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아웃오브스탁 매장./사진제공=롯데백화점
"카시나 덩크 넵튠이 갑자기 떡상하네요. 딱 제 사이즈만 가격이 올라가네요. 지금 3일 만에 10만원 올랐습니다”언뜻 보면 주식 게시판을 보는 것 같지만 운동화 스니커즈 리셀 관련된 카페 게시글이다. 카시나 덩크 넵튠은 나이키 운동화 모델을 뜻한다. 이곳에서는 웬만한 거래소를 방불케 할 정도로 흥미로운 게시글이 가득하다.
흔히 리셀러라고 불리는 이들은 ‘예쁘다, 편안하다’로 신발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오롯이 투자자로서 상품을 바라본다. 투자하는 대상이 우리가 익숙한 물건과 다를 뿐이다. 현물 자산을 가늠하듯이 구매 이후 시세가 오르느냐, 내리느냐에 주목해 신발의 가치를 평가한다. 최근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 관심을 두는 MZ세대가 늘어나면서 백화점들도 그들을 모객 하기 위해 리셀 매장을 입점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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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슈테크에 꽂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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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장터 브그즈트랩./사진제공=현대백화점
스니커즈 리셀은 중고거래와는 차원이 다르다. 희소성 있는 상품을 가치 상승을 목적으로 구매해 ‘재판 매’하는 시점을 노린다.
지금 내가 제품이 필요해서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미래 가치를 내다보고 구매한다. 따라서 구입 제품 관리가 새 상품처럼 철저하다. MZ세대에게 리셀테크는 단순 구매를 넘어 ‘취향’을 합리적으로 거래하는 행위 이자, 재고가 한정돼 구하기 힘든 것을 ‘득템’하는 과정인 셈이다.
비트코인과 주식의 경우 시세가 폭락하면 투자금을 회수하기 힘든 반면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시장 가격이 정해져 있어 안정적인 현물 거래 수단이 된다.
앞으로 리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는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2019년 약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서 2025년까지 60억달러(약 6조5000억원)로 3배 성장을 전망했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고거래·리셀테크하는 Z세대’에 따르면 리셀테크 관련 소셜데이터 언급량은 2018년 1만5247건에서 2020년 2만1802건으로 43.0% 증가했다. 특히 ‘신발’,
‘나이키’ 등의 연관어를 통해 주로 리셀이 글로벌 브랜드 신발을 통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렸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5포세대라 불리는 요즘 2030세대 청년들에게 경제적인 롤모델은 없고 빠른 기간에 많은 소득을 안정적으로 획득하려고 하는 심리도 작용한 것 같다”며 “이런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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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은 백화점이 왜 ‘리셀’에 주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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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티엄굿즈./사진제공=갤러리아백화점
최근 백화점들은 리셀족 모시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화점이 리셀 매장을 유치시키는 이유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매장으로 고객들의 발길이 돌아섰다. 백화점들은 오프라인 매장에 소비자를 유입시키고자 신흥 소비 세력으로 불리는 MZ세대 고객 모집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대형 백화점인 롯데·현 대·갤러리아 백화점들은 MZ세대를 겨냥한 리셀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매장인 ‘아웃오브스탁’을 오픈했다. 당시 온라인 웹·앱 기반의 리셀 플랫폼을 오프라인에 구현하는 국내 업계 최초의 시도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매장에 방문한 20~30대가 주요 고객층이며 한 달에 2~3번 정도 인기상품을 발매하는 행사에는 500~1000여명이 줄을 서 응모한다.
황신영 롯데백화점 테넌트MD팀 칩바이어는 “기존에 백화점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MZ세대들이 향유하는 컬쳐 컨텐츠들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기획됐기 때문에 한정판 리셀샵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 문을 연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손잡고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 ‘브그즈트랩(BGZT Lab)’을 선보였다.
신발은 투명한 랩에 쌓여 있고 가격표 대신 QR코드가 부착됐다. QR코드를 통해 해당 제품의 중고 시세를 반영해 판매한다. 고객의 90% 이상이 20~30대이며 현재까지 팔린 상품 중 가장 고가의 상품은 나이키 에어디올 하이상품으로 1100만원에 판매됐다.
더현대 서울에는 SNS에 익숙한 MZ세대를 겨냥해 매장 한 면을 스니커즈로 채워 인스타그램에 인증하기 좋은 포토존도 마련했다. 매장 내에는 비대면 중고 거래가 가능한 무인 락커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번 개장터’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20~30세대들의 각양각색의 포즈로 스니커즈 앞에서 사진을 찍은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서연 번개장터 마케팅 매니저는 "신선한 매장 콘셉트와 인테리어로 사진을 찍고자 방문하는 고객들도 많다"며 "사진으로만 보던 고가의 한정판 제품을 실제로 만져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덕에 입소문을 타고 더욱 방문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 4월 압구정동 명품관에 프리미엄 리셀 신발 편집숍 ‘스태티엄 굿즈’를 오픈했다.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한 미국 프리미엄 리셀링 슈즈 편집매장이다. 이곳 신발 가격은 6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다양하다. 갤러리아 백화점 내 매장은 별도의 독립된 매장은 아니고 편집숍 안에 샵인샵 형태로 들어온 형태다. 구하기 힘든 한정판 리셀링 스니커즈를 직접 신어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형 백화점들의 리셀 시장 진출은 사실상 매출보 다는 리셀 전문숍 필두로 희소성에 가치를 두는 MZ 세대 고객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오겠다는 의지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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