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그룹이 대체 부지 선정에 지지부진하면서 서울 성동구 레미콘 공장 이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사진은 정동원 삼표그룹 회장. /사진=뉴스1
삼표그룹의 서울 성동구 성수동 레미콘 공장 부지가 오는 6월 이전할 계획이지만 대체 부지 선정에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레미콘의 굳는 성질 때문에 대규모 서울 도심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선 최대 90분 내에 도달 할 수 있는 거리에 공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곳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삼표산업, 서울시, 성동구 등은 2017년 10월18일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 협약’을 체결해 2022년 6월까지 공장을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레미콘공장이 한강과 주거지 등에 인접해 있어 수질·대기 오염 등 환경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삼표레미콘 성수동 공장 위치.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삼표산업 레미콘 공장은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1가 683번지 일대에 2만7828㎡로 조성됐다. 위쪽으로 성수고등학교, 아래쪽으로 서울숲이 있어 알짜배기 땅으로 꼽힌다. 인근에 위치한 성수대교와 강변북로 덕분에 교통은 편리하고 자연 경관이 뛰어나 도시공원 등 휴식공간으로의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와 성동구는 레미콘공장이 이전하면 해당 부지를 도시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제철 소유이고, 그 땅위에 삼표산업이 건물 짓고 레미콘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공장 부지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삼표산업과 서울시의 사전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5년째 지지부진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삼표산업과 서울시가 합의하는 대로 따라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표 관계자는 “레미콘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굳기 때문에 공장에서 출하된 뒤 90분 안에 운반해 현장에서 타설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 때문에 수도권 내에서 대체 부지를 골라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공장 이전 협의 이행에 어려움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유관기관과 협의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일각에서는 삼표산업이 알짜배기 땅을 쉽게 포기할 수 없어 대체 부지 확보에 지지부진하다고 주장한다. 공장 이전을 가능한 미루면서 점유 기간 동안 매출 등 이점을 누리려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비슷한 입지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서울시와 성동구로부터 공장 철거 보상금을 최대한 받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매출 감소를 우려해 공장 이전에 주저한다는 주장도 있다. 성수동 공장은 삼표레미콘 매출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재건축·재개발 수요 증가로 레미콘 업계의 호황이 예상된다는 점도 삼표산업이 공장 이전을 쉽사리 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을 뒷받침한다.

오는 6월까지 대체 부지가 선정되지 못할 경우 공장 이전은 기한 내에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성동구 관계자는 “현재 현대제철, 삼표산업, 서울시, 성동구 소속 실무자들이 계속해서 4자 회담을 하고 있지만 대체 부지 선정이 늦어지면서 회담 내용이 공회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삼표산업의 공장 자진 철거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 도시계획사업 등을 이용해 강제 집행을 시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제집행을 하려면 여러 절차가 필요해 공장 이전이 더 늦어질 수 있다”며 “현대제철, 삼표산업, 서울시, 성동구 모두 자진 철거에 큰 틀에서 합의했으니 아직은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