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수문장 우나이 시몬이 최고의 활약으로 팀의 4강행을 이끌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스페인 축구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 우나이 시몬(25·아틀레틱 빌바오)이 지난 경기에서의 아픈 기억을 잊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스페인은 3일 오전 1시(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유로2020 8강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결과 3-1로 이겼다.

이날 경기에서 시몬은 경기 MVP격인 '스타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전반에는 스페인이 높은 볼 점유율로 경기를 주도하면서 시몬의 활약을 볼 기회가 없었으나 후반 이후 스위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시몬이 빛을 발했다.


후반 18분 왼쪽에서 루벤 바르가스(아우크스부르크)가 돌파 후 박스 안 쪽으로 침투패스를 찔렀고 박스 안으로 쇄도하는 스티븐 추버(슈투르가르트)가 골대 바로 앞에서 가까운 골대를 보고 때렸으나 시몬의 뛰어난 반사 신경을 보이며 그 공을 걷어냈다.

후반 23분 스위스의 세르단 샤키리(리버풀)에게 한 골을 허용하긴 했으나 이 실점은 스페인의 수비진이 한 순간에 붕괴된 영향이 컸다.

시몬의 진가는 승부차기에서 드러났다. 스위스의 2번 키커 파비안 셰어(뉴캐슬)가 왼쪽 구석으로 낮게 때린 공의 방향을 완벽히 읽어 쳐냈다. 2002 월드컵 16강전에서 안정환의 페널티킥을 막은 잔루이지 부폰이 생각나는 그림이었다.


시몬은 이 세이브 이후 주먹쥔 손을 휘두르며 기쁨을 표했다. 스위스의 3번 키커 마누엘 아칸지(도르트문트)의 슛도 막아냈다.

아칸지는 도움 닫기 후 슛 동작에서 한 번 페인팅을 하며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으려 했지만 시몬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정확히 공이 오는 방향으로 점프를 떠 펀칭해냈다. 셰어의 슛 방향과 거의 동일했다.

2번, 3번이 연달아 막히자 4번 키커 루벤 바르가스(아우크스부르크)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공을 크로스바 위에 띄워 버렸다. 시몬은 이 슛의 방향도 완벽히 읽어 반응했다.

스페인의 4강행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다비드 데 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케파 아리사발라가(첼시)를 제치고 주전 골키퍼로 나서고 있다.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했는데 2차전 폴란드전에서 내준 1골이 실점의 전부일 정도로 안정적인 활약을 하고 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와의 16강전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체면을 구겨야 했다. 전반 20분 페드리(FC바르셀로나)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상대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뒤로 내준 백패스를 제대로 트래핑하지 못해 상대에게 득점을 헌납한 것.

페드리의 패스가 다소 강했고, 한 번의 바운드가 되긴 했지만 불규칙성은 아니라 골키퍼가 받아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패스의 방향도 시몬이 서 있던 곳으로 정확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시몬은 다소 안일하게 높은 자세로 트래핑하다 공을 놓치고 말았다.

스페인이 연장 끝에 5-3으로 승리했기에 망정이지 만일 졌다면 시몬은 '역적'이 될 뻔 했다. 16강전에서 '최악의 자책골'이라는 오명을 썼던 시몬은 8강에서 맹활약하며 이전 실수를 깨끗하게 지웠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