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②과노동·저임금 창작… "카카오엔터 같은 플랫폼은 갑"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법의 사각지대 처한 창작노동자… 업무 과다에 불안정한 근무 환경
양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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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노동자임에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급제 노동자들은 '근로자'가 아니란 이유로 최저임금조차 적용되지 않는 구조적 사각지대에 처해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900만명에 이르는 노동자는 올해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변화의 조짐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플랫폼·노무제공자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제도권 안으로 포섭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기대감이 커진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노동의 정의가 제대로 살아나는 길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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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 프리랜서로 일하는 정유진(29)씨는 일감이 몰리는 주말이면 하루 10시간 이상 작업에 매달린다. 한 달을 빼곡히 주말 없이 일해도 손에 쥐는 수입은 150만원 남짓.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나면 시간당 수입은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작업 단가는 플랫폼이 정하는 구조입니다. 수정 요청이 몇 번 와도 추가 비용은 없고요. 마감 기한을 넘기면 다음 일감이 끊기기 때문에 밤을 새울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요. 요즘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한창이지만 정작 그 테이블에조차 올라가지 못한 셈이죠"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창작 노동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각종 사회적 보호장치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창작 노동자 대부분이 특정 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 신분이어서 '법 밖의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이들의 근로계약서에는 주당 노동시간 제한이나 휴식권 등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명시돼 있지 않다. 최저임금 역시 보장되지 않아 수익이 극단적으로 들쭉날쭉해 생계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2024 웹툰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의 경우 하루 평균 10.1시간, 일주일 평균 5.9일 일한다. 이들의 애로 사항 1위는 '연재 마감 부담으로 인한 작업·휴식시간 부족'(57.8%)이었고 '과도한 작업으로 정신·육체 건강 악화'(56.4%)와 '적고 불규칙한 수입 및 차기작 준비 중 경제적 어려움'(49.4%)을 호소하는 작가들도 많았다. 과도한 작업,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도 심각했다.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노동과 제한 없는 근무시간은 구조적으로 강요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플랫폼이 작품의 노출 위치나 프로모션 여부를 좌우하는 구조 속에서 창작자들은 과도한 수수료, 저작권 침해, 일방적인 계약 해지 등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과노동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효진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 지회장은 "플랫폼에서 작품이 얼마나 노출되느냐에 따라 수익이 극단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플랫폼 사측이 제시한 불공정한 계약서조차 쉽게 수정 요청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23개 제작사의 141개 약관에서 1112개의 불공정 조항을 적발한 바 있다.
인기 작가들을 제외하곤 박봉에 시달리는 게 다반사다. 국내 창작자들이 창작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연간 소득은 1000만원 정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지난 3월 예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예술인 1인당 평균 연소득이 1055만원이었다. 같은해 국민 1인당 평균 연소득 2554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처지다. 플랫폼 기반 계약 구조상 이렇다 할 보호 조치가 전무한 실정이다. 창작 노동자의 수익은 대부분 저작권료로 분류된 만큼 고용보험 가입을 비롯해 실업급여도 수령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플랫폼의 일방적인 해고 통보도 대응하기 힘들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월 웹툰작가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했다. 법률상 웹툰 작가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하는 웹툰상생협의체에서 충분히 합의가 이뤄졌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하신아 웹툰작가노조 사무국장은 "웹툰상생협의체에서 약속한 내용들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 4월 이후에도 웹소설 작가들이 포함된 추가 요구안을 제시했으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측이 이를 무시하고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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