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②소송에 거래 단절…한화-한미, 기술 전쟁에서 감정전
[시험대 오른 한미반도체] 곽동신 회장, 한화 기술력 직격…아워홈과 급식 위탁 계약도 종료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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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고대역폭 메모리(HBM) 성공 신화를 함께한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동맹이 위기에 처했다.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의 장비를 추가 도입키로 하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의 마찰도 기술과 법률 분쟁 넘어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단독 공급 지위 상실 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반도체가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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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기술 경쟁이 단순한 기업 간 대결을 넘어 그룹으로 번지고 있다. 특허 소송으로 시작된 갈등이 거래 단절과 감정적 대응으로 확산하며 양측이 절연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기술력을 둘러싼 자존심 싸움이 이제는 법정 공방과 사업 거래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갈등은 지난해 본격화됐다. 직접적인 불씨는 한미반도체가 TC본더 장비에 대해 핵심 특허 침해가 있었다며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TC본더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장비로, 특히 고속 데이터 전송이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 분야에서 필수적인 기술로 꼽힌다. 이 장비는 한미반도체가 2020년대 초반부터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하며 시장을 선점한 분야로 자사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큰 영역이다.
한미반도체는 자사의 핵심 특허 기술이 한화세미텍이 개발한 장비에 무단 적용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가 제시한 사양에 맞춰 자체적으로 개발한 장비라며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이번 분쟁이 단일 특허를 넘어 복수 기술 영역에 걸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SK하이닉스가 TC본더 장비를 기존의 한미반도체 단일 업체에서 한화세미텍에도 분산 발주하면서 양사의 갈등이 심화했다. SK하이닉스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밝혔지만 한미반도체는 독점 공급자 지위를 사실상 상실한 데 따른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3월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로부터 TC본더 장비를 수주한 직후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직접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싱가포르 ASMPT, 한국 한화세미텍과 상당한 기술력 차이가 있다"며 "ASMPT도 그랬듯이 이번에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받은 한화세미텍도 결국엔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아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SMPT는 2023년에 TC본더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사실 양사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한미반도체는 자사 출신 연구개발 인력이 한화세미텍으로 이직한 뒤 자사의 핵심 기술을 유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소송이 진행됐고 1·2심 모두에서 한미반도체가 승소했다. 한화세미텍은 당시 해당 인력을 TC본더 개발이 아닌 패널 레벨 패키징 장비(PoP 장비) 부문에 배치했다고 주장하며 유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번 TC본더 이슈로 시작된 분쟁은 이제 그룹 차원의 갈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 한미반도체가 급식 위탁 운영업체인 아워홈과의 계약을 조기 종료한 사건이다. 원래 계약은 올해 12월까지 유지될 예정이었지만 한미는 이를 예정보다 5개월 가까이 앞당겨 해지했다. 아워홈은 올해 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인수한 기업이다. 김 부사장은 현재 한화세미텍을 이끌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조치가 단순한 급식 계약 변경이 아니라 두 그룹 간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
양사의 갈등이 확대되는 가운데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국내 반도체 장비 시장의 경쟁 구도도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TC본더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핵심으로 꼽히는 분야다. 이번 갈등이 기술 경쟁의 주도권 싸움을 넘어 시장 내 입지와 고객사 관계 전반에 걸친 중장기 전략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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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