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 사진=삼성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2주기를 맞은 가운데 그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남긴 유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했다. 그는 생전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 등의 말을 남겼다.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도 이 같은 이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사회환원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우선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이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고 감염병 극복 지원과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 등 의료공헌에도 1조원을 기부하는 3대 기증사업을 추진했다. 이는 'KH 3대 유산'으로 남아 재계와 사회에 귀감을 주고 있다.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 기증은 미술계 사상 유례 없는 일이다. 당시 미술계에선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방대한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한 유족들의 결정이 국민 문화 향유권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특별전은 지금까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총 72만명이 관람했고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대구미술관 ▲박수근미술관 ▲이중섭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등 지역 미술관에서도 이 회장의 기증품을 보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미술관도 이건희 회장 컬렉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은 2025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2026년 시카고박물관에서 대규모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이건희 컬렉션으로 약 2468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024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2144명의 취업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 회장의 기증 이후로 기증 문화도 활성화됐다. 2020년 4월 이 회장 유족의 대규모 미술품 기증이 이뤄지기 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의 수는 연평균 64점 이었지만 이건희 컬렉션 기증 뒤 2021년 4월부터 그해 연말까지 553점이 기증돼 9배 이상 증가했다.


감염병 극복지원도 주목 받는다. 이 회장 유족들의 의료 공헌 등 결정을 두고 '세기의 기부'라는 극찬이 이어졌다. 감염병 극복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전달된 7000억원 중 5000억원은 첨단 설비를 갖춘 120~150병상 규모의 세계적 수준의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활용돼 최고의 의료시설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이 회장의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에도 3000억원을 기부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는다.