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격과 물가상승 여파로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매출에서 원재료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전에 비해 많이 올랐어요. 방역조치 완화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또 다른 복병을 만난 것 같습니다." 
11일 서울 강남구에서 작은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원재료비 인상으로 고민이 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길어지면서 밀가루 등 곡물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곡물가격 오름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전날 기준 밀 선물 가격은 톤당 381.49달러로 지난해 같은 날(226.43달러)보다 155.06달러 급등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닌 A씨처럼 소규모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곡물가격 인상에 따른 메뉴 인상이 두렵다. 그나마 유지해온 동네 단골 손님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동구에서 수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햄버거에 들어가는 재료 중 일부만 오르는 게 아니라 모든 원재료의 가격이 오른 상황"이라며 "밀가루 값이 지금보다 더 오르면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성북구에서 작은 제과점을 운영하는 C씨는 "대형 프랜차이즈 같은 곳은 연단위로 계약해 미리 물량을 확보했겠지만 작은 영세상인들은 미리 발주해봐야 한 두 달 이전인데 확보해둔 게 없어 앞으로 메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상점이 문을 닫은 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소비자와 외식업계 자영업자들은 곡물가격과 외식물가 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살펴보면 3월 외식물가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6.6% 올랐다. 1998년 4월(7.0%) 이후 23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결혼한 지 12년차에 접어드는 40대의 D씨는 "식구 3명이 부대찌개로 외식을 하면 5만이면 충분했는데 최근에 가격이 많이 올라 1만원 초반대의 밀키트로 외식을 대체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E씨는 "손님들의 리필 요구도 신경이 쓰일 정도로 물가가 뛰었다"면서 "이미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식당 적자가 지속돼 왔는데 이제는 물가 상승의 압박으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성북구에서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F씨는 잠깐의 통화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매출이 일시적으로 회복되더라도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 지출 비용이 늘어나는 데다가 물가 상승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