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엄수된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의 영결식이 끝난 후 고인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영결식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라면왕'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이 30일 영면에 들었다. 고인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길에 농심 본사에 들러 유가족 및 임직원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농심에 따르면 고인의 발인은 이날 오전 5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엄수됐다. 발인에는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을 비롯해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 차녀 신윤경씨와 사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전·현직 농심 임원 20여명도 자리했다.
발인이 끝난 뒤 유족은 영정사진과 관 등을 운구차로 옮긴 뒤 묵념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이어 오전 5시45분쯤 장례식장 입구에 마련된 버스에 올라 탔다. 운구 행렬은 서울시 용산구 자택을 들른 뒤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로 향했다.
운구차는 이날 오전 6시50분쯤 농심 본사에 도착했다. 고인의 손자인 신상열 농심 부장이 영정 사진을 들고 영결식장에 입장했고 이어 신동원 부회장, 고인의 부인인 김낙양 여사, 사위 서경배 회장 등이 뒤따랐다.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열린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의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영결식은 ▲추모 염불 ▲고인 약력 소개 ▲추모사 ▲추모영상 ▲헌화 ▲유족대표 인사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염불은 조계사의 정묵 스님과 상묵 스님이 맡았다. 이어 박준 농심 부회장과 김진어 농심 사외이사, 이상윤 전 농심 대표이사 등이 추모사를 낭독했다.
박 부회장은 추모사에서 "회장님께서 곁에 안 계시다 생각하니 허전한 마음이 물결처럼 밀려온다"며 "회장님께서 얼마나 큰 우산이었으며 얼마나 든든한 반석이었는지 지금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고 고인을 향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이어 "평소에 저희들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가야한다고 주장했을 때 회장님께서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하셨다. 안성공장과 구미공장을 건설할 때도, 새로운 첨단설비를 도입할 때도 그러했다. 신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둥지냉면과 같은 획기적인 제품들은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해 결국 역사를 바꾼 사례들"이라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신 창조정신, 그리고 멈추지 않은 열정이 오늘의 농심을 만들었다는 것 저희들은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제가 어찌 회장님의 큰 뜻을 다 헤아릴 수 있겠나"라며 "다만 40여년 동안 회장님의 그림자를 밟으며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좋은 식품으로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철학과 라면으로 세계에서 1등을 해보자는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회장님께서 일구어 놓은 토양 위에서 그 유지를 받들어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더 좋은 식품을 만들 것이며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겠다. 그리고 한국의 맛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식품 한류의 맨 앞줄에서 지치지 않고 달리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유가족과 농심 임원 등이 헌화를 진행했다. 신동원 부회장은 조문객들에게 인사말을 통해 "아버님의 가슴 속 가장 깊은 곳에 무엇이 담겨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것은 농심일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며 "농심은 농부의 마음이며 흙의 마음이다. 흙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흙은 뿌린대로, 가꾸는대로 소출을 낸다. 그리고 농부는 자신이 노력한 것 이상의 결실을 욕심내어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아버님이 가지고 계셨던 철학이며 저를 비롯한 후손들이 늘 잊지 않고 새기는 정신"이라며 "저희들은 아버님의 소박하면서도 위대한 정신적 유산을 고스란히 받들어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농심 창업주 故 신춘호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고인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차량이 본사를 떠나 장지로 향하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차량은 장지로 향했다. 고인은 경상남도 밀양 선영에 안장된다.
신 회장은 지난 27일 향년 92세로 타계했다. 앞서 나흘 간 진행된 신 회장의 장례식에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허태수 GS그룹 회장·구자열 LS그룹 회장·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홍정국 BGF 대표·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등이 빈소를 찾았다.
여동생인 신정숙 여사와 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첫째 딸인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 범 롯데가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길을 애도했다. 조카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에 머물고 있어 조화로 고인을 애도하고 롯데그룹 임원들이 대신 참석해 양사의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