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면 위험할 수 있고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다. 송중기 상사병을 주의하라.”

한국의 경찰에 가까운 기능을 하는 중국 공안부도 견제할 만큼 한류 드라마가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다. 2016년 방영된 ‘태양의 후예’는 22억뷰를 기록할 정도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몰이를 했다.

중국 공안은 자국 내 방영 후 ‘송중기 상사병’에 걸리는 등 수천만명의 소녀 광팬들이 생기자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고 법률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주인공인 송혜교에게 반한 중국인들은 그녀의 아이템을 섭렵했다. 립스틱은 완판 행렬을 이어갔고 ‘K-뷰티’는 한마디로 잘 나갔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하지만 기세는 얼마 가지 못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으로 한국산 화장품의 통관이 강화된 탓이었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물론 면세 판매 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했고 선두 자리까지 위협받게 됐다.

2000년대 후반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드라마와 K-팝이 인기를 끌며 한국 연예인들이 사용한 뷰티 아이템을 중심으로 ‘K-뷰티’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한국 연예인이 모델로 하는 화장품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소비로 이어졌다. 당시 마스크팩, 쿠션팩트, 비비크림 등 K-뷰티 만의 혁신적인 제품과 품질력은 중국이 따라올 수 없던 경쟁력이었다.

한국 화장품 베끼기에 정신없는 중국
중국 광저우 중이백화점에 위치한 설화수 매장.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K-뷰티 도약기로 불렸던 2010년에는 ‘설화수’를 앞세운 아모레퍼시픽과 ‘후’, ‘숨’ 등 럭셔리 브랜드를 내세운 LG생 활건강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치솟자 중국의 짝퉁(모방) 제품도 기승을 부렸다. 설화수를 모방한 ‘월화수’와 LG생활건강의 후를 베낀 ‘한후’ 등이 출시됐다. 한국 기업들은 당시 이 같은 짝퉁 제품으로 골머리를 썩었고 이미지도 훼손되는 곡절을 겪었다.


이후 2016년 말 중국과의 사드 갈등으로 인해 한국산 화장품들의 통관이 강화됐다.

한류 제한령과 한국 단체관광 제한 등이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수출과 면세 판매 등이 부진에 빠졌다. 여기에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면세 채널과 오프라인 판매는 곤두박질쳤다.

장준기 대한화장품협회 전무는 “한국산이란 메리트가 없어졌다”며 “새로운 유형의 제품을 개발하고 개별 브랜드를 육성해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은 중국 내 위조품 생산과 유통에 대한 적극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억제조치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중국 내 인기 품목인 궁중 화장품 ‘후’의 짝퉁 제품 생산이 어렵도록 용기 디자인에 차별화를 두고 있다.

▶ 2부 - K-뷰티 이대로 괜찮을까… "원천 기술 개발 절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