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다시 기회인 것 같은데 어떤 걸 사두면 좋을까요?” “무슨 말씀인가요. 저는 가지고 있던 주식을 이번에 팔아치웠습니다. 전부 다.”
전문 주식투자자에게 조언을 구하자 돌아온 답변은 의외로 ‘주의’였다. 전문투자자의 판단이 정답은 아니지만 그만큼 ‘개미’(개인투자자)가 투자에 열을 올리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손실 불안감이 상존한다는 의미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속 다시 기회를 잡으려는 개미는 지난 3월 폭락장 때보다 더 많이 주식시장에 뛰어든다. 폭락장 이후 증시가 V자 반등 양상을 보이자 언론이 “개미가 옳았다” “개미가 맞았다”는 기사를 일제히 쏟아냈고 이에 개미는 더 자신감을 보이며 주식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실제 주식매수를 위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8월31일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돌파했다. 개인 주식 거래대금은 매수 기준 8월 첫날인 8월3일 23조원대에서 8월31일 25조원대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매수 거래량은 20억여건에서 32억여건까지 대폭 늘었다.

 

개인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일명 ‘빚투’ 현상은 더 거세다.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 위기가 감돌자 신용거래융자는 더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증권가 신용거래융자는 8월31일 기준 16조2000억원까지 돌파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8월3일 14조4000억원대였지만 한달 만에 2조원 가량의 빚투가 늘어난 셈이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을 말한다.

문제는 개미의 빚투 행렬이 대부분 ‘한탕’을 노린다는 점이다. 신용거래융자가 늘어난 점이 근거다. 신용거래융자는 통상 90일 이내 투자자가 많이 이용한다. 예금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융자거래 이자 부담에도 짧은 기간에 고수익을 노리고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가가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신용불량자 양산이라는 심각한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증권사가 신용거래융자 주식 급락 시 강제 처분이라는 반대매매를 통해 대출금 회수에 나서면 투자자는 빌린 돈을 다 갚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지난 3월과 달리 너무 조용하다. 3월 당시엔 “과도한 대출을 이용한 주식 투자를 자제해 달라”고 경고했지만 현재는 선제적인 빚투 리스크 차단을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가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어려운 시기 주식시장에 큰 힘이 됐다”며 빚투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주식을 팔아치우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자리를 개미가 메우며 주식시장 급락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한달간 외국인이 3조1416억원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은 6조5227억원 순매수했다.

 

정부는 개미가 주식시장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에만 매료돼 있을 게 아니다. 아직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는 안이한 대처보다는 상시적인 빚투 주의보 발령은 물론 증권사 주식 신용대출 실태점검이나 규제 등 투자자 보호 방안을 내놔야 할 때다. 전문 투자자는 이미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