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박나래가 인형을 이용한 19금 개그를 했다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장동규 기자
2019 방송연예대상의 주인공 박나래가 자신의 주특기였던 19금 개그로 최대 위기에 놓였다. 타고난 방송쟁이로 불렸던 박나래는 CJ ENM의 디지털 예능 채널 스튜디오 와플이 제작하는 '헤이나래'에서 남자 인형을 소개하며 성희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 23일 올라온 영상에서 박나래는 '암스트롱맨'이라는 남자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며 인형의 팔을 사타구니쪽으로 가져가 성기 모양을 만들었다. 해당 장면에는 '이러고 있어야지', '(어디까지 늘어나지?)' 등의 자막이 삽입됐다.

다음날 '헤이나래' 제작진은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구독자분들께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어 "제작진의 과한 연출과 캐릭터 설정으로 출연자분들께 피해를 드린 점에 대해서도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해당 프로그램은 즉시 폐지됐다.

박나래 소속사 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는 25일 "웹예능 '헤이나래'의 제작진으로부터 기획 의도와 캐릭터 설정 그리고 소품들을 전해 들었을 때 본인 선에서 어느 정도 걸러져야 했고 또한 표현 방법에 대해서도 더 고민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박나래는 늦은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방송인으로 또 공인으로서 한 방송을 책임지며 기획부터 캐릭터, 연기, 소품까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적절하게 표현 하는 것이 저의 책임과 의무였는데 저의 미숙한 대처능력으로 많은 분들께 실망감을 안겨드렸다"고 고개 숙였다.


프로그램 폐지 수순까지 밟게 된 박나래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전부터 박나래는 방송 중에 수위 높은 발언으로 게스트와 MC들을 당황하게 만든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나래, 과거에도 아슬아슬한 수위 넘나들어
박나래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여 대중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채널A '오늘부터 대학생'에 출연해 수위 높은 발언을 했던 박나래의 모습. /사진=채널A 방송캡처
MBC '나혼자산다' 스핀오프 버전 '여은파'(여자들의은밀한파티)에서 박나래는 한혜진, 화사와 차량을 이용해 한강으로 이동하면서 "흔들리는 차 있는지 봐요", "습기 차 있으면 빼박이다" 등의 민망한 발언을 이어갔다.
성훈과 이시언 등 남성 멤버들은 당황했고 헨리가 "추우니까요, 그때 추웠잖아요"라면서 말하자 박나래와 한혜진이 "네 차냐" 등 연인이랑 있었냐면서 헨리에게 공세를 펼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나왔다. 당시 성훈이 "(헨리가) 몸에 열이 많아서 그렇다"면서 마무리했다.

'라디오스타' MC 김국진에게 "우리 집에 가장 초대하고 싶은 스타는 김국진이다. 더럽히고 싶은 첫눈 같은 남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동료 개그우먼 장도연이 김구라에게 '썰전' 촬영때 잘해줬다는 걸 언급하자 박나래는 "도연아, 저런 남자가 잘 해"라고 말했고 목적어가 없는 박나래의 발언에 모두가 19금을 떠올리며 당황해 했다. 이에 김구라는 "목적어를 빼먹지 마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KBS Joy 프로그램 '썰바이벌' 티저영상에서도 박나래는 거침없이 대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넘나드는 박나래는 '말없이 1년 동안 스킨십만 하기'와 '1년 동안 스킨십 없이 플라토닉 러브'라는 선택지에 "너무 쉬운 것 아냐? XX 안 할 거면 왜 사귀는 거죠?"라는 돌직구 발언을 던졌다.

채널A '오늘부터 대학생' 녹화에서도 박나래는 체육교육과 수업시간에 처음 만난 교수를 나래바(Bar)에 초대하며 "나래바에 가면 2박3일 동안 못 나오는데… 결혼은 하셨냐"고 물었다.

이에 교수가 "결혼했다"고 답하자 박나래는 "그럼 그 날은 결혼 안 한 것처럼 놀자"며 끈적한 눈길을 보냈다. 박나래는 교수의 어깨를 붙잡은 채 '나 오늘 집에 안갈래', '날 그냥 보내지 마'라는 가사를 부르며 엉덩이 춤을 추는가 하면 갑자기 교수 쪽으로 몸을 가깝게 밀착해 추파를 던져 교수를 당황케 하기도 했다.
19금 개그 선두주자의 몰락
개그우먼 박나래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여 데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박나래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에서 비방용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이며 19금 개그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농염주의보'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만든 박나래의 19금 스탠드업 코미디쇼로 박나래는 자신의 연애담 등 방송에선 수위 문제로 풀어놓지 못했던 19금 코미디를 선보여 큰 인기를 모았다.
이때도 일부 시청자는 청소년도 접할 수 있는 홍보 영상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만 19세 관람가지만 관련 홍보 영상이나 본 프로그램을 청소년이 충분히 접할 수 있고 성희롱적 발언이 포함돼 있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논란은 한발 더 나아갔다. 키즈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하는 헤이지니와 함께하기 때문에 시청 연령이 어린 아이들에게도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성인 인증을 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연령에 상관없이 공개된 채널인 유튜브에서 이뤄진 무분별한 음란 행위 묘사인 만큼 논란이 더 확대됐다.
여성 방송인의 19금, 대중 잣대 엄격해졌다 
김민아도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왜냐면 하우스'에서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인 19금 폭탄주 제조 장면을 연출해 비난을 샀다. /사진='왜냐맨하우스' 영상 캡처
최근 이 같은 수위 높은 성희롱 논란은 비단 박나래 뿐 아니라 여성 방송인들 모두에게 적용된다. 기상캐스터 출신 방송인 김민아도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왜냐면 하우스'에서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인 19금 폭탄주 제조 장면을 흉내 내 비난을 샀다. 김민아는 지난해 5월 유튜브 채널 '왓떠빽 시즌2'에서 중학생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성 방송인들의 도넘은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대중의 정서 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거에는 불편해도 웃으며 넘겼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대중들의 잣대는 더 엄격해졌다. 

데뷔 이래 방송 활동 중 최대 위기를 맞은 박나래, MBC ‘나 혼자 산다’ 등 그가 출연 중인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하차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연예대상까지 수상하며 잘나가던 박나래는 "그동안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는데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앞으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더 깊게 생각하는 박나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자신의 선 넘은 행동을 직접 사과했지만 대중들의 실망한 마음을 되돌리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