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中이 점령한 태양광 밸류체인… 韓 기업 경고음
(2) 기존 역량 바탕 영역확대… 이종 사업 개척도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제품의 세계 시장 독식이 확대되고 있다. 값싼 전기료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은 3년 새 7~8배 규모의 셀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제품과 경쟁하느라 수익도, 기술도 확보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맞게 됐다. 최근 중국의 전력대란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커지면서 태양광업계의 높은 중국산 의존도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셀 시장, 사실상 韓·中경쟁
중국의 ‘태양광 굴기’가 무섭다. 태양광 밸류체인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전지(셀)→모듈(패널)→발전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셀은 태양 빛을 받고 전기로 변환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전기차로 따지면 배터리 만큼 중요하다. 셀은 모듈 원가의 약 50%를 차지한다. 

셀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휩쓸고 있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셀 시장점유율은 83%로 한국(6%)의 14배다. 실리콘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곳은 한국과 중국, 대만 뿐으로 사실상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이다. 상위 10개 셀 생산업체 가운데 7곳이 중국업체다. 

국내에선 현대에너지솔루션과 한화큐셀, LG전자 등이 셀·모듈 등을 생산한다. 국내 셀 생산 1위 한화큐셀의 연간 태양광 셀 생산규모는 10GW(기가와트)다. 글로벌 셀 시장 1위 중국 통웨이의 생산 규모(21.4GW)의 절반 수준이다. LG전자와 현대에너지솔루션의 생산규모는 1GW에 못 미친다. 

중국 업체들은 값싼 전기료와 정부 지원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은 셀 제작과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셀 효율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격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셀 효율은 22.4~24%다. 중국은 22.4~23.7%다. 생산능력도 매년 강화되는 추세다. 중국 통웨이의 셀 생산규모는 2017년 3.9GW(기가와트)에서 2020년 21.4GW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셀 생산 2·3위인 론지·에이코 솔라도 7~8배 생산량을 늘렸다.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셀 효율 고도화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추느라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한화큐셀의 경우 올 3분기까지 175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올 상반기 통웨이의 마진률은 69.4%다. 

이해석 고려대 교수는 “태양광 셀 5W(와트)당 약 1달러꼴”이라며 “한국산과 중국산은 센트 싸움인데 중국의 많은 셀 기업들이 연 20GW가 넘는 생산규모를 가지니 수익성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셀 제작에선 남는 이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은 중국산 셀을 모듈로 단순 조립만해 중국산과 단가를 맞추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셀의 대중국 수입량은 2억2531만달러(약 2650억7721만5000원)로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 상반기 335억7700만원어치의 셀을 통웨이 등 외부에서 들여왔다. 

이는 장기적으로 셀 경쟁력을 중국에 완전히 넘기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양광의 경쟁력은 셀에 있는데 외부에서 셀을 받아 단순조립을 지속하면 셀·모듈 시장을 전부 중국에 빼앗기는 것은 물론 기술개발 포인트를 잃어버릴 수 있다”며 “중국 리스크에 취약해지는 부분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효율 셀 개발이 관건 
독일 브란덴부르크 지역 상업시설 지붕에 설치된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사진=한화큐셀
중국은 셀뿐 아니라 태양광 밸류체인 전 영역에서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폴리실리콘 시장점유율은 77%다. 한국은 4%다. 중국의 웨이퍼 시장점유율은 95%나 된다. 패널 점유율 역시 74%로 한국(7%)을 크게 앞서나가고 있다. 

OCI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태양광 패널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곳이다. OCI 역시 그동안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달렸으나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하며 10년 만에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한때 kg당 10달러 아래로 추락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최근 30달러대를 웃돌고 있다. 

업계는 최근 치솟은 폴리실리콘 가격이 언제든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공장 증설이 연이어 예정됐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만 8만톤 규모의 증설이 이뤄진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내년부턴 kg당 20달러대로, 공급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2023년부턴 10달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OCI는 군산 공장 설비를 해체하고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재조립할 계획이다. 국내서 생산하기엔 전기료 등 부담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OCI는 폴리실리콘 원재료인 메탈실리콘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 기업 지분인수와 인수합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시장 역시 중국이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수요는 올해 201GW, 2022년 214GW, 2023년 222GW로 증가할 전망이다.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시계가 빨라지고 있어 국내 태양광업계의 초격차 전략 마련이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세대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의윤 무협 수석연구원은 “저전력, 저단가 웨이퍼·잉곳 제조를 위한 정부 지원책 시급하다”며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국산용 태양광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셀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65%였다. 국산은 22%에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셀 생태계가 고사하면 원자재부터 모듈까지 다른 부분도 무너지게 된다”며 “셀 산업이 잘 보호됐다면 국내 웨이퍼업체가 지금처럼 웅진에너지만 남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중국산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셀에 대한 투자가 없으면 프리미엄 시장 공략도 어려워지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공기업 등의 국산 사용 유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해석 교수 “셀 투자 여력이 없다면 태양광 발전 시스템에 AI(인공지능)를 접목하거나 스마트하게 효율 관리에 나서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