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TC 본더. / 사진=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 TC 본더. / 사진=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장비인 '열압착 본딩 장비(TC본더)'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한미반도체가 독주하던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은 최근 SK하이닉스의 품질 검증(퀄 테스트)을 최종 통과하고 210억원 규모의 HBM용 TC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지난해 매출의 5.38%에 해당하며 납품 기한은 오는 7월1일이다.

TC본더는 열압착을 통해 칩과 웨이퍼를 붙이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말한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TSV(실리콘관통전극)로 연결하는 HBM을 제조하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TC본더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업체는 한미반도체다. 전 세계 TC본더 시장에서 한미반도체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70% 수준으로 사실상 독점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2017년 SK하이닉스와 HBM 생산에 필요한 듀얼 TC본더를 공동 개발한 뒤 제품을 공급, '엔비디아-SK하이닉스-한미반도체'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인공지능(AI) 시대 개화로 HBM 수요 급증으로 TC본더의 수요 또한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한미반도체는 미국 마이크론 등으로 고객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에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이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한화세미텍은 엔비디아 공급 체인에 합류하게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플립칩 본더 등 기존 자체 보유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HBM TC본더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인 끝에 비로소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세미텍 외에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반도체 장비 업체 ASMPT도 TC본더 장비로 SK하이닉스 공급망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미 지난해 SK하이닉스에 장비 공급 후 막바지 테스트 단계라는 관측도 있다. SK하이닉스의 입장에서는 납품업체가 다양해질 수록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공급망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

후발주자들의 공세 속에서도 한미반도체는 TC본더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한편 한미반도체는 이날 공시를 통해 곽동신 회장이 사재로 30억원 규모의 자사 주식 취득에 나선다고 밝혔다. 취득 예정 시기는 다음달 15일이다. 취득이 완료되면 곽동신 회장은 지분율은 33.97%에서 34%로 상승한다.

각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입지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란 자신감이 반영된 행보라는 평가다. 곽 회장은 "후발업체인 ASMPT, 한화세미텍과는 상당한 기술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ASMPT도 그랬듯이 이번에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받은 한화세미텍도 결국에는 유야무야,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아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엔비디아가 이끄는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에 따라 HBM용 TC본더 장비 수요는 올해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러지 등 전 세계 고객사를 보유한 한미반도체는 올해 TC본더 300대 이상의 출하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