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1시3분 카카오뱅크는 전일 대비 2350원(7.53%) 내린 2만8700원에 거래됐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사진=뉴스1
카카오뱅크 주가가 KB국민은행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소식에 출렁거렸다. 3대 주주인 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의 주식을 매도해 인터넷은행의 지배구조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이날 오전 11시3분 카카오뱅크는 전일 대비 2350원(7.53%) 내린 2만8700원에 거래됐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장 초반 한때 2만7150원까지 급락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8월 상장한 이후 신저가다.

국민은행은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뱅크 주식을 2만7800원에 1300만주를 블록딜로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민은행의 카카오뱅크 보유지분율은 8.00%(보통주 주식수 3809만7959주) 수준이다. 카카오(27.20%)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23.20%)에 이어 3대 주주에 해당한다.


이번 블록딜 매도로 국민은행의 카카오뱅크 주식은 13000만주(34%) 줄어든 2509만7959주가 됐다.
국민은행, 이유 있는 주식 매각… 3개월 만에 1조원 평가손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매도 가능 자산으로 분류해 기타포괄손익으로 잡고 있다. 올 2분기 국민은행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2067억원으로 전분기보다 8000억원가량 줄었다.

올해 2분기 기준 국민은행의 BIS비율은 17.40%로 전분기(17.70%)보다 0.30%포인트 하락했다. 기업 대출이 늘어나며 위험가중자산(RWA)이 6조5000억원 늘어난 탓이다. 기타포괄손익이 감소하면서 자기자본은 5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민은행의 실적 부진은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5만1600원에서 지난 6월 3만250원으로 2만1350원(41.3%) 급락했다.

국민은행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보통주 주식 수를 계산하면 장부가액은 약 2조원에서 1조원으로 줄었다. 3개월 만에 1조원의 평가손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6년 카카오뱅크 지분을 100억원에 매입한 후 유상증자를 통해 약 1993억원을 추가 투입한 바 있다.


금융권에선 금융위원회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을 검토하면서 '카카오톡 송금하기'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카카오뱅크의 목표가 하향 조정에 나섰다. DB금융투자는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로 2만4600원을 제시했다. 이밖에 하이투자증권(6만원→4만2000원), KB증권(3만8000원→3만6000원), 한화투자증권(4만7000원→3만원)도 일제히 목표가를 낮춰 잡았다.

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 162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2분기만 놓고 봤을 때는 영업이익 744억원, 당기순이익 570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17.7%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플랫폼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금융 대장주'를 꿰찼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전금법 개정으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인터넷은행의 성장성을 보고 지분을 사들인 금융회사도 플랫폼 성장의 한계를 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지분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