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배당 재원으로 약 2조원을 마련한다. 앞으로 중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투자 등을 위한 자금 확보 목적으로 해석된다. /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이 배당 재원으로 약 2조원을 마련한다. 앞으로 중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투자 등을 위한 자금 확보 목적이다. 주주 총회 후 주식 매입으로 방향을 전환해 결국 보유자금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자본잉여금 중 2조4096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번에 계정을 옮기는 액수는 전체 자본잉여금 4조8620억원의 49.6%에 달한다.

지난해 8월 상장한 크래프톤의 주가는 최근 공모가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공모가 수준으로 주가가 호복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지난 1월 25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가가 급락하며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를 청약한 크래프톤 직원들이 반대매매 위기에 처하자 장 의장이 직접 '달래기'에 나선 것이었다.  

장 의장은 “대내외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던 ‘펍지 뉴스테이트’의 저조한 초기 실적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줬고 미국이 돈을 거둬들이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줄었다”며 “단편적인 말들에 흔들리지 않고 여러 측면을 고민·실행하는 경영진을 믿어주면 좋겠다”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 상법에선 별도 재무제표상 이익잉여금이 ‘(+)플러스’여야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이 가능하다. 지난해 말 기준 크래프톤의 이익결손금(별도 기준)은 4096억원으로 '(-)마이너스’ 상태라 현재는 배당이 불가능하다.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옮기려는 이유다.

크래프톤의 주식발행초과금은 2020년 말 1조17억원에서 지난해 말 3조8306억원으로 1년새 3.8배 늘었다. 지난해 상장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하며 약 2조7716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영향이 컸다.

이익잉여금 전입분을 주주 환원에 쓰게 되면 “IPO 자금을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한다”는 크래프톤의 기존 계획과는 멀어지게 됐다. 당초 크래프톤은 공모 자금 중 약 70%를 인수합병(M&A) 등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자본금 계정 내 회계 처리로 공모 자금을 결손금 보전에 실제로 사용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례적인 주가 하락을 경험하며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 마련을 가속화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결손금 보전을 실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