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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원태성 기자 = 경찰의 성비위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이 보호해야 할 탈북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가 하면 동료 여성경찰의 신상을 온라인에 유출하고 성폭력을 유도한 사건도 불거졌다.
성범죄를 예방하고 수사해야 할 경찰이 거꾸로 성범죄의 가해자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찰 내부의 성인지 교육의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관련 예산은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30일 서범수 의원실(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5~2020년 6월) 경찰공무원이 성비위를 저질렀다 징계받은 건수는 총 327건이다. 올해만 총 28건이 발생했다.


성비위에 따른 징계로는 '정직'(115건)이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으로 '해임'(75건), '파면'(48건), '감봉'(41건) 순으로 나타났다. 성비위 사례 중 절반 이상은 경찰이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저지른 것이었다.

성비위가 가장 많은 계급은 '경위'였고 그 다음이 '경감'이었다. 경위와 경감은 각각 일선 파출소장, 지구대장에 해당하는 직급이다. 지난해에는 일선 경찰서장급에 해당하는 총경의 성비위가 3건 발생하기도 했다.

서범수 의원은 "현장 실무를 책임지는 중간 간부급에서 성비위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며 "성범죄를 수사해야하는 경찰에서 성범죄가 발생한다는 것은 국민신뢰성 확보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 전수미 변호사(오른쪽)와 양태정 변호사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탈북 여성 장기간 성폭행한 현직 경찰 간부를 강간, 유사강간 및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고소장 제출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7.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달 들어서는 탈북민 신변보호를 담당했던 경찰 간부가 2년간 지속적으로 탈북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또 일선 경찰서 간부가 상습적으로 부하 여경을 성추행·성희롱해 감찰을 받는 일도 있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경찰 공무원 성 문제 관련 비위가 계속 이어지는데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시민을 보호하는 경찰 직무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성 비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 전반의 왜곡된 성 인식을 꼽았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학과)는 "경찰의 성비위를 특정한 개인의 문제로 봐서는 개선할 수 없다"며 "성인지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뜯어고치고 조직과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희 바른여성연합 공동대표는 "성비위는 다른 전문직에서도 일어나기 때문에 경찰 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경찰의 성비위에 대해서는 확실한 처벌과 재발 방지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성인지 교육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성인지 교육 사업을 시작했으나 예산은 2019년 3000만원, 올해 1억1200만원 수준이다.

올해 예산은 본청과 지방청, 경찰서, 교육기관 등 총 279개 기관에 총 8200만원으로 편성됐다. 성인지 교육에 쓸 수 있는 돈은 1기관당 30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전문 강사 1회 초빙에도 빠듯한 금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성비위에 대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몸문화연구소)는 "경찰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된 공무원이지만, 경찰의 성비위 사례가 많을 뿐 아니라 그 수위도 높다"며 "정보 접근이 용이한 경찰의 성비위는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성비위를 저지른 국가공무원에 대한 징계 시효를 현행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할 방침이다. 인사혁신처는 이 같은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29일 입법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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