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돌아온 金의 시간… 지금 투자해도 될까

②우크라이나 총성에… 몸값 치솟는 달러·채권

③“불안한데 주식·코인투자가 웬 말”… 금테크·환테크가 뜬다

#. 개인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김모(49)씨는 최근 금값이 오르고 있다는 소식에 2019년 개설한 금 통장이 기억났다. 바로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었더니 약 100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동안 주식, 암호화폐, 부동산 투자에만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은행 영업점을 찾아가 PB 팀장에게 금투자 상담을 받았다. 그는 파킹통장에 있는 돈을 골드뱅킹(금투자)에 옮겨 담을 지 고민 중이다.


#. 2020년 암호화폐와 주식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거둔 박모(38)씨는 투자자금을 최근 달러 예금통장으로 옮겼다. 달러 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워 필요할 때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데다 금리 인상기로 달러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돼 환차익을 노릴 수 있어서다. 박씨는 “순수 환차익은 비과세인데다 안전자산을 보유하기 위해 달러자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기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금과 달러 등 안전자산이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무력충돌 긴장감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뚜렷해지면서 금값과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어서다.

금과 달러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경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강세는 두드러질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권 대부분의 예·적금 금리가 여전히 1%대에 머무는 데다 코스피는 2700선을 하회하는 상황에서 마땅한 재테크 상품이 사라진 것도 금테크·환테크의 인기를 부추기고 있다.
“금값이 금값”… 금통장 가입할까
실제로 올 들어 금값은 크게 올랐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금값은 지난해 3월 31일까지만 해도 g당 6만1209원에 그쳤지만 지난달 24일 7만5282원으로 약 11개월만에 23%(1만4073원) 급등했다.

통상 금테크라고 하면 수천만원의 골드바를 실물로 구매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g단위로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금 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은행권 골드뱅킹이 대표적인데 이 상품은 금을 실물로 거래하지 않아도 통장에 돈을 넣으면 국제 금 가격에 원/달러 환율을 곱해 산출, g당 원화 가격만큼 금을 쌓아준다.

금 시세와 환율에 따라 통장 잔액이 수시로 변동되는 데다 0.01g 단위로 매매할 수 있어 소액투자가 장점이다. 다만 골드뱅킹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5대 은행 가운데 신한, 국민, 우리 등 세 곳뿐이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기준 은행 3곳의 골드뱅킹 잔액은 6899억원으로 지난해 2월말 대비 10.9% 급증했다. 약 1년만에 680억원 늘어난 셈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골드뱅킹을 시작한 신한은행은 ‘골드리슈 금적립통장’과 ‘골드리슈 골드테크 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금적립통장은 6개월부터 최대 5년까지 적금처럼 통장에 금을 0.01g단위로 적립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기에는 적립한 금을 매도하거나 금 실물로 인출할 수 있다.

골드테크통장은 기한과 금액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금을 0.01g 단위로 매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예약매매서비스를 통해 목표가격 달성 시 자동으로 매수 또는 매도 함으로써 매매타이밍을 포착할 수 있다.

반복매매서비스를 통래 반복매도가격 이상이면 일정량씩 매도하고 반복매입가격 이하이면 일정량씩 매입함으로써 위험분산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민은행의 ‘KB골드투자’와 우리은행의 ‘우리골드투자’ 상품역시 수시입출 방식으로 실물 거래 없이 0.01g단위로 금에 투자할 수 있는 골드뱅킹이다.

다만 골드뱅킹은 5개 위험등급 중 두번째로 위험도가 높은만큼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의 예금보험도 받지 못하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여기에 거래수수료 1%와 매매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15.4%가 붙는다.

금 상품을 판매하는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연초에 많이 늘어났던 금 투자자들이 최근 최고가를 경신한 금시세에 대해 차익 실현을 위한 출금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상황과 금리인상 가능성 등 변동성이 많은 상황에서 아직도 금에 대한 VIP 투자자들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기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금과 달러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뚜렷해지면서 금값과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골드바 등을 정리하는 모습./사진=임한별 기자
귀한 몸 된 ‘달러’, 지금 투자해도 될까
환테크도 투자 피신처로 각광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러·우크라 사태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지난 4일 장중 1214.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했던 2020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러·우크라 사태가 심화하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은 전액 무제한 비과세라는 점도 환테크의 인기요인이다.

신한은행의 ‘외화 체인지업 예금통장’은 언제든지 최대 21개의 통화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매매할 수 있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이다. 자동이체, 비대면 거래 시, 외국통화간 자유 전환 시, 원화기반으로 거래하는 경우 모두 환율 우대 50%가 자동 적용된다.

국민은행의 ‘KB TWO테크 외화정기예금’은 고객이 지정한 환율 이상 도달 시 자동으로 해지돼 외화정기예금 이자와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1, 3, 6개월 단위로 가입할 수 있으며 가입금액은 1000달러 이상 100만달러 이하다. 

우리은행의 ‘우리 더(THE) 달러 외화적립예금’은 최대 5만달러까지 자유적립이 가능한 앱 ‘WON뱅킹’ 전용 달러 적금 상품으로 1~5만달러 단위로 납입이 가능해 소액투자에 안성맞춤이다. 올해 말까지 신규 가입·추가입금·해지 시 환율우대 80%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밀리언달러통장’은 27개 통화 중 최대 10개 통화가 예치 가능한 외화 다통화 입출금 통장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하기 위한 별도의 이체나 환전 절차 없이 예치된 외화를 삼성증권 등을 통해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긴축으로 원/달러 환율은 1230원까지 예상할 수 있는데 우크라 사태가 장기전으로 가면 1250~1260원선도 무난히 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원/달러 환율이 오른 상황이라 지금 환테크에 나서기엔 늦은 감도 있지만 하단을 1190원선으로 보고 있어 안전자산을 늘리는 측면에선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