그저 그랬다. 기자의 귓구멍이 큰 탓에 겉돌기 일쑤였고 음질도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베이스가 강한 음악을 선호하는 탓에 에어팟의 첫 인상은 좋지 않았다. 선이 없다는 것. 그 하나가 유일한 장점이었다.

완전 충전된 에어팟은 1시간10분만에 배터리 잔량 10% 경고음을 송출했다. /사진=박흥순 기자

유일한 그 장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났다. 맥북, 아이패드, 아이폰과 기막히게 연동이 됐다. 연결단자를 뽑거나 꽂을 필요 없이 블루투스 연동 버튼만 누르면 모든 것이 가능했다. 운동을 할 때도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달리기를 할 때도 벤치프레스를 할 때도 거리낌이 없었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한 지 2년이 되자 배터리 성능이 크게 떨어졌다. 실제 사용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음악을 연속으로 감상했다. 완충 상태에서 시작한 배터리는 12분39초만에 76%가 됐고 1시간 10분만에 10%까지 떨어지며 ‘뚜뚜루두루’ 하는 경고음을 내뱉었다. 제품을 충전해도 배터리는 95% 밖에 충전되지 않았다.

값 비싼 자유의 대가
2년6개월 사용한 에어팟. 배터리 사용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하지만 수명이 다할때까지 계속 사용할 생각이다. /사진=박흥순 기자
“배터리만 교체하면 되겠다”

제품에는 사용 중 발생한 작은 흠집을 제외하면 큰 문제가 없었다. 배터리만 교체하면 새것과 다름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배터리 수리를 위해 애플에 문의를 했다. 돌아온 대답은 ‘배터리 수리 비용은 유닛당 5만9000원’이라는 답변이었다. 양쪽 유닛과 케이스까지 모두 교체할 경우 17만7000원이라는 거금이 든다. 처음 에어팟을 구입할 때보다 수리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한 셈이다.

“새 제품을 사고 말지”라는 생각으로 애플 공식홈페이지를 봤지만 생각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에어팟 프로는 32만9000원, 2세대 에어팟은 19만9000원에 달했다. 2년 뒤에는 또 배터리 문제를 일으킨다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결국 기존 제품을 계속 사용키로 했다. 2년 6개월동안 사용한 에어팟은 무선의 자유로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고마운 녀석이다.

다만 에어팟을 또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은… 글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