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K5리그(5부리그) 챔피언십이 지난달 13일에서 21일까지 울산 간절곶스포츠파크에서 열렸다. /사진= TNT 제공
"젊은 일반인과 나이 많은 선수 출신(이하 선출)이 맞붙는다면?"

대한축구협회(KFA)가 주최한 2021 K5 리그(5부 리그) 챔피언십이 지난달 13일 울산 간절곶스포츠파크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서울을 비롯해 경기·충북·대전·경남 등 국내 각 지역 K5 리그 우승팀들이 모여 전국 K5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대회다. K5 리그는 '아마추어 최상리그'로 통한다.
이번 대회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참가했다. 일반인부터 현역에서 은퇴한 선수들, 프로팀 입단을 준비하는 선수들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참가자들의 배경은 제각각이지만 축구를 즐긴다는 공통된 계기로 약 2주 동안 경쟁을 펼쳤다.

기자는 TNTFITOGETHER(서울·이하 TNT) 소속으로 이 대회에 참가했다. 기자는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대학교 축구 중앙 동아리에서 취미로 활동해온 것이 전부다. 따라서 선출들이 대거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서 이들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기자는 지난달 13일과 20일 울산 간절곶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1 K5리그(국내 5부 리그) 챔피언십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출발해 울산으로 이동했다. 사진은 KTX 열차 티켓(왼쪽)과 서울역에 정차된 KTX. /사진= 양승현 기자
2021 K5 챔피언십 3위보다 더욱 값진 '대회 경험'
기자는 지난달 12일 저녁 8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대회가 열리는 울산으로 이동했다. 다음날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간절곶스포츠파크로 입성했다. 이날 기자의 소속팀(TNT)은 피닉스FC(전북)와 10강전을 치렀다. 경기는 승부차기 끝에 TNT의 승리로 끝났고 K5 챔피언십 4강에 진출했다.
일주일 후인 지난달 19일 이번에는 4강전을 치르기 위해 또다시 울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다음날인 20일엔 대형버스를 타고 다같이 이동했다. 준결승 상대는 수원 시티FC(경기). TNT는 이날 아쉽게 1-2로 패했다. 하지만 TNT는 3위로 대회를 마무리해 오는 2022 시즌 FA컵 진출권을 획득했다.


김태륭 TNT 단장은 지난 1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팀의 가장 큰 목표는 이번 2021 시즌 서울지역 K5 리그 우승이었다"며 "목표를 이룬 뒤 챔피언십 진출권까지 획득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챔피언십 3위는 보너스 같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단장은 "지난해 K6 우승에 이어 올 시즌에도 K5 정상에 올라 매우 뿌듯했다"며 "처음 출전한 이번 챔피언십은 굉장히 영광스럽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축구협회(KFA)가 K5를 얼마나 성장시키고 싶어하는지 의지를 봤다"며 "TNT도 이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기자는 지난달 13일 울산 간절곶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1 K5리그(국내 5부 리그)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사진= TNT 제공
체력·체격이 좋아도… 일반인과 선수출신은 달랐다
기자는 이번 대회를 통해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웠던 사람과 일반인들의 실력 차이를 확실히 느꼈다. 기자는 지금까지 친선경기나 소규모 대회에서 선출들과 맞서봤다. 큰 무대에서 선출들로 구성된 팀을 제대로 상대한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기자는 일반인과 선출 사이 '실력의 벽'을 확실히 느꼈다. 일반인이 축구에 대한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고 신체 조건이 좋아도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들을 따라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기자는 대회 참가선수의 평균 연령보다 어린 편에 속했다. 따라서 체력적인 부분이나 체격에서도 내심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선출들과 경쟁하기엔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 

김 단장은 "K5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실력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며 "고등학교 이후까지 축구를 배워본 사람들이 뛸 수 있는 무대"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반인들은 활동할 수는 있지만 주전급으로 경기를 뛰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디비전을 시즌제로 진행하는 게 팀의 실력을 키우고 한국 축구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비전은 1년짜리 리그이기 때문에 팀들은 개인능력뿐만 아니라 운영능력·팀원의 단합능력 등 모든 능력을 동원해 성적을 창출해야 한다"며 "선수들의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TNTFITOGETHER은 서울을 대표해 지난달 13일부터 20일까지 울산 간절곶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KFA) 주최 2021 K5리그(국내 5부 리그) 챔피언십에 참여했다. /사진= 양승현 기자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 주최 측은 참가하는 모든 선수가 프로들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마추어 리그를 향한 관심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험은 선수들을 자극한다. 참여하는 팀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실력을 키우고 참여하지 않은 팀들은 다음 대회 출전을 위해 노력한다. 나아가 선수들의 지인들도 온라인으로 경기를 관람하면서 아마추어 리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키울 수 있다.
TNTFITOGETHER(서울)은 지난달 20일 울산 간절곶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KFA) 주최 2021 K5리그(국내 5부리그) 챔피언십에서 3위를 기록했다. /사진= TNT 제공
대회에 함께 참가한 일반인 장모씨(21·남)는 "늘 K1·K2 등 상위 리그 경기만 관람하다 보니 K5 선수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며 "대회에 참여하면서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큰 무대에서 경기를 뛰게 돼 기대가 컸고 무척 설렜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학교 축구부로 활동 중인 김모씨(22·남)는 "K5에 선배들이 많이 뛰고 있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알고 있었다"며 "축구를 그만둔 분들이 많아 체력이 약해도 실력은 여전히 뛰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 선수를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던 무대"라며 "인맥도 넓힐 수 있어 굉장히 좋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