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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근거없는 아동학대 누명을 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교사들의 처우가 또다시 주목 받고 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들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소위 '맘카페'라고 불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신상이 공개되는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다수라는 지적이다.
이번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종시 보육교사도 이전에 문제시됐던 다른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7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1월 고부 관계인 A씨(60)와 B씨(37)는 아이가 다니던 세종시 한 어린이집을 찾아 자신의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씨와 B씨는 보육교사 2명을 수차례 밀치고 어깨를 잡아당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다른 교사와 아이들이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저런 X이 무슨 선생이냐. 개념 없는 것들, 일진같이 생겼다", "시집가서 너 같은 XX 낳아서…" 등 폭언을 하며 15분가량 소란을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소란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해당 교사를 고소했는데 결과적으로 검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학대 없음' 소견과 의심할 만한 정황 등이 없다는 점을 들어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A씨 등은 어린이집 내 CCTV 녹화영상 등을 통해 아동학대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는데도 일부 교사의 학대를 근거없이 단정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씨는 계속해서 시청에 어린이집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고, 피해 교사 중 1명이 어린이집을 그만둔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같은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지난 2018년 경기 김포의 한 어린이집에 재직 중이던 보육교사가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당시 사건을 놓고 사회적으로 일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행동을 한 학부모와 보육교사의 신상을 퍼나른 맘카페 회원들의 자성을 촉구했으나 2년이 흐른 지금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똑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하는데에는 어린이집이 평판에 민감하다 보니 학부모들의 갑질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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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위치한 한 유치원에서 일하는 교사 C씨는 갑에 위치에 있는 학부모들의 말 하나하나와 이를 가지고 눈치를 주는 원장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C씨는 "지역 어린이집 커뮤니티에 혹시나 나와 관련된 이야기는 없을지 항상 신경이 쓰인다"며 "나 때문에 원아모집에 차질을 빚으면 곧바로 원장의 면담 신청이 오기 때문에 언제나 굽신거리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음에도 가해자들은 적절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이같은 상황을 반복해 키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세종시 보육교사 사건에서 A씨 등은 처음에 벌금 100만~200만원의 약식처분을 받았고 업무방해 등 혐의로 방은 정식 재판에서는 벌금 20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판결에 불복, 곧바로 항소장을 냈다.
지난 2018년 김포시 보육교사 사건도 마찬가지다. 숨진 보육교사를 무릎 꿇게 하고 물을 끼엊은 원생 이모는 1심에서 집행유예에 그쳤고 숨진 보육교사의 신상을 퍼나른 맘카페 회원은 무죄를 받았다.
구조적으로 갑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건이 수면위에 오르더라도 솜방방이 처벌에 그치면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는 보육교사들이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열악한 처우에 언제든 사직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현실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년도 보육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1일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17분이었다. 그중 보육시간은 8시간33분이었고 휴게시간은 44분에 불과했다. 법정 1일 근로시간은 8시간이며 8시간을 일하면 휴게시간 1시간을 주게 돼 있다.
어린이집 가운데 휴게장소가 별도로 없는 곳은 39.7%나 됐고, 평균 급여는 민간어린이집 204만6000원, 가정어린이집은 196만5000원으로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아동학대 의심을 받은 많은 보육교사가 결국 혐의에서 벗어나더라도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며 "조사 결과 아동학대가 없었음이 확인된 경우, 유급휴가 등을 통한 분리조치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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