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핀테크 업체를 향해 "혁신을 추구하더라도 금융규제와 감독으로부터 예외를 적용받기보다는 금융소비자보호와 건전한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는"고 지적했다. 사진은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소상공인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사진=뉴스1
네이버와 카카오 등 핀테크 업체에 대한 규제로 불만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혁신을 추구하더라도 금융규제와 감독으로부터 예외를 적용받기보다 금융소비자보호와 건전한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핀테크 업체와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SK플래닛, NHN페이코, 핀다, 핀크, 뱅크샐러드 등 13개 핀테크 업체가 참석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7일 핀테크 업체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금융위는 핀테크 업체들이 계약을 맺은 금융회사의 상품을 플랫폼에서 소개하고 이를 통해 체결된 계약에 따라 금융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어 단순 광고가 아닌 중개라고 판단했다.


오는 24일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따르면 금융상품 판매 중개업 등 영업행위는 금융위에 등록하거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오는 25일부터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등 핀테크 업체들은 자사 플랫폼에서 보험, 펀드, 대출 비교 서비스 등을 못하게 된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지적에 핀테크 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오는 25일 금소법 계도기간이 끝나는 만큼 핀테크 업계는 금소법 계도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카카오·네이버·토스 등 핀테크 업체에도 앞으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와 간담회를 마친 뒤 "앞으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혁신에 방점 찍었던 금융당국, 입장 선회?
그동안 기존 금융권은 핀테크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과도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 핀테크 업체의 혁신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것에 역점을 뒀던 금융당국의 기조가 사뭇 바뀌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서비스에 한해 최대 4년간 규제를 유예·면제하는 제도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지정된 대표적인 혁신금융 서비스에는 대출비교 서비스, 해외주식 소수점 투자, 신용카드 송금 서비스, 실명확인 서비스 등이 있다. 사실상 핀테크 업체들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이렇게 2019년 4월부터 시작된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된 서비스는 153개에 이른다. 여기에 은행권이 수수료와 핀테크 플랫폼 종속 문제로 거세게 반발했던 대환대출 플랫폼도 올 10월 추진을 목표로 강력히 추진돼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금소법을 근거로 핀테크 규제에 나서고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대환대출 플랫폼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하면서 금융당국이 기존 정책기조를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소법 적용과 관련해 어려워하는 부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지원하지만 소비자보호 측면의 영향, 다른 업체와의 형평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하겠다"며 "위법소지가 있음에도 자체적인 시정노력이 없는 경우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