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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설계사의 초년도 수수료를 월 납입보험료의 1200%로 제한하는 새로운 수수료 체계(1200%룰)와 고용보험료 부담으로 기존 GA의 영향력이 약화돼서다. 
지난해 말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 등이 잇따라 자회사형 GA를 출범하며 채널 전략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현대해상은 자회사형 GA의 점포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신한라이프와 ABL생명은 유상증자에 나섰다. 보험사가 자회사를 적극 지원하면서 기존 GA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현대해상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마이금융파트너는 올해 10개 이상의 지방 점포를 추가한다. 출범(2020년 4월)한 지 2개월 만에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하며 사세 확장에 나선 것이다. 


마이금융파트너는 최근 서울 강남과 영등포에 직영 지점을 개소했다. 이어 춘천·원주·광주·청주·부산·울산 등에 직영 지점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안성·청주·구로·부산 등에는 지사 형태로 영업조직을 꾸릴 계획이다.

마이금융파트너가 전국적으로 동시에 지점과 지사를 개소하는 건 전문 컨설턴트를 육성해 보유 DB에 기반해 전국 고객을 대상으로 전문 보장분석 등 영업활동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마이금융파트너에서 추진하는 지사형 영업조직은 일반적인 GA의 연합형 지사 조직과 달리 인사권 등 내부통제 권한이 해당 지사에 전속되는 것이 아니라 본사와 반드시 협의해야 하는 구조인 일종의 ‘성과형 지사’다”라며 “기존 연합형 모델의 단점을 최소화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BL생명은 자회사형 GA인 ABA금융서비스에 49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지난달 30일 실시했다.  
ABA금융서비스는 2019년 1월 출범한 ABL생명의 자회사형 GA다. 현재 5개 본부와 25개 지점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출범 당시 1억6000만원이던 초회 월납 실적은 올해 3억원대로 증가했고 설계사 역시 400여명에서 850여명으로 늘었다. ABA금융서비스는 현재 생명보험사 7개, 손해보험사 9개와 제휴를 맺고 있으며 향후 제휴 보험사를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신한라이프 자회사형 GA 신한금융플러스는 자본과 인력 확충에 집중했다. 신한금융플러스는 올 들어 리더스금융판매의 인력 대부분을 흡수하면서 설계사 수를 3200여명까지 늘렸다. 지난해 상반기 말 6500여명 수준의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던 리더스금융판매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보험업법 위반에 따른 중징계를 받으면서 정상 영업이 어려워지자 매물로 등장했다. 

마침 외형 확대를 도모하고 있었던 신한금융플러스와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양사는 부실이 큰 3개 사업부를 제외한 10개 사업부에 대한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신한금융플러스는 목표로 했던 수준의 인력 충원 작업에 성공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 4월 신한라이프가 신한금융플러스에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신한라이프가 신한금융플러스 설립 당시에도 200억원의 자본금을 출자한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추가 자금 투입에 나선 셈이다. 

신한금융플러스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급격한 외형 확장 이후 내부 경영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출범 첫해인 지난해 적자를 냈던 신한금융플러스는 올해 1분기에 이미 7억원 수준의 흑자를 내기도 했다. 

앞서 미래에셋생명도 미래에셋금융서비스에 운영자금 700억원을 투입했다. 미래에셋생명의은 대형 GA가 등장한 2014년 자본금 50억원을 투입해 100% 자회사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설립했다. 자회사이지만 미래에셋생명의 상품만을 판매하진 않고 각 보험사와 판매 제휴를 맺고 생명·손해보험 상품을 위탁 판매한다. GA의 성장에 따른 수수료 경쟁을 완화하고 GA로 이동하는 전속설계사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미래에셋생명은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자사의 보험상품뿐 아니라 종합금융상품 판매 회사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지난해 12월 제판 분리(상품 개발과 판매 분리) 정책을 발표할 당시 유상증자와 유가증권시장 상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보험업계는 제판 분리 기조가 가속화되면서 점진적으로 자회사형 GA의 입지가 기존 GA를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200%룰 시행과 고용보험 의무도입으로 재정적 부담이 가중된 기존 GA는 보험사의 막대한 자본력을 배경으로 삼는 자회사형 GA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판 분리가 시작되고 대형사의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업권 내 자회사형 GA에 대한 인식이 바뀐 건 확실하다”며 “자회사형 GA의 성장으로 금융당국의 GA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