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계약 당사자인 금호산업은 다음주 HDC현대산업개발에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사진=임한별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협상이 결렬 수순을 밟게 됐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을 만나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제안했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기존 '재실사 요구'를 고수해 사실상 협상의 여지가 사라진 셈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계약 당사자인 금호산업은 다음주 HDC현대산업개발에 계약해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오늘 아시아나항공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기안기금운영심의회가 열렸지만 인수계약 발표와는 별개"라며 "금호산업과 계약해지 통보를 두고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에 뛰어든 HDC현산은 2조5000억원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미래에셋의 금융 지원까지 등에 업은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HDC현산을 ‘모빌리티 그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퍼지고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M&A는 결렬 수순을 밟게 됐다. HDC현산은 인수 계약 당시 대비 회사 부채 규모가 4조5000억 원 늘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작년 말 1387%에서 올해 6월 말 2291%로 급증했다.

앞으로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갈 전망이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 주식으로 전환되면 산은 등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40조원 규모로 운영되는 기안기금은 첫 지원 대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낙점하고 2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합의를 봤다. 기안기금 2조원이 투입되면 지원액의 10% 정도인 2000억원 만큼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갖게 돼 총 보유 지분은 절반을 육박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투자등급은 최하단인 'BBB-'(불확실검토)로 이마저도 HDC현산의 인수를 가정한 만큼 추가 지원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기안기금 지원 1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