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마일리지 특약을 강화하며 가입자들이 받는 혜택이 커지고 있다./그래픽=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교통량 무조건 줄여라” 보험사들, 마일리지 특약에 집착하는 이유
② 삼성화재가 최고?… 마일리지 특약으로 공세 나선 보험사들
③ 마일리지 특약, 얼마나 싸질까?… ‘1만㎞’ 타는 A씨 보험료는?
#. 판교 신도시에 거주하는 남성 직장인 A씨(40)는 매년 80만원 이상 내야 하는 자동차보험료가 부담스럽다. 연간주행거리가 5000㎞ 이하로 많지 않은데다 10년 가까이 운전하면서 사고 경력도 한 번도 없는 A씨 입장에선 80만원이 넘는 보험료가 과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A씨는 보험료가 저렴한 보험사를 찾기 위해 한 보험사 온라인 채널에 접속해 자동차보험 가입을 알아보던 중 깜짝 놀랐다. 


해당 보험사에서는 A씨처럼 연간 주행거리가 5000㎞에 미치지 못하면 운전자들에게 보험료를 24% 할인주고 있었던 것이다. 

운행거리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 자동차보험 마일리지 특약이 있다는 걸 확인한 A씨는 곧바로 계약서에 마일리지 특약을 포함시킨다. 

자동차보험은 운전자라면 필수로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다. 자동차를 소유, 운행, 관리하는 동안 발생하는 각종 사고로 인해 생긴 피해를 담보별로 보상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은 5개의 ‘기본담보’와 그 외 다양한 특약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담보는 운전자가 다른 사람에게 끼친 인적·물적 피해를 보상하는 담보(대인배상, 대물배상)와 운전자 본인의 피해를 보장하는 담보(자기신체사고, 자기차량손해, 무보험 자동차에 의한 상해)가 있다. 

특약은 기본담보 상품의 보장범위를 확대하거나 각종 보험료 할인조건을 제시해 운전자 개개인에 맞춘 보장내용을 제공하는 것이다. 운전자들은 특약을 통해 자동차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덜 타면 싸게 해주는 마일리지 특약… 보험사 주목하는 이유

마일리지 특약은 보험 가입기간 동안 일정 거리 이하를 운전하면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이다. 주행거리가 짧을수록 할인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마일리지 특약 할인율은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년 동안 운행거리가 1만5000㎞ 이하면 운행거리 구간별로 2~45%가 적용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자동차보험 가입자 인용 자동차보험 가입자 1724만명 중 마일리지 특약에 가입한 계약자는 1176만명(68%)이다. 이 중 69%(810만명)가 자동차 보험 만기 후 평균 10만7000원의 보험료를 돌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손해보험사들 전체 원수보험료(매출액) 104조4000억원 가운데 자동차보험은 20조3000억원으로 19.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자동차보험이 ‘한해 농사를 좌우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적 개선을 위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낮춰야 하는 손해보험사들 입장에선 운행거리가 적으면 보험료를 더 할인해주는 마일리지 특약이 매력적이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교통량 감소가 손해율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다. 

즉 주행거리가 적은 가입자들에게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교통량을 낮추면 사고율과 손해율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상위 5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삼성화재 81.1%, 현대해상 81.2%, DB손보 79.6%, KB손보 81.5%, 메리츠화재 77.7%로 집계되면서 전년도에 비해 3~4%포인트 개선됐다. 

지난해 손해보험사 순이익은 4조3264억원으로 전년대비 1조7077억원(65.2%) 늘었다. 

해외도 비슷한 모습이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미국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스테이트, 프로그레시브를 포함한 주요 미국 보험사들은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교통량 증가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을 근거로 자동차보험료를 6~8% 인상했다. 

위드코로나 이후 교통량이 회복된 미국처럼 국내도 유사한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도 마일리지 특약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3월 말까지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의 선택 사항이었던 마일리지 특약을 올해 4월 1일부터 자동적으로 차보험 계약에 포함되도록 약관을 변경했다. 특약 가입을 원치 않는 고객은 미가입을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올해 마일리지 특약 강화 등을 통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낮추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운행거리 단축을 유도해 사고율 감소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마일리지 특약은 가입자와 보험사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 자동차 운행 등이 줄어들면서 보험 영업쪽에서 손해율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라며 “손해보험사들은 마일리지 특약 확대 등을 통해 손해율을 낮추는데 주력할 것이며 이는 운행거리가 적은 가입자들에게도 이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